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동우기자
  • 입력 2016.12.06 18:52

[뉴스웍스=김동우기자] 국회에서 6일 열린 '최순실 게이트'관련 국정조사 청문회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한 국내 대기업 총수 9명이 증인으로 참석했다. 이 청문회는 기업들이 박근혜 대통령이 연루된 미르‧K스포츠재단에 낸 기부금에 대가성 여부가 있는지를 파헤치는 것이 핵심이다. 성난 민심이 지적한 정경유착의 폐해를 반성하고 과거와 달라져야할 미래에 대한 다짐이 있어야 하는 자리였다. 그러나 정작 청문회에선 이에 대한 깊은 고민을 찾아볼 수 없었다.

삼성그룹 미래전략실과 전경련을 해체하는 것은 절차에 따라 이뤄져야 할 일이다. 청문회에 나 온 회장들이 국회의원들의 호통에 타협하듯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 이런 식으로 일처리를 한다면 기업이나 협회에 주주총회와 이사회가 존재할 이유가 없다.

이날 이종구의원(새누리당)을 비롯해 여러 청문위원들은 이 부회장에게 미래전략실의 해체를 요구했다. 이에 대해 이 부회장은 “(미래전략실은) 창업자이신 선대 회장께서 만드시고 회장께서 유지를 해오신거라 조심스럽지만 국민 여러분께나 의원님들께 부정적인 인식이 있으시면 없애겠다”고 답했다.

이는 청와대의 이미경 CJ 부회장에 대한 퇴진 압박이 잘못이라고 꾸짖는 국회의원들이 또 다른 압력을 넣은 것이나 다름없다. 청와대가 기업경영에 간섭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하고 자신들이 기업경영에 왈가왈부하는 것은 올바른 것인가. 

삼성 미래전략실 문제는 삼성이 알아서 할 일이다. 미래전략실이 잘못된 부분도 있지만 그룹 경영을 위해 꼭 필요한 부분이 있을 수도 있다. 만약 필요한 부분보다 잘못된 부분이 많다면 기업이 자발적으로 합당한 절차를 거쳐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국정조사라해서 정치권에서 사기업의 조직에 대한 해체를 요구하는 것은 명백한 월권행위다.

안민석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전경련 해체 찬반을 묻는 질문에 기업 총수들이 거수로 답하는 모습도 연출됐다. 전경련에 문제가 있다면 법적인 절차에 따라 해체를 논의하고 회원사들의 의사결정을 거쳐야 한다. 청문회에서 국회의원들이 윽박질러 약속을 받아내는 것은 옳지 않다. 이런 식이라면 누가 누구에게 법질서를 요구할 수 있겠는가.

뜻밖의 질문은 또 있었다. 안 의원은 이 부회장에게 “아직 50세도 넘지 않았는데 어른들 앞에서 그런 식으로 답변을 하느냐”고 호통을 쳤다. 이 부회장의 나이는 ‘최순실 게이트’와 아무런관계가 없다. 사회통념으로 보더라도 공적인 자리에서 공인들간 오고갈 얘기가 아니다. 청문위원의 권위는 나이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증인역시 나이로 인해 지적을 받아선 안된다.   

이번 청문회는 외신들도 큰 관심을 나타냈다.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한 대기업 총수들의 일거수일투족은 전 세계로 보도됐다. 이런 자리에서 청문위원들의 증인들에 대한 무의미한 조롱과 비아냥은 기업의 브랜드 가치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한번 추락한 브랜드 가치는 돈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

청문회에서 이렇게 본말이 전도된 질문들이 난무한다면 사회적으로 반기업정서는 확대, 재생산되고 기업들의 국회에 대한 반감은 더욱 커질 뿐이다. 미래로 가기위해 반성과 다짐의 장이돼야할 청문회가 질문자와 답변자간 반목만 키울 뿐이다.

지난 3일 전국에서 200만 촛불이 타올랐다. 청문회는 ‘최순실 게이트’의 정경유착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을 위한 자리가 됐어야 했다. 한국은 지금 역사가 바뀌는 중요한 기로에 서있다. 

국민은 정경유착의 한 축에 있던 대기업 총수들의 진정성있는 반성을 원한다. 청문위원들의 호통에 조직을 없애고 탈퇴하겠다는 강압을 원한 것이 아니다. 청문회는 국민과 국가의 미래를 위한 것이어야 한다. 청문회는 청문회 스타로 발돋음하기 위한 청문위원들의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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