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산 사람이 임자"…전기차 시장 '왜곡'하는 보조금
"먼저 산 사람이 임자"…전기차 시장 '왜곡'하는 보조금
  • 김남희 기자
  • 승인 2021.05.04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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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싹쓸이 예고에 현대차 울상…"해외 지원 사례 반면교사 삼아야"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서 소형 SUV 코나가 생산되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차)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서 소형 SUV 코나가 생산되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차)

[뉴스웍스=김남희 기자] 선착순으로 보조금을 지급하는 친환경차 구매 보조금 정책이 국내 전기차 시장을 왜곡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4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행 전기차 보조금 지급 방식은 미리 집행한 1년치 예산을 소진할 때까지 선착순으로 진행되고 있어, 국내 전기차 시장이 제품의 '경쟁력'이 아닌 '지역'이나 '출고 날짜'에 따라 결정되고 있다.

국내 친환경차 구매보조금은 미리 집행된 1년치 예산을 전부 사용할 때까지 운영되며 보조금 지급은 선착순으로 이뤄진다. 차량 구매 계약 후 차량 출고 및 등록이 완료되면 자동차 제조·수입사의 구매보조금 신청에 따라 각 지자체 별로 출고·등록·접수순으로 지급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때문에 전기차 수요가 많은 지역의 경우 먼저 출고된 차량으로 인해 보조금이 이미 모두 소진하면, 이후 차량이 출고된 소비자는 보조금 지급을 받지 못하는 구조다.

업계 전문가들은 지역과 출고 시기에 따른 보조금 지급 정책이 전기차 시장 질서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전기차 보조금은 소비자들의 전기차 구매 여부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인 중 하나다. '아이오닉5'의 경우 최대 1900만원(경상북도 기준)가량의 국고 및 지자체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데, 이는 '아이오닉5 롱레인지 익스클루시브' 모델 가격(4980만원)의 38%에 해당한다. 자동차 업체도 이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문제는 현대자동차 아이오닉 5의 첫 출고에 따라 표면에 드러나고 있다. 지난 3월부터 풀린 전기차 보조금이 빠르게 소진되고 있는 가운데 차량 출고가 늦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아이오닉5를 구매한 일부 지역의 소비자들은 전기차 구매 보조금을 받지 못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자동차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전기차 시장은 보조금이 나오는 3월부터 판매가 크게 늘어나고, 보조금이 소진된 뒤에는 판매가 급감하는 기형적인 형태"라며 "보조금 규모가 적지 않은 만큼, 제품 품질보다는 빨리 구입할 수 있는 제품 위주로 시장이 돌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저공해차 누리집에 따르면 서울시의 경우 이미 전체 보조금 지급 대수(5067대)의 약 97%에 해당하는 4958대에 대한 보조금 지급 신청이 접수됐고, 1292대는 이미 보조금 지급이 완료됐다. 보조금 지급이 완료된 차량의 약 70%는 테슬라의 차량인 것으로 전해진다.

더욱이 곧 테슬라의 대규모 차량 출고 및 인도가 이뤄질 예정이라 남은 보조금마저 모두 소진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이달 초 약 1만대 가량의 테슬라 차량이 출고·인도될 예정이다. 일부 소비자는 이미 인도 날짜를 안내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아이오닉5의 출고가 지연될 것으로 예상돼 상대적인 불이익을 받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달 말부터 진행 중인 아이오닉5의 첫 출고량은 글로벌 반도체 공급 부족 및 차량 부품 수급 차질로 현재 1000대 수준에 머무른 것으로 나타났다. 차량 출고 시기가 늦어질 경우, 보조금 지급이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만큼, 소비자들이 선택을 주저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논란이 커지자 환경부는 서울·부산시 등 보조금 소진이 빠른 지자체와 추가경정예산을 책정해 보조금을 늘리는 방안을 강구 중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전문가들은 추경은 미봉책일 뿐 미국 등과 같이 정책적 차원에서 근본적인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의 경우 이런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누적 내수 전기차 판매량이 20만대를 초과한 업체(테슬라·제너럴모터스)에게는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는 방식으로 보조금 쏠림을 방지하고 있다.

양재완 한국자동차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거주지나 신청 시기에 따라 보조금 수령 가능성이 달라지지 않도록 보조금 제도를 합리화할 필요가 있다"며 "지역별 전기차 수요에 따라 각 지자체의 보조금 예산을 지역을 넘어 유동성 있게 운영하는 등의 방식을 적용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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