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명수 기자
  • 입력 2024.03.26 10:20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브라질 대통령. (출처=자이르 보우소나루 공식 홈페이지)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브라질 대통령. (출처=자이르 보우소나루 공식 홈페이지)

[뉴스웍스=박명수 기자] 지난해 브라질에서 발생한 대선 패배 불복 폭동을 조장한 혐의 등으로 조사를 받고 있는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브라질 대통령이 헝가리에 망명을 시도한 정황이 제기됐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지난달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브라질 주재 헝가리 대사관 체류 행적을 담은 CCTV 4대의 녹화 영상을 입수해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카니발 연휴 기간인 지난 2월 12일 오후 9시 34분께 브라질리아 소재 헝가리 대사관에 검은색 차를 타고 들어와 14일 오후 4시 14분께까지 머물렀다.

2박 3일간 대사관 내 게스트 숙소에서 지낸 것으로 추정되는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경호원으로 보이는 이들과 동행하거나 헝가리 대사와 이야기하는 장면이 포착되기도 했다고 NYT는 전했다.

누군가 피자로 보이는 음식을 들고 이동하거나 침구를 운반하는 모습도 CCTV에 찍혔다고 이 매체는 덧붙였다.

NYT는 대사관 관계자 언급을 인용, "(헝가리 대사관 측은) 2월 15일 출근 예정이던 브라질 현지 직원에게 일주일간 집에 머무를 것을 요청했다"며 "그 이유는 설명하지 않았다고 한다"라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NYT는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이 각종 범죄 혐의로 수사를 받는 와중에 구금 등 인신 구속을 피하려는 목적으로 헝가리에 망명을 타진한 것이라는 관측을 곁들였다.

이에 대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이날 현지 매체인 메트로폴리스에 "내가 당시 대사관에 있었다는 사실을 부인하지 않는다"면서도 "나는 외국의 몇몇 세계 지도자와 교우 관계를 맺고 있다"며 '망명 신청' 여부에 대해선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과거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와 '브로맨스'를 몇 차례 선보인 바 있다.  2022년 헝가리를 찾았던 그는 오르반 총리를 '형제'라고 칭하며 각별한 사이임을 과시했고, 지난해 12월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 취임식에서 조우했을 때는 오르반 총리가 보우소나루를 '영웅'이라고 추켜세우기도 했다.

우파 성향의 두 사람은 각각 '브라질의 트럼프', '헝가리의 트럼프'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다.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쿠데타 선동 혐의와 더불어 재임 시절 외국 정부로부터 받은 보석을 밀반입하려 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브라질 외교부는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대사관 내 일시 체류 배경에 대한 경위 파악을 위해 이날 헝가리 대사를 초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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