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백종훈 기자
  • 입력 2024.03.26 13:30

[뉴스웍스=백종훈 기자] 찰스 디킨스의 소설 '크리스마스 캐럴'의 주인공인 스크루지 영감은 평소 돈 욕심이 많아 남에게 인색하다. 그러던 어느 날 스크루지는 꿈속에 나타난 유령과 함께 자신의 과거, 현재, 미래로 여행을 떠나게 되고 이후에 삶의 깨달음을 얻어 베푸는 삶을 살아간다.

스크루지의 여행과 같은 주주총회 시즌이 한창이다. 주총을 통해 회사의 과거, 현재, 미래를 꿰뚫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주주들은 회사 투자의 가늠자로 '배당금이 우리에게 얼마나 책정될까'에 관심을 둔다. 

이 가운데 보험사들이 새 보험회계 기준인 IFRS17 적용으로 작년에 역대급 실적을 올리면서 보험사 주주환원이 얼마 만큼 이뤄질지에 대한 관심도가 어느 때보다 뜨겁다.

삼성화재·메리츠화재·DB손보·현대해상·KB손보 등 대형 손보사 5곳의 당기순이익 총합은 지난해 6조4255억원을 찍었다. 이 중에서 삼성·메리츠화재·DB손보 3곳의 손보사는 '순익 1조 클럽'에 들었다. 생보사 맏형 격인 삼성생명도 연결 기준으로 작년에 1조8953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역대급 실적에도 보험사들은 주주환원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번 주총에서 삼성화재의 배당 성향은 2022년 결산 때인 45.8%에서 37.3%로 9%포인트 줄었으며 DB손보의 배당 성향은 같은 기간 28.1%에서 18.2%로 10%포인트 하락했다.

현대해상의 배당 성향은 26.8%에서 26.6%로 0.2%포인트 떨어졌으며 삼성생명의 배당 성향은 34%에서 35.1%로 소폭 올랐다. 이번에 배당을 재개한 한화생명과 한화손보는 각각 18.3%, 14.8%로 20% 선을 밑돌았다.

이를 놓고 보험사들은 '재무 불안정성'을 이유로 꼽고 있다. 보험사들의 역대급 실적이 실질적 체력 개선에 의한 게 아니라 단순히 보험회계 변화에 기인했다는 것이다. 보험회계 변경으로 순익이 부풀려진 상태에서 주주 배당을 늘릴 경우 향후 유동성 위기에 휘말릴 수 있다는 것이 골자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올해 보험사들은 성과급 규모를 오히려 작년보다 늘렸다. 이는 IFRS17 적용으로 보험사들이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거둔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삼성화재는 임직원에게 연봉의 50% 수준을 성과급으로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3년 삼성화재의 성과급 규모는 연봉의 47%에 달했다.

삼성생명은 직원들에게 연봉의 29% 수준을 성과급으로 줬다. 이는 작년보다 6%포인트 오른 규모다. DB손보와 현대해상은 지난해와 비슷한 각각 연봉의 30~41%, 18% 수준 금액을 성과급으로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같은 보험사들의 모순된 행보에 찝찝한 뒷맛이 남는 건 어쩔 수 없다. 보험사들은 미래에 대한 인간의 원초적 두려움을 기반으로 만든 보험이라는 금융상품을 만들어 팔기 때문이다. 소비자 입장에서 그만큼 보험사들을 신뢰할 수 있어야 한다. 

스크루지가 삶의 깨달음을 얻어 이타적 인간으로 환골탈태했듯 보험사들도 그간 자신의 행적을 뒤돌아보고 미래를 설계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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