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한동수기자
  • 입력 2015.12.11 17:33

파나소닉, 도요타와 손잡고 B2B 자동차전장사업 집중 후 흑자전환

“일본의 파나소닉을 보면 삼성·LG전자의 미래가 보인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의 자동차 전장부품 사업진출선언과 LG전자의 B2B(기업간거래)확대 정책에 대해 이 같이 말했다.

천문학적인 적자에서 벗어난 일본의 파나소닉이 스마트 자동차 전장(電裝)부품사업에 뛰어든 국내 전자업계의 성공 모델로 다시한번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파나소닉은 2008년 3,800억엔(약 3조7000억원)적자에 이어 2011년과 2012년 해마다 7000억엔(약 6조8000억원)이상의 적자를 기록했다.

당시 업계에는 파나소닉이 곧 문을 닫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그런데 파나소닉은 1년만인 2013년 1204억엔(1조1641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흑자전환한다.

2년연속 7조원에 육박하는 적자를 기록한 기업이라고 믿을 수 없는 경이로운 실적이었다.

이 여세를 몰아 파나소닉은 2014년 순이익이 전년보다 49.08% 늘어난 1795억엔(1조7355억원)에 달했고, 올해 상반기(일본 회계연도상 4~9월)엔 전년대비 38.0%가 증가한 1113억엔(1조762억원)의 순이익을 기록, 올해 2조원 돌파를 눈 앞에 두고 있다.

일본 언론들은 파나소닉의 실적을 ‘어닝 서프라이즈’라고 표현하지 않는다. 기적이라고 한다. 기적의 발단은 ‘성역 파괴’였다.

그들만의 신화와 금기를 깼다

파나소닉은 2012년 7조원의 적자를 기록한 후, CEO를 쯔가 가츠히로 사장으로 교체한

2013년 취임 1년만에 7조원 적자에서 1조원 흑자로 전환시킨 쯔가 가즈히로 파나소닉 사장

다. 구조개혁에 나 선 쯔가 사장의 일성(一聲)은 ‘성역 파괴’였다.

파나소닉은 1917년 창업주 마쓰시다 고노스케의 이름을 딴 ‘마쓰시다 전기’로 설립됐다.(창립일은 이후 1932년 5월5일로 정해짐) 1920년대초반 세계 경제 대공황기. 업계에 인력감축이 휘몰아 쳤다. 고노스케 회장은 당시 “인력감축은 없다. 대신 반나절만 근무하고 생산량은 반으로 줄인다. 그러나 월급은 전액지급한다”고 발표한다.

고 마쓰시다 고노스케 파나소닉 창업주

그는 “내 눈에는 모든직원이 나보다 위대해보인다”라는 말도 남겼다. 직원들의 존경을 받으며 1989년 별세했다. 이후 파나소닉의 금기사항 중 으뜸은 ‘인력감축’이었다. 그리고 TV로 성장한 파나소닉에서 TV는 고노스케 창업주 그 자체로 인식돼 있었다. 

그러나 쯔가 사장은 파나소닉 직원들이 자랑스러워했던 그들만의 신화와 금기를 파괴한다.

도요타와 손잡다

파나소닉은 2012년 ‘자동차 전장부품 사업 진출’을 선언하고 1차로 전기자동차용 밧데리 생산에 돌입했다. TV등 백색가전 사업은 대부분 접었다. 인력 구조조정도 실시했다.

그는 TV를 비롯한 가전부문의 중복된 인력(파나소닉은 2010년 산요를 인수했다)에 대해 과감한 인력조정에 나섰다. 2010년 38만명이던 임직원은 2014년 11만명이 줄어든 27만명이었다.

다음 선택은 무리한 인수라고 비난 받던 산요의 2차전지사업 육성이었다. 쯔가 사장 취임 후 돌파구를 찾은 것이 바로 전기차용 밧데리였다. 

이 후 세계 최대 자동차메이커인 도요타를 설득했다. 애국심도 자극시킨 것으로 니혼게이자이 등 일본 언론들은 보도한다.

도요타는 망해가던 파나소닉과 2013년 전기차 밧데리 생산 합작법인 'PEVE'를 설립한다. 도요타와 파나소닉의 시너지는 엄청났다. 도요타는 2015년 6월기준 전세계 전기자동차 점유율 68%를 기록하고 있다. 미국에서 프리우스와 캠리 전기차의 돌풍은 엄청났다. 이는 한 번 충전 후 주행시간이 150시간 내외였던 밧데리 용량을 300시간으로 늘린 파나소닉의 기술이 접목됐기에 가능했다. 물론 파나소닉은 7조원 적자에서 1년만에 1조원대 흑자로 돌아서는 기적을 만들어냈다.

 

삼성과 LG 그리고 현대·기아차의 협업 가능할까

전기자동차와 자율주행자동차는 완성차 공장을 보유한 국가들의 미래를 책임져 줄 전략사업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부활한 파나소닉에 대한 연구는 홈엔터테인먼트 사업에서 고전 중인 LG전자가 가장 적극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는 지난 2분기 홈엔터테인먼트(HE)사업부문에서 827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LG그룹의 한 관계자는 “올 초부터 그룹내 경제연구원에 별도의 TF를 구성, 일본의 파나소닉을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연구했다”고 말했다.

LG그룹의 B2B사업 강화와 VC(자동차 부품)사업 육성 등은 파나소닉의 성공모델을 본보기로 삼고 있다. 현재 LG화학은 전기차용 2차전지를 현대차와 기아차에 납품하고 있다.

삼성SDI도 전기차용 밧데리를 생산, 폭스바겐 BMW 등에 수출하고 있다. 현대·기아차에는 아직 납품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삼성SDI의 한 관계자는 “현대·기아차에 언제든 납품할 준비는 돼있지만 아직 성사가 안된 것 뿐”이라며 “앞으로 그룹의 미래 전략사업으로 전장부품 생산이 이뤄지면 국내 업체뿐만아니라 전세계 완성차업체를 대상으로 본격적인 마케팅 활동을 펼쳐 나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감덕식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2000년대 초반만 해도 한국기업은 일본 기업에 대한 추격자였지만, 이젠 중국·대만 등 신흥 저원가 기업이 한국을 추격하고 있다”며 “한국은 현재 선도자라기 보다는 방어자의 위치에 가까운 만큼 시너지 창출을 위한 전략적인 업종간 융합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이어 “전기차와 자율주행차에서 앞 선 기술력을 확보한 일본·독일 등 선진 기업들과 경쟁 체제를 갖추기 위해선 우리 기업들도 협업체제 구축이 필요하다”며 “파나소닉과 도요타의 협업 성공에서 봤듯이 자율주행자동차 상용화를 앞두고 자동차와 IT·반도체 기업들이 프로젝트별로 융합하는 것도 시너지를 극대화 시킬 수 있는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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