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한동수기자
  • 입력 2016.08.12 13:32

중국-동남아-중남미까지 각종 수입규제 점차 높아져

수출 대기중인 울산 자동차부두 <사진제공=현대글로비스>

[뉴스웍스=한동수기자] 미국이 철강에 대해 관세율을 대폭 상향조정하면서 일으킨 신(新)보호무역주의 바람이 빠르게 신흥국 시장으로 확산되고 있다.

저유가로 인해 경기둔화에 시달리고 있는 신흥국 시장들은 내수진작과 자국 산업보호를 위해 비관세 장벽을 점차 높이 쌓기 시작하고 있다.

직격탄을 맞고 있는 것은 자동차부문이다.

자동차업계는 해외 판매 비중이 전반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가운데 신흥국 시장에서조차 판매 부진이 이어지면서 실적 악화에 대한 부담감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12일 코트라(KOTRA), 전경련 등에 따르면 신흥국을 중심으로 자국 자동차 산업을 보호·육성하기 위한 수입 규제 조치가 연이어 터져 나오고 있다.

자동차업계는 해외 시장에서 직접적인 관세조치보다는 각종 비관세장벽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신흥국들의 경우 WTO(세계무역기구)의 제재를 받을 수 있는 관세장벽을 높이는 것보다 상대 측이 이의를 제기하기가 모호한 비관세 장벽으로 수입을 제한하고 있다.

중국, 'CCC' 강제인증제 

중국이 대표적이다. 중국은 높은 수입관세를 부과하면서도 CCC(China Compulsory Certification)로 대표되는 까다롭고 복잡한 강제성 인증을 요구하고 있다.

CCC는 자동차를 포함한 158개의 공산품에 대해 국제인증을 받았더라도 중국만의 인증을 받도록 의무화하고 인증기간이 지나면 재인증을 받도록 요구하는 제도다.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1년이상 소요되고 비용만 7~9억원에 달한다. 국내 업체들이 어려움을 겪는 것은 비용보다 복잡하고 까다로운 서류심사다. 서류심사만 1년이 걸리기 때문에 중국 시장에서 신차 효과를 누린다는 것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신차 출시 후 인증을 기다리는 데 1년이 지나버리면 이미 구차가 돼버리기 때문이다.

게다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시험잣대가 달라 이중규제를 하고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남미, 환경보호 규제+수입쿼터제 운영 

새로운 자동차 수출시장으로 떠오른 중남미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환경보호를 명목으로 수입을 제한하거나 제도에 적합한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아 주먹구구식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점에서 완성차업계의 어려움이 크다.

특히 에콰도르는 2012년부터 자동차 수입 쿼터를 도입, 한국산 자동차의 수출이 계속 감소 추세다. 올해는 예년과 달리 쿼터량을 배정하지 않았지만 전체 수입쿼터는 전년대비 9% 줄어들어 오히려 규제가 더 강화된 셈이다. 

에콰도르는 또 수입관세 인상조치 폐지를 1년 더 연장해 내년 6월까지는 수출에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된다. 

비관세 장벽, 아시아지역도 마찬가지 

베트남에서는 수입차에 대한 특별소비세 산정 기준 변경안이 올해부터 발효됐다. 24인승 이하 수입 완성차에 대한 특별소비세 산출법 기준이 기존 자동차 수입가격(수입가격+관세)에서 수입가격·관세·관리비·판매비 등을 포함한 판매 가격으로 확대됐다.

태국은 일정 투자 및 생산 조건을 충족하면 법인세를 감면해주는 식으로 자국 생산 차량에 혜택을 주고 있다.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는 수입차 쿼터 할당을 두고 있다.

이밖에 우즈베키스탄에서는 한국산과 중국산 중량 5톤 이하 화물차에 대한 반덤핑 조사가 지난해 6월부터 진행되고 있다.

이는 우크라이나 정부의 자국 산업 보호 및 육성을 위한 '국산화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자동차 산업을 보호, 육성하려는 의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풀이되고 있다.

일본에는 우호적...차별적 비관세 장벽도 있어

동남아 일부지역에서 나타나고 있는 차별적 비관세장벽도 국내 자동차업체들의 골칫거리고 부상하고 있다.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의 경우 그동안 이 지역 자동차 시장을 선점해 온 일본업체에 대해 특혜를 부과하고 나머지 국가들에 대해서는 비관세 장벽을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인도네시아의 경우 자동차에 엔진크기별로 10~125%의 사치세를 부과하는데, LCGS(저비용그린카)프로그램을 제정해 기준을 만족하는 일본 업체에 대해서는 100%의 사치세 감면혜택을 적용하고 있다.

"마땅한 대책이 없다"

자동차업계의 한 관계자는 "세계적으로 비관세 장벽이 확산되고 있는데 아무런 국가차원의 대응이 안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미래투자를 해야하는 기업입장에서 해외 정부조치에 따를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국제통상학계의 한 전문가는 "국제 관례를 보면 우리도 응수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그러나 중남미나 동남아지역의 경우 한국에 대한 수출의존도가 높지않아 비관세장벽을 맘 놓고 펼칠 수 있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즉 교역량이 비등하거나 의존도가 치우쳐있어야만 한국이 이에 응수를 해도 효과적이라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미국발 신(新)보호무역주의가 전 세계로 확산될 경우 산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의 경우 지난달 정몽구 회장 주재로 해외법인장 회의를 열고 이에 대한 대책을 논의했다. 

현대차의 한 관계자는 "국가가 나서 비관세 제재를 가할 경우 기업입장에서 대응은 해외 생산거점을 적극 활용하는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이와 함께 신시장 개척을 위한 다각적인 방안을 강구 중"이라고 말했다. 세계로 확산되고 있는 신(新)보호주의에 대한 마땅한 해결책이 없다는 것이 솔직한 국내 기업들의 입장인 셈이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