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문병도 기자
  • 입력 2021.05.07 10:19

서성배 KAIST 교수 연구팀…국제학술지 '네이처' 게재

초파리의 필수아미노산 항상성 유지 기전 모식도 (그림제공=KAIST)

[뉴스웍스=문병도 기자] 서성배 한국과학기술원(KAIST) 생명과학과  교수 연구팀이 이원재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연구팀과 공동연구를 통해 동물이 체내 단백질, 필수아미노산 부족을 감지하는 장 세포와 필수아미노산을 섭취하도록 섭식행동을 조절하는 구체적인 원리를 규명했다. 

공동연구팀은 필수아미노산을 생산하는 장내미생물이 이러한 메커니즘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 지도 규명했다.

동물은 수분이 부족하면 갈증을 느끼고 물을 마시고, 혈당량이 떨어지면 당을 찾아 먹는다. 

수분이나 당분뿐만 아니라 단백질도 중요한 영양소이며 20 여종의 아미노산으로 이루어져 있다. 

10개의 아미노산은 우리 몸이 합성하지 못하는 필수아미노산(EAA)으로서 음식물이나 장내세균을 통해서만 보충된다. 

인체는 EAA의 체내 결핍을 본능적으로 인지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결핍된 EAA를 선호하도록 식성을 바꿔서 EAA를 더 많이 섭취할 수 있게 유도함으로써 EAA들을 효과적으로 보충한다고 알려져 있다.

'EAA 결핍 인지' 및 'EAA를 선호하는 식성으로 변화 유도'라는 두 가지 현상은 인체뿐 아니라 지구상의 대부분 동물에서 관찰된다고 알려져 있다. 

학계에서는 '생체가 어떻게 체내의 EAA 결핍을 인지하는가?', '인지 후 어떻게 EAA를 선호하는 식성을 유도하는가?'와 같은 근본적인 질문에 아직 답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 

공동연구팀의 이번 논문은 이 질문에 대한 명쾌한 해답을 제공한 최초의 연구 결과다.

필수아미노산 항상성은 수분 항상성보다 복잡한 메커니즘을 가질 수밖에 없다. 

장내미생물의 종류에 따라 반드시 섭취해야 하는 필수아미노산의 종류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필수아미노산과 같이 미생물을 통해 합성이 가능한 영양소의 경우, 똑같은 종의 동물들이라 해도, 동일한 필수아미노산이 부족한 상황에서 각 개체가 보유하고 있는 장내미생물의 종류에 따라 다른 식성을 보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공동연구팀은 연구에서 어떤 유전자가 체내 EAA 부족을 감지하는지 찾아내고, 어떤 신호를 통해 부족한 아미노산을 섭취하도록 섭식행동을 조절하는지 규명했으며, EAA을 생산하는 장내미생물이 이러한 메커니즘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확인하기 위한 실험을 진행했다.

연구진은 초파리에 다양한 EAA 결핍 상황을 유도해서 초파리의 생리학적 변화를 분자생물학적 기법을 통하여 조사했다. 

연구 결과 EAA 결핍 상황이 되면 초파리의 장 호르몬 중 하나인 CNMa 호르몬이 장 상피세포에서 분비됨을 밝혀냄으로써 상피세포가 EAA를 흡수하면서 결핍 여부를 감지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공동연구팀은 CNMa 호르몬이 발현되는 과정에서 기존에 세포 내 아미노산 센서로 잘 알려진 Gcn2와 Tor 효소들이 관여한다는 사실도 증명했다. 

분비된 CNMa 호르몬은 그 수용체가 발현하는 장 신경세포를 활성화해서 뇌로 신호를 보냄으로써 EAA를 선호하는 식성을 가지도록 유도한다는 사실도 연구팀은 밝혀냈다. 

김보람 박사는 "연구 결과는 장내미생물에서 동물의 장, 그리고 뇌로 이어지는 장내미생물-장-뇌 축을 통해 아미노산 결핍이 일어난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밝혔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라며 "장내미생물과 동물의 식습관이 장-뇌 축을 통해 조절된다면, 미생물 섭취라는 방법을 통해 현대인의 불균형한 식습관으로 인한 만성 질병을 개선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원재 교수는 "연구 결과는 장내세균에서 동물의 장, 그리고 뇌로 이어지는 장내세균-장-뇌 축을 통해 EAA 결핍을 인지하고 이를 복구하기 위해 EAA를 선호하는 식성으로 생리학적인 변화가 일어나는 일련의 과정을 처음으로 밝혔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라며 "EAA 결핍인지 시스템 및 관련된 섭식행동 시스템을 정상적으로 제어함으로써 비만-당뇨와 같은 중요한 대사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획기적인 치료법을 제안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지난 5일 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KAIST 김보람 연구원, KAIST 생명과학과 서성배 교수,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 이원재 교수
김보람(왼쪽부터) 연구원,서성배 교수, 이원재 교수 (사진제공=KA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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