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동우기자
  • 입력 2016.11.17 14:02

은퇴자 '떠밀려 창업'에 지난해만 9만명 폐업

<사진제공=투어팁스>

[뉴스웍스=김동우기자] 경기침체가 장기화에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까지 시행되면서 자영업 경기가 5년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또 그런 상황에서도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와 구조조정의 여파로 자영업자의 비중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음식점 서비스업 생산지수 5년만에 최저

17일 통계청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 9월 국내 일반음식점의 서비스업 생산지수는 85.2로 지난 2011년 9월의 83.9 이후 5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서비스업 생산지수는 매출액 등 서비스업의 생산 활동을 지수화한 것으로 2010년을 기준으로 100보다 높으면 당시보다 생산 활동이 활발해진 것을, 100보다 낮으면 생산 활동이 둔화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해 12월 106.0을 기록한 일반음식점 생산지수는 올해 들어 월 기준으로 한 번도 100을 넘지 못한 채 90대에 머물다 9월 들어 급락했다.

통계청 관계자는 “경기 부진이 장기화되는 데다 베이비붐 세대들이 은퇴 후 진입 장벽이 낮은 식당 창업에 몰리면서 음식점이 과잉 공급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 자영업자 비중 너무 높아...‘떠밀려 창업’도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 자영업자의 비중은 27.4%(2013년 기준)로 OECD 국가 평균 15~16%의 거의 두 배에 이른다. 또 이중 경기에 가장 직접적으로, 빠르게 타격을 받는 숙박‧음식점업 업종에 종사하는 자영업자 비중도 40.3%로 매우 높은 편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한국의 자영업자 수는 2015년 12월 537만명에서 지난 9월 568만명으로 9개월 새 31만명이 증가했다. 은퇴자들이 창업에 몰리며 50대 이상 대학 졸업자의 비중도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자영업자의 창업동기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어서(26.1%)’와 ‘취업이 어려워서(9.9%)’ 등 비자발적인 이유가 가장 높았다. 창업전 준비기간도 부족했다. 창업자의 53.4%는 사업 준비기간이 1~3개월 미만으로 조사됐다. 3~6개월 창업을 준비한 경우는 16.6%, 1년 이상은 8.0%에 불과했다.

중소기업청 관계자는 “기업들이 경영난으로 대규모 구조조정을 실시하면서 해고된 직원들이 몇 십년간 쌓아온 전문성을 포기하고 떠밀려 창업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식당 68.5%, “김영란법 시행후 매출 줄었다”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이 지난 2일 발표한 ‘국내 외식업 매출 영향조사’에 따르면 외식업 운영자의 68.5%가 김영란법 시행 이후 매출이 줄어들었다고 응답했으며 평균 매출감소율도 36.4%에 달했다.

식당 금액별로는 객단가(고객 1인당 평균 지출액)가 3~5만원인 식당의 86.2%가 매출이 줄었다고 답했으며 객단가 5만원 이상인 식당은 83.3%가 매출이 줄었다. 객단가가 3만원 미만인 식당 중 매출이 늘었다고 답한 업소는 2.1%에 불과했다.

또 김영란법 시행에 따른 매출감소로 조사 대상 음식점 10곳 중 3곳(29.4%)는 휴업‧폐업 또는 업종 전환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고급 식당 뿐만 아니라 ‘서민 식당’도 김영란법의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국외식산업연구원측은 “김영란법 시행으로 손님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던 저가 식당들도 타격을 받고 있다”며 “법 적용 기준이 너무 넓다보니 대상자가 아닌 사람들도 모임, 회식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지난해만 9만명 폐업...“대책마련 시급”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폐업한 자영업자수는 8만9000여명으로 5년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부채도 폭증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9월말 기준 개인사업자의 국내 금융권 대출액은 256조다. 올해 들어 17조원이 넘게 급증했다.

정부는 2018년까지 업종별 사업체 수, 매출 변동추이, 영업이익 등을 고려해 과열경쟁이 우려되는 지역을 ‘소상공인 과밀지역’으로 지정하고 해당 지역 예비창업자에 대해 자금지원 등에 패널티를 부과해 억제책을 쓴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소상공인 업계는 경쟁을 제한한다는 취지는 공감하지만 창업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 속에 규제만이 답이 아니라는 지적을 내놨다.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는 “경기침체 장기화에 김영란법까지 시행되면서 자영업자들이 실제로 느끼는 체감경기는 더욱 심각하다”며 “심각한 고용난에 떠밀린 창업자도 늘어나면서 상황은 악화 일변도”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또 정부는 대기업이 골목상권을 무차별적으로 침탈하고 있음에도 소극적인 자세로 안이하게 대처하고 있다”며 “소상공인이 자생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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