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경보 기자
  • 입력 2018.02.28 14:38

노조 "경영 실패를 노동자들에게 전가하지 말라"

한국지엠 군산공장 전경. <사진출처=산업통상자원부>

[뉴스웍스=박경보 기자] 한국지엠의 올해 3차 임단협 교섭이 28일 열렸으나 별다른 소득 없이 입장차만 확인했다. 노사 간 임단협 타결에 실패하면서 GM의 신차 배정도 물 건너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지엠 노사 양측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11시 25분까지 부평공장 LR대회의실에서 4차 임단협 교섭을 진행했다. 카허 카젬 한국지엠 대표와 임한택 노조지부장을 비롯해 총 35명이 자리에 참석했다.

이날 노조는 GM 본사에서 파견된 ISP(International Service Personnel) 임직원의 임금, 과도한 연구개발(R&D) 비용 문제, 군산공장 폐쇄 등과 관련해 사측의 해명을 요구했다. 하지만 사측은 노조 측이 원하는 답변을 내놓지 않으면서 1시간 25분 만에 교섭이 종료됐다.

노조는 ISP 임금과 관련해 “언론에는 조합원들의 임금이 상세히 공개되고 있는데 ISP의 복지와 임금에 대해서도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사측은 “개개인의 임금은 기밀자료라 공개할 수 없고 추후 교섭에서 평균 금액에 대해 노조 간사와 논의해 밝힐 것”이라고 답했다.

노조에 따르면 한국지엠의 ISP는 100여명에 이르고 이들 가운데 전무급 이상 임직원 16명은 한국지엠으로부터 주택 임대료와 자녀 학자금 등을 지원받고 있다. 이들에게 들어가는 연간 총 비용만 320억원 가량 지출되고 있다는 게 노조 주장이다.

또 이날 노조는 과도한 R&D 비용 문제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노조는 “지난 15년간 R&D 비용 7조2000억원을 지불했다”며 “이는 국내 타사와 비교해보면 신차 10대를 연구할 수 있는 비용”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사측은 “2010년 GTO 협약에 의해 GM의 글로벌 연구개발로 정책이 바뀌었다”고 답했다.

이에 노조는 즉각 반발하며 “GTO 협약에 의해 우리가 개발을 하면 우리가 생산해야 하는데 GM의 허락을 받는 건 잘못된 것”이라며 “비용이 이런 식으로 빠지면 흑자도 어렵고 노사 신뢰를 운운하는 것도 맞지 않다”고 일갈했다.

또 사측은 노조의 군산공장 폐쇄 관련 입장을 묻는 질문에 “군산공장 조합원에게 불가능한 희망을 주는 건 잘못된 것”이라며 “회사가 최대한 할 수 있는 조치로 희망퇴직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3월 2일 희망퇴직 마감 이후 조치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논의할 시기는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노조는 “사측이 노동자들에게 경영상의 실패를 전가하지 말고 사측 교섭임원들도 다음차수까지 희망퇴직을 논의해서 노조에게 가져오라”고 요구했다. 이어 “이런 식의 교섭은 무의미하다”고 모두 발언한 뒤 교섭을 끝냈다.

임단협이 성과 없이 끝나면서 다음 달 초 예정된 GM의 글로벌 신차 배정을 못 받는 것 아닌지 우려감이 고조되고 있다. GM은 한국지엠이 신차물량을 받으려면 연간 약 6000억원에 이르는 영업손실을 줄여야 한다고 못박은 상태다. 따라서 임단협을 통해 비용절감방안을 서둘러 내놓아야하는 상황이지만 노사 간 입장차는 좁혀지지 못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사측은 비정상적인 경영에 대한 의혹을 투명하게 먼저 밝히고 노조도 고통분담을 위한 양보가 필요하다”며 “존폐 기로에서 회생하려면 노사 간 양보와 협력 뿐”이라고 조언했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