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경보 기자
  • 입력 2018.03.10 05:36

관세부과 대상 품목 따져보고 WTO제소 등 조치 취해야

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철강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안에 서명하기 앞서 관련 업종 노동자들에게 이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트럼프SNS>

[뉴스웍스=박경보 기자] 미국 정부가 수입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고율의 관세를 추가로 부과하기로 하면서 국내 철강업계의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특히 미국 정부가 국가별로 관세율을 차등 적용하기로 한 것은 국제 규범을 위반한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하지만 FTA 대상국은 예외로 규정하고 있는만큼 한국은 한미 FTA 재협상을 적극 이용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8일(현지시각) 무역확장법 232조 조치에 따라 수입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해 각각 25%와 10%의 관세를 일괄 부과하는 방안에 서명했다. 이에 따라 캐나다와 멕시코를 제외하고 모든 국가들은 ‘관세 폭탄’을 떠안게 됐다. 업계에 따르면 미국에 수출하는 철강에 25%의 관세를 적용하면 향후 5년 간 최고 24억달러(2조5000억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통상 전문가들은 미국 관세 조치가 국제 규범에 어긋나지 않는지 따져보고 WTO에 제소해야한다고 조언했다. 또 한미 FTA 재협상에서 철강을 테이블에 올려 논의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고준성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날 뉴스웍스와의 통화에서 “아직 구체적인 관세부과 대상 품목이 나오지 않아 업계의 산업적 영향을 정확히 분석하긴 어렵다”면서도 “국가 안보를 이유로 철강 수입을 제한하는 미국의 조치는 근거가 취약한 만큼 WTO 제소가 필수”라고 설명했다.

이어 고 연구위원은 “하지만 이번 조치는 미국으로서 충분히 할 수 있는 조치이기 때문에 우리 업계와 개별기업에 미칠 영향을 정확히 평가해 대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업계는 미국 의존도가 높은 강관류가 상당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이 주로 수출하는 강관류는 우리도 전체 철강 대미 수출량의 50%가 넘는 품목이다. 따라서 이번 조치는 중국이 핵심 타깃인 만큼 우리 철강업계도 ‘관세 폭탄’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고 연구위원은 캐나다와 멕시코 이외에 다른 국가들을 대상으로도 관세율을 조정하기로 한 것은 국제규범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WTO의 국제 규범은 통상에서 정치외교적인 사안을 고려하지 않도록 하고 있어 관세 부과는 모든 나라에 일괄 적용돼야 한다”며 “하지만 미국과 FTA 협상을 체결하지 않은 EU 등 다른 국가들에 대해서도 관세를 수정할 가능성을 내비친 것은 국제 규범에 반할 가능성이 있다”며”고 설명했다.

이어 “자유무역협정 관련 예외조항이 있어 미국과 함께 나프타 소속인 캐나다와 멕시코에는 호혜적 배려로 면제가 적용된 것”이라며 “우리도 미국과 FTA를 맺고 있는 만큼 다른 국가들보다는 다소 유리한 고지에 있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한미 FTA 재협상을 이용해 최대한 관세율 조정을 이끌어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한미 FTA협상 수석대표와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 등을 지낸 김종훈 전 의원 역시 “트럼프의 미국 일방주의식 통상정책이 11월 미 의회 중간선거를 앞둔 정치적 고려가 작용한 것”이라며 “한미 FTA개정 협상의 장이 열려있기 때문에 이를 미국의 통상 압박을 완화시키는 소화전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최원기 국립외교원 경제통상연구부 교수는 “WTO 제소 등 국제 통상규범에 입각한 가용수단을 활용하고 미국 핵심 통상 담당자와 소통할 수 있는 ‘통상특사’ 파견도 적극 고려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편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지난 7일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를 만나 철강 관세 조치와 관련한 우려를 전달했다. 산업부는 한국산 철강재에 대한 관세 경감이나 면제를 위해 USTR와 관련 협의를 조속히 진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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