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경보 기자
  • 입력 2018.10.05 17:03

재판부 "뇌물공여혐의 유죄지만 책임 엄히 묻기 어려워"
총수일가 경영비리 사건 횡령혐의도 무죄로 뒤집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진=뉴스웍스DB)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진=뉴스웍스DB)

[뉴스웍스=박경보 기자]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돼 실형을 선고받았던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구속 234일만에 석방됐다. 그룹의 최고 의사결정권자인 신 회장이 경영에 복귀하게 되면서 그간 ‘올스톱’됐던 롯데의 향후 투자계획이 속도를 내게 될 전망이다.

서울고등법원 형사8부(강승준 부장판사)는 4일 오후 2시 30분 열린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신 회장에게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신 회장은 앞서 1심에서는 국정농단 사건의 뇌물 혐의로 징역 2년 6개월, 경영비리 사건의 횡령·배임 혐의로 징역 1년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받았다. 

이날 재판부는 지난 1심과 마찬가지로 신 회장이 박 전 대통령에게 면세점 특허를 청탁하는 대가로 최순실씨가 소유한 K스포츠재단에 70억원을 뇌물로 지원했다는 혐의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청탁의 대상인 면세점 재취득이라는 현안이 존재했고 박 전 대통령이 현안 자체와 자신의 권한을 잘 알고 있었다고 판단된다"며 "대가성을 인식하며 70억원을 지원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통령이 먼저 요구해 수동적으로 응했고 불응할 경우 기업활동 전반에 불이익을 받을 두려움을 느낄 정도였다"며 "의사결정의 자유가 다소 제한된 상황에서 뇌물공여 책임을 엄히 묻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아울러 재판부는 당시 롯데 외에도 대통령의 요구에 응한 그룹이 여럿 있었고, 대통령이 최순실씨의 개인적 이익을 도우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던 데다 지원 전후로 면세점 정책이 롯데에 특별히 유리하게 집행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 등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했다고 덧붙였다. 

경영비리 사건과 관련해서는 롯데시네마 매점에 영업이익을 몰아줬다는 일부 배임 혐의를 1심과 마찬가지로 유죄로 인정했다. 하지만 신 회장의 배임혐의는 신격호 총괄회장의 책임이 무겁고 수동적으로 가담한 것에 불과해 책임이 상대적으로 가볍다고 봤다.

특히 총수일가에 공짜 급여를 지급했다는 횡령 혐의에는 1심 판결을 깨고 무죄로 판단했다. 신격호 총괄회장의 지시에 따라 급여가 지급되는 것을 용인했지만 공모했다고 볼 수 없다는 게 이유다.

한편 재판부는 신 총괄회장에게는 배임혐의 일부와 횡령혐의를 유죄로 인정했지만 1심보다는 가벼운 징역 3년과 벌금 30억원을 선고했다. 또 1심과 마찬가지로 건강상의 이유로 신 총괄회장을 법정구속하지는 않았다.

이와 더불어 배임혐의로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던 서미경씨와 채정병 전 롯데그룹 지원실장도 공범의혹에서 벗어나며 나란히 무죄 판단을 받았다. 신동주 전 부회장 역시 1심과 같이 무죄를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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