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차상근기자
  • 입력 2015.11.08 16:55

피는 물보다 진하다며 '하나의 중국' 재확인...대만 야당은 대만인 권리 제한한다며 맹공

“80초 동안의 악수가 66년의 비바람을 뛰어넘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마잉주(馬英九) 대만 총통이 7일 오후 싱가포르 샹그릴라호텔에서 만나 양안(중국과 대만) 정상간 첫 회담을 가진 것을 두고 신화통신이 붙인 타이틀이다. 1945년 국공합작이 깨어지고 내전으로 들어간 걸 감안하면 딱 70년이 흘렀다.

미국 국무부는 두 지도자의 회동에 대해 ‘역사적 관계개선’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유럽연합(EU) 또한 양안의 평화와 발전을 환영한다며 이번 회담은 양안 관계를 진일보시키고 양안 국민들의 복지를 향상시키키는 촉매가 될 것이라고 논평했다.

8일 BBC와 신화망 등 외신들에 따르면 이날 수백명의 기자단 앞에서 시 주석은 인사말로 "분단 후 66년이나 흘렀지만, 그 어떤 세력도 우리를 갈라놓을 수는 없다"라고 말했고 "피는 물보다 진하며 우리는 하나의 가족이다"라고 한 나라를 강조했다.

마 총통은 "양국은 서로의 가치와 생활 방식의 차이를 존중해야 한다"라며 "양안 관계는 양국 국민의 행복과 안녕을 기반으로 하여 정치, 경제 등 모든 분야에서 협력하며 발전해야 한다"라며 상호 존중을 내세웠다.

곧이어 시작된 비공개 회담내용은 기자회견에서 일부 공개됐다. 두 정상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내세운 '92공식'을 재확인했다. '92공식'은 1992년 11월 중국과 대만이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되, 양측이 각자의 국가 명칭을 사용하기로 한 합의를 의미한다.

마 총통은 먼저 양안관계 안정을 위한 다섯가지 제안을 꺼냈다. '92공식'을 대전제로 하면서교류 확대와 핫라인 설치, 적대 상태 완화와 평화적 분쟁 해결 등이다. 아울러 대만의 외교적 고립 탈피를 위한 중국의 지원도 요구했다.

시 주석은 양안 사무담당 기구가 핫라인을 개설할 것이라고 답했다. 또한 대만의 외교적 고립 탈피를 위해 "대만 동포가 '일대일로'(해상 실크로드) 건설에 참여하고, 대만이 적절한 방식으로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가입하는 것도 지원하기로 했다.

그러나 시 주석은 "양안 관계의 최대 위협은 대만 독립 세력"이라며 "대만의 독립 세력은 양안의 평화발전을 저해하고 재앙을 가져올 것"이라고 대만 독립세력에 경고장을 보냈다.

이는 내년 1월 대선을 앞두고 월등한 우세를 유지하고 있는 민진당의 차이잉원 후보가 대만 독립노선을 추구하는 점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회담은 실질적인 내용과 결과를 떠나 중국과 대만의 현직 지도자가 '국공내전'으로 인한 분단 66년 만에 처음으로 만났다는 것만으로도 역사적 의의를 갖는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이번 회담의 우선적 배경이 내년 1월 대만 총통 선거에서 정권 탈환이 유력한 민진당의 대만 독립노선을 견제하기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 나아가 중국으로서는 대만에서 정권 교체가 일어나도 현실적으로 독립 추진이 어려워졌다는 상황을 토대로 미래의 통일논의를 염두에 두고 던진 포석이라는 분석이다.

미국 국무부는 논평에서 "양안의 역사적인 관계 개선 노력과 '하나의 중국' 정책을 지지한다"라고 밝혔다.

이번 회담을 보는 주변국 언론의 시각은 다양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날 앨런 칼슨 코넬대 교수를 인용해 "이번 회담이 1972년 리처드 닉슨 전 미국 대통령의 중국 방문이나 지난해 미국-쿠바 국교정상화에 비견될 수 있다"라며 "양안 관계, 나아가 미·중 관계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영국 BBC는 "중국은 회담을 통해 대만 총통 선거에 개입하려는 목적도 있지만, 역풍을 맞을 수도 있는 정치적 도박"이라고 평가했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시 주석으로서는 대만 장악력을 과시했고, 곧 임기 종료를 앞둔 마 총통은 충분한 정치적 업적이 될 것"이라며 "한편으로는 중국이 미국을 견제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라고 전했다.

이번 회담의 제 3의 당사자인 차이잉원 민진당 주석은 대단히 실망스럽다며 회담을 폄하했다. 그는 당 인터넷망에 올린 글을 통해 “마 총통이 대만의 민주자유와 중화민국의 존재를 부각해야 했는데 그렇지 않았고 대만의 선택권을 제한했다”며 “근심만 담은 의혹의 보따리만 남겼다“고 비판했다.

한편 대만에서는 반회담 시위대가 공항과 국회의사당 등지에서 시위하던 중 일부 시민이 경찰에 연행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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