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경보 기자
  • 입력 2018.12.06 18:37

버스제작사 에디슨모터스 "운수사 협박해 우리 차 구입 방해"
덤핑판매·보증기간 대폭 확대 일삼아…'부당한 고객유인' 해당
제품과 AS 관련 악성 루머 퍼뜨리고 계열사도 부품 공급 거부

강영권 에디슨모터스 대표가 6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KnK디지털타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현대자동차의 불공정행위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박경보기자)
강영권 에디슨모터스 대표가 6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KnK디지털타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현대자동차의 불공정행위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박경보기자)

[뉴스웍스=박경보 기자] 전기버스와 CNG버스를 개발‧생산하는 에디슨모터스는 "현대자동차가 독점 지위를 남용해 자사의 시장 점유율 확대를 가로막았다"며 공정한 시장질서 확립을 촉구했다.

에디슨모터스의 버스를 구매하면 현대차의 시내버스를 팔지 않겠다고 운수회사들을 압박했다는 주장이다.

운수회사들은 내구연한에 도달한 버스를 적기에 바꾸지 않으면 벌금 및 면허취소 등 각종 페널티를 받게 된다.   

에디슨모터스는 6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KnK디지털타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현대차의 이 같은 불공정거래 행위들을 규탄했다. 앞서 에디슨모터스는 현대차가 공정거래법을 위반했다며 지난 10월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기도 했다. 

강영권 에디슨모터스 대표는 이날 “작년엔 전기버스를 25대 판매했지만 올해는 전기버스 보조금이 255대 규모로 늘었는데도 오히려 19대 수준으로 줄었다”며 “공정위는 우리에게 현대차가 불공정행위를 했다는 구체적인 증거를 가져오라고 하지만 멍석말이로 마구 때렸기 때문에 몸에 증거가 제대로 남아있지 않다”고 호소했다. 

에디슨모터스는 강 대표가 지난해 1월 ‘땅콩버스’로 알려져 있는 한국화이바의 차량사업부를 인수해 만든 CNG‧전기버스 회사다. 전기버스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내다 본 강 대표는 사재 1138억원이나 털어 에디슨모터스에 투자했다. 

국내 시내버스 제작사는 에디슨모터스와 현대차, 자일대우 등 3곳에 불과하고 현대차는 지난해 기준 시내버스 시장의 67.78%를 장악하고 있는 시장지배적 사업자다.   

지난해 에디슨모터스는 정부 보조금이 지원된 전기저상버스 100대 가운데 52대를 판매했다. 하지만 올해엔 7월까지 단 9대 밖에 팔지 못한 반면 현대차는 무려 40대의 전기버스(일렉시티)를 수주했다. 3대 대도시에 배정된 보조금 대상 전기버스 57대 가운데 70%를 현대차가 싹쓸이한 것이다. 이 같은 결과는 시장 지배력을 남용한 현대차의 불공정거래가 깊이 작용했다는 게 에디슨모터스의 주장이다. 

에디슨모터스는 현대차가 운수회사에게 에디슨모터스의 버스를 구매하지 말라고 종용했다고 폭로했다. 강 대표는 운수업체를 운영하는 대표들과의 녹취를 공개하고 “현대차는 에디슨모터스의 저상버스를 구매하면 현대차의 고상버스를 팔지 않겠다고 협박했다”며 “또 에디스모터스의 차량을 구매한 회사에게는 그간 관행적으로 제공해오던 무상AS 기간 만료 후 사후관리서비스도 끊었다”고 지적했다. 
 
한 운수업체 대표는 강 대표와의 통화에서 “현대는 제가 에디슨으로 바꾼 순간부터 태클을 좀 많이 걸었었죠”라며 “현대차는 저상이나 고상버스, 중형버스 등 다 갖고 있는데 계약을 안해주니까 아쉬운대로 대우차를 사기도 하고…”라고 밝혔다. 버스회사 운영을 위해 다양한 종류의 버스가 필요한데 에디슨모터스의 저상버스를 구입하면 현대차가 고상버스나 중형버스 등을 내주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이는 공정거래법 제3부 제2항 제2호에 명시된 ‘상품의 판매 또는 용역의 제공을 부당하게 조절하는 행위’에 해당될 수 있다. 

국내 시내버스의 내구연한은 기본 9년, 최대로 연장하면 11년이다. 이 같은 내구연한을 넘겨 운행하게 되면 운수회사들은 각종 불이익을 받기 때문에 시간이 촉박한 운수회사들이 울며 겨자먹기로 현대차를 구입할 수밖에 없다는 게 강 대표의 주장이다.  

특히 에디슨모터스는 현대차가 전기버스인 일렉시티를 원가 이하로 덤핑 판매해 시장 질서를 무너뜨렸다고 비판했다. 강 대표는 “현대차의 일렉시티는 4억8000만원이지만 서울시에 5000만원을 깎은 4억3500만원을 판매하기도 했다”며 “이와 더불어 배터리팩 보증조건 확대 및 무상교체 등 조건을 내걸어 전기저상버스의 가격을 실질적으로 8000만원 이상 내려 팔았다”고 지적했다. 대기업인 현대차가 이 같은 조건으로 전기버스를 판매하면 중소기업인 에디슨모터스는 당해낼 재간이 없다는 것이다. 

앞서 에디슨모터스는 지난 2016년 부산시와의 전기버스 납품계약 당시 배터리 보증기간을 통상적인 조건인 3년 또는 30만km로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현대차는 지난해 일렉시티 공급계약 성사를 위해 5년 또는 50만km, 보증기간 이후 배터리 1회 교체라는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했다. 에디슨모터스는 현대차의 이 같은 행위가 공정거래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부당한 고객유인’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뿐만 아니라 강 대표는 현대차가 에디슨모터스와 협력사 간 거래를 부당하게 방해했다고 지적했다. 강 대표에 따르면 현대차의 부품판매권이 있는 에디슨모터스의 한 부품대리점은 현대차의 보복이 두려워 부품대리점 계약 사실을 알리지 말아달라고 통보했다. 또 에디슨모터스의 한 지정정비업체 역시 현대차의 보복을 염려해 에디슨모터스 간판 달기를 거부했다.     
  
특히 현대차의 부품자회사들은 에디슨모터스에 대한 부품공급도 거절한 것으로 드러났다. 에디슨모터스에 따르면 자회사들은 부품공급을 위해선 현대차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며 거래를 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강 대표는 “버스 제작을 위해 부품을 구해야 하는데 현대차와의 관계 때문에 국내 어떤 업체에서도 부품을 살 수 없다”며 “이 때문에 중국 등 다른 나라에서 부품을 수입해 쓰고 있는데 높은 부품값 때문에 가격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 밖에 현대차가 에디슨모터스에 대한 부정적인 루머를 고의로 퍼뜨려 사업을 방해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강 대표가 지난해와 올해 총 1138억원(1억달러)를 회사에 투자해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는데도 현대차는 에디슨모터스의 존속가능성이 낮아 향후 애프터서비스(AS)가 불확실하다는 소문을 내고 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차체 소재가 탄소유리 섬유로 만들어져 부식이 없고 철강의 12배에 달하는 강도를 갖고 있는데도 플라스틱 소재로 쉽게 파손되고 부분수리가 어렵다는 악의적인 소문을 냈다는 게 에디슨모터스의 주장이다.     

강 대표는 “시장지배적 사업자인 현대차의 불공정행위로 수주가뭄이 이어지고 있다”며 “하지만 내년 상반기에는 현대차는 물론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중국업체들보다도 가격경쟁력과 품질이 뛰어난 신형 전기버스를 내놓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차의 불공정행위가 이어지더라도 운수회사들이 에디슨모터스의 버스를 구입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겠다는 강력한 의지로 풀이된다. 

강 대표의 이같은 주장에 대해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우리는 잘 모르는 일"이라며 구체적인 해명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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