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19.01.05 06:55
원성훈 뉴스웍스 정치부 대기자.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견강부회(牽强附會)'와 '묘수'의 차이는 무엇일까.
'친형 정신병원 강제입원' 의혹 등으로 검찰에 기소돼 오는 10일부터 재판을 받게되는 이재명 경기지사를 보면서 드는 생각이다.

이 지사는 지난 3일 굳모닝하우스(구, 도지사 공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발생한 정신과 의사 살해 사건에 대해 "정신질환자가 방치되고 있는 상황이 안타깝다"며 "(정신질환자가) 관리되지 않다 보니 꼭 대형 사고가 날 때까지 방치하게 된다"고 언급했다. 이어 "병이 있어서 치료받아야 한다고 인정하지 않는 한, 현재 방식으로 운용하면 사고를 쳐서 강제로 (병원에) 가는 것 외에는 절대로 진단도, 진료도 못 한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그는 과거의 '정신보건법 25조'의 1항과 2항을 제정 취지를 설명했다. 이 법의 제 1항은 '정신질환으로 자타해 위험이 의심되는 자'를 발견한 정신과 의사나 정신보건 요원은 지자체장에게 진단 및 보호를 신청할 수 있다'는 것이고 제 2항은 '지자체장은 신청 즉시 진단을 의뢰해야 한다'고 돼 있다.

이 지사는 이를 상기시키며 "지난 2000년 대법원 판례(2000도4415)도 이 법을 적극 이용하라고 명시하고 있다"며 "그러나 공직자들이 자기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서 국민들에게 해야 할 행정서비스를 포기하는 행태를 보이면서 이 법은 사문화됐다"고 주장했다. 계속해서 그는 '친형 강제입원' 의혹 사건에 대해 "당시 절차가 다 갖춰져서 (강제입원을) 할 수 있었지만, 안 했다. 공무원들이 안 하려고 해서 제가 하지 말자고 정리했다"고 회고했다. 또한 "정신질환자 중에는 극단적으로 살인을 한 사람, 의사를 찌른 사람, 불을 지른 사람, 차로 박은 사람 등 엄청 많다"며 "이런 문제들에 대해서 개인을 원망할 게 아니고 안전하게 환자를 보호하는 길이 무엇인지에 대해 책임 있는 판단을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지난 3일 경기도 수원시 굳모닝하우스(구, 도지사 공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이재명 경기지사(왼쪽에서 3번째)가 발언하고 있다.
지난 3일 경기도 수원시 굳모닝하우스(구, 도지사 공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이재명 경기지사(왼쪽 세 번째)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 원성훈 기자)

이 지사는 지난해 12월 31일 서울 종로구 강북삼성병원 신경정신과에서 진료를 받던 30대 남성이 진료 중이던 의사를 흉기로 살해한 사건을 빌미로 자신의 친형인 고(故) 이재선 씨와 관련된 '친형 강제입원 의혹'에 대해 자신의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보인다.

이 지사의 발언에는 3가지 점이 짙게 깔려있다는 느낌이 든다. 첫째는, 이 지사가 고(故) 이재선 씨를 '정신질환으로 자타해 위험이 의심되는 자'로 생각했었다는 점이고 둘째는, 정신질환자로 의심되는 자에 대해 지자체장으로서 법적으로 주어져 있는 자신의 권한을 '적법하게' 사용하려 했다는 주장이고 셋째는, 자신의 친형을 '강제입원 시킬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행동으로 옮기지는 않았다'는 강변이다.

이 지사가 거론한 '정신보건법'은 2011년 8월 4일부터 시행된 법으로 이 법률 25조에는 '시장·군수·구청장에 의한 입원'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 해당 법에서는 '정신질환으로 자신 또는 타인을 해할 위험이 있다고 의심되는 자를 발견한 정신건강의학과전문의 또는 정신보건전문요원은 시장·군수·구청장에게 당해인의 '진단 및 보호를 신청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는 점이다.

즉, 정신질환으로 의심되는 자가 있으면 정신건강의학과전문의 또는 정신보건전문요원의 판단에 따라 지자체 장에게 '진단 및 보호를 신청할 수 있도록 한 것'이지 지자체 장이 자의적으로 특정 정신질환 의심자를 판단하게 한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한마디로, 지자체 장이 특정 인을 정신병원에 강제입원 시킬수 있는 요건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는 것이다. 만일, 그렇지 않다면 지자체 장이 자신의 자의적 판단으로 아무 시민이나 정신병원에 감금시킬 소지가 있기에 이를 원천적으로 차단한 조치라고 이해되는 대목이다.

또 다른 문제도 있다. 이날 이 지사의 발언이 비록 경기도청 출입 기자간담회라는 외형을 갖춘 석상에서 '자연스럽게' 이 지사가 발언한 형태를 띄우기는 했지만, 오는 10일에 '친형 강제입원 의혹'으로 재판을 받는 것으로 예정된 상태에 있는 공인으로서 언론을 통해 이 사건 관련 자신의 입장을 사실상 '변호'한 것이 과연 적절했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재판에 영향을 끼칠 목적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일각의 의혹을 받게되는 것도 이 같은 상황 때문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일각에서는 고(故) 이재선 씨와 관련된 정신병원 강제입원 의혹 사건은 2012년에 일어난 일이고 이에 따라, '친동생이 자신을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려한 시도를 알게 된 이재선 씨의 정신적인 충격이 얼마나 컸으면 그가 그 사건 이후 자살까지 기도했겠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밖에도, 고(故) 이재선 씨가 사망하기 얼마전까지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서 공인회계사 사무실을 운영하며 공인회계사라는 고도의 전문성을 요하는 직업을 정상적으로 수행해왔던 점을 들어 '정신질환자 의심'운운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얘기도 회자된다.

이재명 경기지사 입장에서는 다른 일도 아니고 그동안 '시달려 왔던' 가족 문제로 재판까지 받게 된 상황이 억울할 수 있겠으나, 적잖은 정치인들의 숱한 언급처럼 공인(公人)에게는 일반인들 보다 훨씬 더 엄격한 잣대가 요구되고 있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또한,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을 고쳐 매지 말라’는 격언을 생각해 본다면, 이 지사가 1심 재판을 앞 둔 상황에서 비록 기자간담회 석상에서 격의 없이 기자단과의 대화 중에 나온 말이라 하더라도 자신의 친형과 관련된 얘기는 좀더 조심스럽게 했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 지사의 진의(眞意)와는 달리 엉뚱하게도 자연스러운 묘수를 찾아서 쉽게 풀어가려던 의도가 자칫 국민들에게는 '견강부회(牽强附會)'로 비쳐질 소지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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