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명수 기자
  • 입력 2018.10.23 13:34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트럼프 SNS)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트럼프 SNS)

[뉴스웍스=박명수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러시아와 중국을 겨냥해 "그들이 제정신을 차릴 때까지 핵무기를 늘리겠다"면서 중거리 핵전력 조약(INF) 파기를 거듭 위협했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선거지원 유세를 위해 텍사스주(州)로 떠나기에 앞서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러시아가 협정을 준수하지 않았기 때문에 나는 협정을 끝내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중국을 거론하면서 "그들(중국)도  협정 당사국에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이 핵무기를 증강할 준비가 돼있느냐는 질문에는 "그들이 제정신을 차릴 때까지 우리는 그것(핵무기)을 증강할 것"이라며 "우리는 그 누구보다 많은 재원이 있다"고 강조했다.

러시아가 협정을 지키지 않고 중국이 협정에 포함되지 않을 경우 INF를 파기하고 핵무기 증강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그들이 협정을 준수하면 우리는 (핵무기 증강을) 멈출 것이며, 나아가 감축도 할 것이다"고 밝혔다.

INF 파기 위협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한 위협이냐는 질문에는 "누구에게든 위협이다. 중국, 러시아를 포함한다. (우리와) 게임을 하고 싶어하는 누구든 포함된다"면서 "나를 상대로 게임을 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INF는 1987년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당시 소련 공산당 서기장이 맺은 조약이다. 핵 탄두 탑재가 가능한 사거리 500∼5500㎞인 중·단거리 탄도·순항미사일의 생산과 실험, 배치를 전면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조약에 따라 양국은 1991년 6월까지 중·단거리 탄도·순항미사일 2692기를 폐기하는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 '러시아의 INF 위반'을 이유로 INF 파기를 선언하면서 중국과 러시아에 새로운 조약 마련을 요구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INF 체결 당사국이 아니란 이유로 핵미사일을 마음대로 개발하는 상황 또한 두고 볼 수 없다"고 밝혀 국제사회에 파문을 일으켰다.

이에대해 러시아와 중국은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미국이 INF에서 탈퇴한 뒤 새로운 미사일을 개발하면 러시아도 똑같이 대응할 것"이라며 양국의 군비 경쟁 가능성을 예고했다.

환구시보 등 중국 관영매체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INF 파기 선언은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것"이라며 "러시아가 그동안 조약을 위반했다는 주장은 핑곗거리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러시아를 방문 중인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현재 많은 국가가 중거리 핵미사일을 개발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과 러시아 간 양자협정은 더 이상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22일(현지시간) 러시아 라디오방송인 '에코 모스크바'와의 인터뷰에서 "(INF는) 러시아와 미국에 적용되는 조약이지만 지금은 이란, 중국, 북한 등의 나라들도 중거리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을 생산한다"면서 "미국과 러시아만 양자 조약에 묶여있는 반면 다른 나라들은 여기에 구속되지 않는 이상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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