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양민후 기자
  • 입력 2018.10.24 14:00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뉴스웍스=양민후 기자] 지난 3년간 발생한 의료분쟁 5700여건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2500여건에 대한 중재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현행법은 의료분쟁 피해자가 조정신청을 해도 의료기관이 거부하면 조정이 성립되지 않는 맹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2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상희 의원(더불어민주당)이 한국의료분쟁중재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3년간(2016~2018년 6월) 의료사고 등으로 발생한 조정·중재 신청건수는 모두 5768건이었다. 이 가운데 의료기관이 조정·중재 자체를 거부한 사례는 2560건(44%)에 달했다.

병원측이 거부한 2560건 가운데 1755건(69%)은 특별한 사유 조차 없었다. 이처럼 의료기관의 거부로 조정·중재가 성립되지 않으면 피해자는 민사 소송으로 가거나 경찰·검찰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다. 피해를 입은 사람이 더 많은 수고를 해야 하는 것이다.

특히 중재원은 의료기관이 조정을 거부할 경우 피해자에게 ‘각하 통지서’를 발송하는데, 그 내용이 무성의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각하 사유란에는 “피신청인의 조정 불응의사 확인” 단 한 줄만이 명시될 뿐이다. 중재원은 지금까지 의료사고로 피해를 입은 사람에게 이런 한 줄짜리 무성의한 각하통지서를 보내온 것이다.

중재원에 대한 환자의 불만은 만족도 조사에서도 드러났다.

중재원의 고객만족도 조사결과를 보면, 환자의 만족도는 2015년 68점에서 2017년 50점으로 대폭 하락했다. 다른 의료기관에 대한 만족도는 같은 기간 큰 차이가 없는 것과 대조적인 상황이다.

김 의원은 지난 8월 6일, 이런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의료기관에게 ‘객관적인 거부 사유가 포함된 답변서’ 제출을 의무화하고 이를 거부할 경우 조정절차가 자동으로 개시되도록 하는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을 발의했다. 하지만 대한의사협회는 “사유서 미제출시 조정 자동개시는 과도한 조치”라며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김 의원은 “지금까지 보건복지부와 중재원은 의료사고에 대해 너무나 소극적이고 안일한 자세로 대처해 왔다”며 “중재원을 통해 피해자와 의료기관의 의견을 문서상으로 명확하게 정리한다면 불필요한 싸움과 소송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의료사고로 가뜩이나 힘들고 어려운 처지에 놓여있는 피해자와 그 가족들에게 이런 무성의한 각하통지서를 보내는 것은 상처받은 가슴에 대못을 박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앞으로 조정을 거부하는 의료기관에 대해서는 사유를 명확히 밝혀 의료인과 환자 사이의 정보비대칭을 조금이라도 완화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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