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24.03.25 13:59

건설비 부풀리기 의혹…'지역주민 반대에도 공사 강행' 불만도 팽배

이원호 수상 태양광. 조감도. (출처=한국서부발전 홈페이지)
이원호 수상 태양광 조감도. (출처=한국서부발전 홈페이지)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충청남도 태안군 원북면 방길리와 이원면 사이를 잇는 이원방조제 안쪽에 조성된 '이원호'의 수상 태양광 발전 개발 과정에서 개발 관계자가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고 주민 동의 없이 사업이 추진됐다는 지적까지 나오면서 지역주민들의 불만이 점차 커지고 있다. 

태안군청은 담수호(淡水湖-민물호수)인 이원호를 수상 태양광발전지로 개발 중인데, 개발사업 시행사는 두 곳이다. 한 곳은 한국서부발전이고, 다른 한 곳은 '이원신재생에너지복지마을(복지마을)'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복지마을 대표가 수상 태양광발전 건설비용을 부풀리는 등 횡령‧배임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아울러 가세로 태안군수와 가까운 사이로 알려진 인사들도 이 문제와 관련해 경찰 수사 선상에 올라있어 그 여파가 만만찮을 것으로 관측된다. 

서부발전은 2017년 8월 태안군과 업무협약을 맺은 뒤 2018년 1월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 전기위원회로부터 전기사업허가를 취득하면서 이원호 수상 태양광발전사업에 본격 착수했다. 하지만 이원호에 태양광모듈을 설치하는 문제를 놓고 지역주민들의 의견이 엇갈리면서 사업이 한동안 보류됐다.

그러다가 2020년 10월 서부발전은 태양광모듈에 LED조명을 설치하고 호수 주변에 산책로를 조성하는 등 주민들을 위한 휴식공간(새빛공원) 조성, 또 2MW 규모의 발전설비에서 나오는 발전 이익을 주민들을 위한 복지사업에 사용하는 내용으로 주민들과 업무협약을 맺으면서 수상 태양광 사업을 재개하게 됐다. 

서부발전이 건설 중인 이원호 수상 태양광 설비용량은 43MW로, 주민들에게 약속한 2MW를 더해 총 45MW 용량을 짓고 있고, 여기에 소요되는 사업비는 700억원 상당이다. 완공 시기는 오는 6월이다.

또 다른 시행사인 '복지마을'도 당초 2018년 주민들의 반발에 부딪혀 수상 태양광 사업을 보류했다가, 2020년 산업부에 30MW급 용량의 전기사업 허가를 신청했고, 산업부 전기위원회는 2020년 6월 이를 허가했다. 당시 전기위원회가 허가한 복지마을의 30MW급 수상 태양광 건설 총사업비는 630억원이었고, 이중 자기자본은 63억원, 타인자본(PF)은 567억원이었다.

산업부는 이 같은 내용의 복지마을 수상 태양광 발전사업을 허가하면서도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주민의견을 수렴한 뒤 보고하라'는 내용의 문건을 태안군에 송부했다.

하지만 태안군청은 당시 코로나19를 이유로 수상 태양광 발전사업에 대한 공청회 및 주민설명회를 개최하지 않았고, 찬성하는 일부 주민들의 동의서만을 받아 산업부에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산업부의 전기사업 허가 결정은 유지됐고, 태안군은 이를 근거로 2021년 8월 복지마을의 수상 태양광 발전사업 개발을 허가했다.

기자가 25일 이원면 주민 등에게 확인한 취재결과를  종합하면, 당시 상당수의 주민들은 태안군청이 복지마을의 수상 태양광 개발을 허가한 내용을 모르고 있었고, 2022년 공사 현장으로 자재가 반입되는 것을 보고 공사가 시작됐다는 걸 인지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 때문에 지난 2022년 5월 태안군 이원면 인근 9개 마을에 거주하고 있는 상당수의 주민들은 개발행위 허가 취소 등을 촉구하며 태안군청 앞에서 반대 시위를 벌였다. 주민들은 수상 태양광 설치 결사반대를 주장하며 상여를 메고 행진하기도 했다.

태안군청 관계자는 25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허가를 내준 곳은 태안군청이 아니라 산업부"라며 "하자가 없으니 산업부가 허가를 내준 것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태안군청이 찬성하는 일부 주민들의 의견만 듣고 수상 태양광 설치허가를 취소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는데 그게 사실이냐'는 물음엔 "허가를 내주거나 그것을 취소하는 권한 모두 태안군청에 있는 게 아니라 산업부에 있다"며 "산업부가 취소하지 않은 것이지 태안군청이 그렇게 한 게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태안군청이 수상 태양광 개발을 강행함에 따라 서부발전은 오는 6월 완공을 눈앞에 두고 있고, 복지마을은 지난해 2월 완공과 동시에 상업운전을 시작했다.

그런데 최근 복지마을 A대표가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기자의 취재에 따르면 지난 2월 대전지방법원 서산지원에선 복지마을 대표이사인 A대표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 열렸다.

A대표의 영장실질심사는 충남지방경찰청 반부패수사부에서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대전지방검찰청 서산지청에서 영장을 청구함에 따라 이뤄졌다. 하지만 법원은 영장을 기각했다. A대표가 혐의가 없어서가 아니라 대부분의 증거가 확보됐기 때문에 증거 인멸 우려가 없고, 신원이 확실해 도주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기각된 것으로 전해졌다.

영장실질심사를 받은 신 대표의 혐의는 수상 태양광 건설 비용을 부풀리는 등 횡령 및 배임으로 추정된다는 게 이원면 주민들의 주장이다.

서부발전의 경우 이원호에 총 45MW 용량의 수상 태양광을 짓는데 700억원 상당의 사업비가 소요된다. 반면 복지마을은 30MW급 수상 태양광에 630억원의 사업비가 들어갔다. 이를 MW당으로 계산하면 서부발전은 1MW 당 15억6000만원 상당이고, 복지마을은 1MW 당 21억원이 건설비용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서부발전의 수상 태양광과 복지마을 수상 태양광에 사용되는 자재나 시공법은 다 똑같다는 게 주민들의 주장인데, MW 당 5억4000만원 상당의 건설비용이 차이가 나다 보니 A대표가 공사비를 부풀린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A대표에게 이 같은 사실을 인정하느냐는 취지의 질문을 하려고 통화를 시도했지만 A대표는 기자에게 '문자로 연락을 부탁한다'고 문자를 보내와서 기자는 문자와 카톡으로 질문을 보냈지만 A대표는 끝내 묵묵부답이었다. 

A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한 충남경찰청 반부패수사부는 "절차에 따라 원칙대로 수사하고 있다"는 원론적 입장만 내놨다. 

A대표가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것과 관련해 가세로 태안군수와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인사들도 수사 선상에 올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주민 B씨는 "(수상 태양광 개발 허가 당시)찬성하는 주민과 반대하는 주민들의 의견이 팽팽했는데, 태안군청이 찬성하는 의견만 받아 개발 허가를 강행한 거고, 상당수 주민들이 반대하면 재검토를 했어야 됐지만 태안군이 무리한 개발행위를 밀어붙여 결국은 (복지마을 대표 등이)경찰 수사를 받는 지경까지 이르렀다"며 "가세로 태안군수의 측근들도 수사 선상에 올라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어 "복지마을에서 민원 해결 명목으로 일부 주민들에게 수억원 상당의 돈을 지출했고, 또 A대표의 변호사 비용도 회삿돈으로 지출되는 등 이런 것들이 횡령 및 배임으로 의심돼 수사를 받은 것으로 안다"며 "민원 해결 명목으로 돈을 받은 일부 주민은 가세로 군수의 전직 수행비서 등 측근들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원면의 C주민은 "가세로 군수의 측근들이 연루돼 경찰 수사를 받았다는 이야기가 주민들 사에서 파다하다"며 "군수가 서부발전에 일괄로 수상 태양광 개발사업권을 허가했으면 여러 뒷말이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복지마을 수상 태양광 건설비용이 서부발전보다 MW당 5억원 이상 부풀려진 원인과 그 돈이 어떻게 쓰이고 어디로 흘러갔는지 등을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며 "특히 가세로 군수와 가까운 인사들이 여기에 어떻게 연루됐는지도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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