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채윤정 기자
  • 입력 2024.03.25 19:14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대표이사 사장(왼쪽)과 최윤호 삼성SDI 대표이사가 6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2024 부스를 살펴보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스1)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대표이사 사장(왼쪽)과 최윤호 삼성SDI 대표이사가 6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2024 부스를 살펴보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스1)

[뉴스웍스=채윤정 기자]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가 각기 다른 방향으로 차세대 배터리 개발에 나서고 있어 주목된다.

삼성SDI는 최근 개최된 '인터배터리 2024'에서 국내 최초로 전고체 배터리 양산 로드맵을 공개한 데 이어, 현재 3곳 이상의 OEM 기업에 전고체 배터리 샘플을 공급해 평가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반면 LG에너지솔루션은 완벽한 품질의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전고체 배터리 양산을 다소 늦은 2030년으로 잡았으며, 대신 OEM사와 리튬황 배터리 공급 계약을 추진 중이다. 

25일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는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개최된 ‘NGBS 2024’ 세미나에서 이 같은 사업 계획을 밝혔다. 

LG에너지솔루션은 삼성SDI에 비해 3년이나 늦은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 시점을 발표했다. 회사 측은 이에 대해 "전고체 배터리는 업체에서 원하는 성능이 나올 지 아직 장담하기 힘든 상황"이라며 "높은 완성도를 위해 기간을 넉넉하게 잡은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양사가 개발하는 차세대 배터리는 리튬이온 배터리와 비교해 에너지 밀도가 높다. 같은 용량 대비 무게가 가볍고 수명이 더 늘어나고 안정성도 개선되는 방향으로 개발되고 있다. 

삼성SDI가 '인터배터리' 전시장에서 전기차용 배터리 개발 전략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사진=채윤정 기자)
삼성SDI가 '인터배터리' 전시장에서 전기차용 배터리 개발 전략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사진=채윤정 기자)

삼성SDI는 "현재 개발 중인 전고체 배터리 샘플 전지의 온도 변화 안정성이 리튬이온 배터리에 비해 40도가량 우수하다"며 "액체 전해질을 쓰는 리튬이온 배터리와 달리 고체 전해질을 이용하기 때문에 온도 변화에 따른 화재 위험이 낮고, 에너지 밀도는 높여 전기차 주행거리를 늘릴 수 있다"고 밝혔다. 

고주영 삼성SDI 부사장은 25일 전고체 전지 프로토타입 샘플로 온도 변화에 따른 안정성을 시험한 결과 이같이 확인됐다고 공개했다. 

고 부사장은 "열안정성 관련 테스트 결과,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는 섭씨 130도 수준에서 전압이 떨어졌지만, 삼성SDI의 전고체 샘플은 170~180도에서 전압 하락 현상이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그는 "전고체 배터리가 성공하고 소비자들에게 내연기관차보다 우수한 주행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첫번째 팽귄'이 중요하다"며 "인터배터리 2024 행사에서 고객사 3곳에 샘플을 제출했다고 밝힌 바 있는데 이후 샘플을 더 달라고 한 고객이 더 많이 생겨났다"고 밝혔다. 이어 팩이나 차량 검증 등에 대해 OEM들과 이야기를 더 활발하게 진행 중이라고 공개했다. 

고 부사장은 또 "2027년 전고체 배터리 양산 계획에 대해 한 번도 의심한 적이 없다"며 "원래 전고체 개발 팀은 연구소에 개발 조직이 있었는데, 지난해 말 커머셜라이제이션(상용화) 팀이 발족했고, 개발 조직이 상용화팀 안으로 들어오며 중대형전지사업부로 옮겨졌다"고 소개했다. 

그는 각형 폼팩터의 전고체 배터리 개발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전고체 배터리는 파일럿 단계에서 가압 공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파우치형으로 만들어져왔는데, 파우치형 외장재가 170도 수준에서 반응하기 떄문에 폼팩터를 각형으로 제조하면 열안정성은 더 높아질 수 있다. 

고 부사장은 하지만 전고체 배터리는 소재·부품·장비 회사들이 함께 참여해야 양산이 가능해진다고 강조했다. 그는 "공급망 구축이 가장 중요하다. 소재 회사들도 삼성SDI가 전고체 배터리를 개발하는 게 맞냐고 묻고 있지만, 서로 소통하며 협력하고 있다"며 "전고체 배터리에서 가장 중요한 소재 공급망은 고체 전해질 소재"라고 밝혔다. 

​LG에너지솔루션 오창 에너지플랜드 전경. (사진제공=LG에너지솔루션)​
​LG에너지솔루션 오창 에너지플랜드 전경. (사진제공=LG에너지솔루션)​

LG에너지솔루션은 이날 행사에서 양극에 황화합물, 음극에 리튬메탈을 사용해 무게당 에너지 밀도가 월등히 높은 리튬황 배터리의 개발 현황에 대해 공개했다. 

김석구 LG에너지솔루션 연구위원(상무)은 “2030년까지 개발되는 리튬이온 배터리의 목표 에너지 밀도가 kg당 300Wh인 반면, 리튬황 배터리는 에너지 밀도 수준이 400~500Wh/kg까지 나온다”며 “가격 면에서도 양극재를 황화합물로 바꾸면 재료비만 30~40% 절감된다"고 밝혔다. 

그는 "리튬황 배터리에 대해 OEM과 적극 논의 중인 분야는 고고도무인기로, 조만간 결실을 맺지 않을까 싶다"며 "다음으로 도심항공교통(UAM) 분야를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상무는 배터리 충전 시간을 8분까지 단축시키는 급속충전 기술도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급속충전에 유리한 실리콘 기반 음극재 연구와 함께 건식 공정,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 등을 유기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김 상무는 그러나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대해 "2030년 양산이 늦은 게 아니냐는 의견도 있는데 완벽한 제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생각해달라"며 "셀 뿐 아니라 시스템까지 연동해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향후 전고체 배터리는 전기차는 물론 에너지저장장치(ESS), 선박 등에 적용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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