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경보 기자
  • 입력 2018.10.05 17:53

대규모 투자 및 M&A 계획 '속도'…지배구조 개편도 탄력받을 듯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 10월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열린 ‘롯데지주 주식회사’ 출범식에서 지주사기(旗) 전달 세레모니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롯데그룹)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 10월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열린 ‘롯데지주 주식회사’ 출범식에서 지주사기(旗) 전달 세레모니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롯데그룹)

[뉴스웍스=박경보 기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5일 열린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경영에 복귀하게 됐다. 총수 부재 장기화 우려에서 벗어난 롯데그룹은 대규모 투자 및 채용은 물론 지배구조 개편에도 속도를 내게 될 전망이다.

앞서 롯데는 지난 2016년 10월 경영비리 관련 검찰수사가 끝난 이후 그룹 개혁안을 발표했다. 당시 신 회장은 2017년부터 5년간 7만명 신규 채용 및 총 40조원 규모의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뿐만 아니라 회장 직속 준법경영위원회 신설, 과거 정책본부 축소 재편, 호텔롯데 상장, 지주사 체제 전환 등 그룹의 전반적인 체질 개선을 약속했다.

하지만 신 회장이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돼 지난 2월 13일 법정구속된 이후 롯데의 이 같은 경영현안은 사실상 ‘올스톱’된 상태였다. 신 회장의 법정구속 직후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 비상경영위원회가 구성돼 경영활동을 이어오긴 했지만 국내 재계 특성상 총수의 의사결정 권한은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그간 롯데가 전문경영인체제로 운영되긴 했지만 해외 진출이나 신규사업 확대 등 굵직한 투자계획은 신 회장의 판단 없이 추진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게 재계의 중론이다. 실제로 롯데는 올 들어 국내외에서 약 10건에 달하는 총 11조원 규모의 인수합병을 검토했지만 포기 또는 무기한 연기했다. 

하지만 이날 신 회장이 석방되면서 롯데의 경영시계가 한층 빠르게 돌아갈 전망이다. 우선 롯데는 총수 부재로 답보상태였던 인도네시아 유화단지 투자 및 인수합병 등을 우선 검토할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롯데케미칼은 인도네시아 국영 철강회사인 크라카타우 스틸이 소유한 타이탄 인도네시아 공장 인근 대지를 매입해 대규모 유화단지를 건설하는 방안을 검토해왔다. 투자 규모가 약 4조원에 달하기 때문에 신 회장의 부재로 최종 투자의사 결정이 늦어졌었다.

이 밖에도 롯데는 베트남, 인도네시아 미국, 유럽 등지에서 사업 전 부문에 걸쳐 인수합병 등 투자 계획을 면밀히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롯데그룹의 지주사 체제 구축 등 지배구조 개선 작업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앞서 신 회장은 지난해 10월 총 42개 계열사를 편입한 롯데지주를 설립해 한국 롯데의 지배력을 강화했다. 롯데지주는 현재까지 국내 계열사 91개 가운데 51개사를 편입한 상태다, 지배구조 고리의 핵심인 호텔롯데, 롯데물산, 롯데케미칼까지 지주사에 편입된다면 롯데의 완전한 지주사 체제가 완성된다. 

특히 신 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의 지배력을 떨어뜨리기 위해 추진해 온 호텔롯데의 상장도 탄력 받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호텔롯데는 일본롯데가 지분 97.2% 보유하고 있지만 상장 시 일반 주주 비중이 40%까지 높아져 일본롯데의 지배력을 크게 떨어뜨릴 수 있다. 한국거래소는 기업 상장 요건 심사에서 회사의 경영 투명성을 주요 평가 항목으로 삼고 있어 신 회장의 석방이 호재로 작용할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또 롯데는 롯데손해보험, 롯데카드 등 금융 계열사들을 처리하는 절차도 밟을 수 있게 됐다. 금산분리 규제에 따라 롯데지주는 금융 계열사를 소유할 수 없지만 총수 부재 여파로 아직 첫 발도 못 뗀 상황이다. 롯데지주는 롯데카드 지분 93.78%, 롯데캐피탈 지분 25.64% 등을 보유하고 있으며 내년 10월까지 이를 처분해야한다. 

한편, 신 회장은 이날 석방되며 기자들에게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앞으로 열심히 일 하겠다"고 말했다. 

롯데그룹도 신 회장의 석방과 관련 입장문에서 "그간 원활하게 진행되지 못했던 일들을 챙겨 나가겠다"며 "국가 경제에 이바지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이 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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