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한동수기자
  • 입력 2016.10.06 17:54

[뉴스웍스=한동수기자] 삼성전자가 비공개로 추진 중이던 '인적분할'에 속도를 낼 수 있는 명분을 얻었다. 

미국계 주주인 엘리엇매니지먼트(삼성전자 지분 0.62%보유)가 발송한 4가지 요구사항을 포함한 삼성전자의 분할 요구 서신이 지난 5일 삼성전자에 도착한 것으로 6일 확인됐기 때문이다.

이날 삼성전자 주가는 이날 4.45%오르며 169만1000원에 마감했다. 4%이상 상승세를 보인것은 올들어 세번째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갤럭시노트7' 발화 사태로 몸살을 알아왔다. 그러나 엘리엇 서한으로 인적분할이라는 새로운 이슈로 전환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다.  

이미 제기됐지만...삼성전자 '명분', 엘리엇 '배당', 투자자'주가상승' 효과 얻어

그러나 꼼꼼이 살펴보면 엘리엇측의 요구사항은 처음으로 알려진 사실이지만 삼성전자의 인적분할은 이미 국내 금융투자업계에서 여러차례 나 온 보고서에 따른 것이다.

이날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지배구조 변경은 이미 순차적으로 진행될 예정이었다”며 “엘리엇이 어차피 진행예정인 인적분할을 소재로 주주 현금배당을 극대화 하려는 액션인 듯하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이미 예정돼있는 수순에 따라 삼성그룹의 금융과 전자계열 지주사 설립은 추진 될 수 있다”며 “엘리엇의 요구에 따라 삼성전자는 그동안 비공개로 추진해 온 인적분할의 명분을 얻게됐고 주가에도 긍정적인 작용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 했다.

엘리엇, 분할요구는 이익배당 극대화 전략

엘리엇매니지먼트 자회사 블레이크 캐피털(Blake Capital)과 포터 캐피털(Potter Capital)을 발신인으로 지난 5일 삼성전자에 공개 서한을 보냈다. 이들 펀드들은 삼성전자 지분 0.62%, (76만218주)를 보유하고 있다. 이들이 노린 것은 삼성전자가 보유하고 있는 70조원에 달하는 현금때문인 것으로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요구 1. 삼성전자 분할

서신을 통해 엘리엇은 먼저 삼성전자의 지주회사 설립을 요구했다. 이는 이미 지난 8월 국내 증권사를 통해 제기된 삼성전자 인적분할 구조와 흡사하다. 삼성전자를 상장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분할하고 상장지주회사를 현재 삼성전자 2대주주인 삼성물산과 합병하라는 요구사항 이 포함돼 있다. 여기까지는 지난 8월19일 하이투자증권의 보고서 내용과 큰 차이는 없다.

-요구 2. 특별현금배당

엘리엇 서한의 주제어다. 엘리엇은 삼성전자가 보유한 잉여현금의 30~50%를 주주에게 환원하기로 약속한바 있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삼성전자가 잉여현금의 약 20%를 배당했는데 이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엘리엇은 삼성전자의 잉여현금액을 약 70조원으로 상정해놓고 최소 30조원을 요구했다. 이 요구는 엘리엇의 이익을 극대화하면서 주주들가운데 우호세력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인 것으로 보인다.

-요구3. 나스닥 상장

주주이익 극대화를 위해 세계 최대 증시인 뉴욕증시 상장을 요구했다. 엘리엇은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이 2000억달러에 달하고 하루 거래량이 3억달러 수준인만큼 나스닥에 상장해 전 세계 투자자들이 투자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요구 4. 독립 이사진 추가

이사진에 국제적 경영능력을 보유한 독립성이 보장되는 이사진을 최소 3명 보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요구는 지분율 0.62% 주주가 경영권에 대한 침해로 비쳐질 수 있어, 다른 요구사항에 비해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것이 금융투자업계는 판단하고 있다.

엘리엇 서한 효과..."삼성전자 분할작업 속도낼수도"

지난 8월19일 하이투자증권은 삼성그룹이 삼성물산을 정점으로 ‘전자’와 ‘생명’를 양대 축으로하는 지배구조 변환의 마지막 퍼즐을 맞추기 위해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의 인적분할 가능성을 제기한바 있다.

이 보고서에서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삼성생명의 금융지주사 설립은 이제 가시권에 들어왔다고 볼 수 있다”며 “삼성 지배구조 변환의 마지막 단추는 삼성물산과 오너가가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취득인데, 이를 위해 삼성전자가 둘로 쪼개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자료제공=하이투자증권>

약 40여일전 보고서에는 삼성그룹이 지배구조를 변환 시나리오가 자세하게 소개됐다.

이 보고서에서는 삼성전자를 상장지주와 전자투자부문으로 인적분할한 후 삼성물산과 전자투자부문(가칭)을 합병시킬 수 있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이 애널리스트는 “지배구조 개편시 정점에 있는 삼성물산이 삼성전자 지분을 얼마나 획득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며 “삼성전자 지분율 확대에는 공정거래법은 물론 천문학적인 비용이 필요한만큼 삼성전자가 인적분할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또 “삼성전자는 투자부문과 사업부문으로 나눌 경우 시가총액의 상당부분은 사업부문이 차질할 것이기 때문에 투자부문의 주식가치는 상당히 줄어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현재 자사주 12.2%를 보유하고 있다.

삼성전자 인적분할시 삼성전자투자회사가 자사주 12.2%를 갖게 되면, 또 다른 분할회사인 삼성전자사업회사 지분 12.2%를 보유하게 된다.

이 후 삼성물산과 오너가가 삼성전자투자부문 회사를 사들이면 자연스럽게 삼성전자사업부문의 지배구조는 삼성생명이 1대주주에서 내려올 수 있는 효과를 낼 수 있게된다는 시나리오다. 이 때 인적분할없이 삼성전자의 지분을 인수하는 것보다 비용도 적게 발생할 수 있게된다. 삼성전자투자부문의 주식가치는 사업부문에 비해 낮을 것으로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삼성생명역시 금융지주사 전환 후 인적분할을 통해 삼성생명금융지주와 삼성생명사업회사로 나눠 현재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 처리를 용이하게할 수 있는 방안을 찾을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이 애널리스트는 “앞으로 삼성의 지배구조 변환과 관련해 삼성전자, 삼성전자, 삼성SDS의 주가가 긍정적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며 “특히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의 경우 인적분할을 할 경우 분할된 사업회사의 가치가 재평가되고 배당성향이 높아질 수 있어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미 새로울 것도 없이 금융투자업계에서 예측했던 사항을 엘리엇이 서한을 통해 삼성전자에 발송한 것 뿐”이라며 “엘리엇 서한이 삼성전자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일시적 현상에 끝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