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한동수기자
  • 입력 2016.01.28 17:43

한국 간판 기업들의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 이들 기업들은 ▲세계적인 수요감소 ▲중국의 공급과잉 ▲저유가 등을 원인으로 꼽는다. 대부분 대외 변수들이다.

이런 변수에 대해 예측과 대비는 어떻게 해왔는지 차분히 짚어봐야할 시점이다. 그래야 올해와 내년을 넘길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SK하이닉스 LG전자 등이 잇따라 발표한 지난해 실적을 보면 매출대비 영업이익이 줄어들고 있다. 쉽게 말해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

저유가, 원화약세 등은 예전 기준에선 수익창출이 극대화될 요소들이었다. 그러나 유가하락은 주요 수출대상국의 경기 둔화로 이어져 수요 부진으로 귀결됐다.

중국의 저가 경쟁도 원화약세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판매가격 하락 요인으로 작용했다. 수익성 악화의 원인이다.

28일 삼성전자는 지난해 실적을 발표했다. 외형상으로는 4년연속 매출액 200조원을 돌파해 마음을 놓을 만한 성적인 듯하다. 그러나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보면 마음을 놓을 여유가 사라진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매출액은 전분기대비 3.16% 늘어난 53조3200억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16.9% 감소한 6조1400억원이었다. 전분기보다 더 많이 팔았지만 이익은 줄어든 것이다.

연간실적을 봐도 비슷한 우려가 생긴다. 삼성전자는 연간 기준으로 매출액이 3%정도 줄어든 200조6500억원인 반면, 영업이익은 5.5% 감소한 26조4100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의 감소율은 더 크다. 이는 반도체 D램과 LCD패널 가격 하락과 스마트폰의 실적부진이 가장 큰 원인이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는 중국 정부가 미래전략 산업으로 육성 중이다. 가격인하 요인이 되고 있다. 스마트폰 역시 중국의 저가폰 공세가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현대차는 해외 공장의 재고량 급증으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할인판매가 불가피하다. 수익이 개선될 가능성이 적어지는 이유다. 현대차는 2012년이후 매출이 늘어도 영업이익은 줄어드는 현상이 3년연속 이어지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 전년대비 3.0% 늘어난 91조9587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90조원이 넘은 건 처음이다. 그러나 축배를 터뜨리지 못하고 있다.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15.8%나 급감한 6조3579억원이었다. 당기순익역시 14.9% 빠졌다.

현대차는 자동차 1대를 팔아 남던 돈이 줄어들고 있는 현상이 매년 반복되고 있다. 하나의 추세가 되고 있을 정도다.

현대차는 동남아를 중심으로 한 신흥시장이 전체 매출의 60%를 차지한다. 신흥시장의 경기둔화는 수요감소와 직결된다. 해외 공장은 인도 러시아 슬로바키아 터키 등 산재해 있다. 해외 재고량 급증은 할인판매밖에 답이 없는 상황이다. 수익성 악화의 원인이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국제 원자재가격 하락으로 신흥시장이 좀처럼 살아나고 있지 않다”며 “현대차는 제네시스 브랜드 론칭을 통해 수익성을 어느정도 제고하겠지만 한계는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실적이 급격하게 좋아질 가능성은 적다는 얘기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매출액이 10% 상승(18조7980억원)했으나, 영업이익은 4%(5조3360억원)늘어나는 데 그쳤다. 영업이익률이 줄고 있다. 지난해 4분기엔 매출이 전분기 대비 10.3% 감소하는 사이 영업이익은 28.5%나 줄어들었다. 반도체D램 가격은 지난해연말 연초대비 반토막 수준이었다. 수익성이 악화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LG전자는 지난해 4분기 일시적인 전장부품 실적 호조로 전분기 대비 대체적으로 우수한 성적을 거뒀다. 증시 전문가들도 대기업중 거의 유일하게 매수 추천을 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전년 실적을 보면 낙폭과대에 따른 매수 추천임을 알 수 있다. 
LG전자는 지난해 매출액이 전년대비 4.3% 줄어든 56조5090억원이었고 영업이익은 무려 34.8% 감소한 1조1923억원을 기록했다. 매출 감소율의 거의 8배나 높은 영업익 감소율이었다.   

포스코는 오는 28일 지난해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는데, 업계에선 창사(1968년)이래 처음으로 순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중국에서 넘쳐나는 철강 재고로 인한 가격하락에 대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대외 변수가 한국 기업들의 수익성 악화에 일조한 것은 사실이지만 ‘한강의 기적’을 만들어낸 한국 기업의 상징인 특유의 역동성, 위기 돌파능력이 현저히 떨어진 것은 사실이라고 지적한다. 위기 상황에서 돌파구를 찾지 못한다면 급변하는 세계 경제 질서 속에서 10년 후, 20년 후 같은 간판을 달고 있을 기업이 많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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