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경보 기자
  • 입력 2018.01.20 07:30

계열사 2곳 규제대상… 스스로 문제 풀게 유도 바람직

기아자동차 중형세단 K5가 화성 사업장에서 조립되고 있다. <사진제공=기아자동차>

[뉴스웍스=박경보 기자] 현대차그룹은 순환출자 해소 뿐만 아니라 일감 몰아주기와 전속거래, 수직계열화 문제 등도 해결해야 하는 과제를 떠안고 있다. 이 같은 정부의 ‘셀프 개혁’ 요구에 현대차그룹이 큰 고민에 빠진 가운데 지배구조는 정부가 아닌 기업에 맡겨야 한다는 일각의 지적이 나온다. 

현대차그룹은 현대‧기아차 현대제철, 현대모비스, 현대글로비스 등 주요 계열사들을 ‘수직계열화’시켜 강판부터 제조, 판매, 운송, 금융에 이르는 전 과정을 그룹 안에서 해결하고 있다. 

특히 이 같은 수직계열화는 일감 몰아주기와도 긴밀히 맞닿아 있다. 정부는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지분을 보유한 현대차그룹 계열사들의 일감몰아주기를 규제 레이더에 포착했다. 현행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자산총액 5억원 이상의 대규모기업집단 가운데 총수일가 지분이 상장사의 경우 30%, 비상장사의 경우 20%를 초과하는 계열사의 내부거래 금액이 200억원 또는 연간 매출의 12% 이상일 경우 과세대상이다.

이에 따라 현대차그룹은 정몽구 회장과 정 부회장 등 총수일가가 지분을 매각하는 방식으로 일감몰아주기 규제대상 계열사 수를 2015년 5곳에서 지난해 2곳으로 줄였다. 하지만 현대머티리얼, 현대커머셜은 여전히 규제대상에 놓인 상황이다.

또 현대차그룹은 중소 협력사들과 현대기아차와만 거래하도록 하는 ‘전속거래’ 관계도 유지하고 있다. 이 같은 구조는 차량 개발과 생산에 들어가는 시간을 단축시키고 원가 절감 등의 효율성도 얻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기둥인 현대차와 기아차가 무너지면 그룹 전체는 물론 전속거래하는 협력사까지 심각한 위기에 처한다는 점에서 개선 필요성이 대두돼왔다.

이에 따라 정부가 현대차의 순환출자고리보다 수직계열화나 일감몰아주기에 먼저 칼날을 들이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권오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정책팀장은 “정부가 시행령이나 고시 개정 등을 통해 일감몰아주기 문제에 접근할 가능성도 있다”며 “대기업 개혁과 관련한 법안들이 계류 중인데 국회를 설득하는 정부의 노력도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정부의 대기업 규제가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지 않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재계 관계자는 “세금우대 등 인센티브 등을 통해 좋은 쪽으로 유도해야지 무조건 규제를 들이미는 것은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다”며 “국내 공정거래법은 시장질서를 지키는 것보다 대기업 규제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기업 지배구조는 옳다 그르다 가치판단을 내릴 수 없는 정답이 없는 문제”라며 “지배구조는 정부가 아닌 기업이 자율적으로 정하고 그 판단이 잘못돼 쓰러진다면 그것도 기업이 스스로 책임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현대차그룹의 현 상황에 큰 우려를 표했다. 그는 “현대차그룹은 지배구조 개선, 노조 내 세대 간 노노(勞勞)갈등, 노사문제, 경영권 승계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며 “게다가 영업이익률도 갈수록 줄고 시장에서 이렇다 할 부가가치도 못 만들고 있어 고민이 많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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