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웍스=박준영 기자] 지난 3일 오후 11시, 우리나라는 세계 최초로 5세대 이동통신(5G) 시대를 열었다. 미국 버라이즌이 1주일 이상 개통일을 앞당겼지만 2시간 차이로 한발 늦었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는 5일부터 일반 고객을 상대로 세계 첫 5G 전용 스마트폰 '갤럭시 S10 5G' 판매에 돌입했다. 이들은 5G 맞춤 서비스와 지원금을 내세우며 적극적인 홍보에 나섰다.

5G는 우리 생활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이전까지 기술적인 한계로 인해 대중화되지 못했던 산업들이 5G를 기반으로 기지개를 켤 예정이다.

◆LTE보다 이론상 최대 20배 빠른 5G

5G는 최대 다운로드 속도가 20Gbps(초당 20기가비트)에 이르는 이동통신 기술이다. 바로 이전 세대인 LTE의 최대 속도(1Gbps)보다 이론상 20배가량 빠르다. 

처리 용량은 10Mbps/㎡로 LTE보다 100배 많으며 지연시간 역시 1㎳(1000분의 1초)에 불과하다. 28㎓의 초고대역 주파수를 사용해 2㎓ 이하인 LTE보다 대역폭도 넓다. 

이러한 강력한 성능 때문에 5G는 꿈의 기술로 평가받는다.

실제로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서는 5G를 이용한 '타임슬라이스'가 구현됐다.

타임슬라이스는 여러 대의 카메라가 동시에 촬영한 영상을 5G 단말기로 실시간 전송하는 기술이다.

다양한 각도에서 촬영한 찰나의 순간을 한 번에 확인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그만큼 초고속 대용량 통신이 필요하다. 5G는 이러한 기술을 완벽히 지원할 수 있다.

스마트 오피스, 공장 공정 등 프로세스 발전에도 필수로 요구된다.

5G가 기업과 소비자간 거래(B2C)보다 기업간 거래(B2B)에서 특히 강조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인터랙티브 콘텐츠 서비스 실현…이들을 활용한 5G 초기 서비스

5G 시대가 열리면서 다양한 산업이 발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 자율주행 자동차 등 사용자가 실시간으로 기기와 소통하며 이용하는 인터랙티브 콘텐츠의 실현이 가능해진다.

이통사들도 5G 초기 서비스에 VR, AR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모습이다.

SKT는 자사의 OTT 서비스 '옥수수'를 통해 여러 가지 VR 콘텐츠를 선보인다. 

아이돌을 활용한 VR 콘텐츠와 스포츠 경기장에 가지 않아도 다른 사람과 함께 응원하는 '소셜 VR 생중계', 필라테스의 여신이라 불리는 양정원의 '1대1 VR 피트니스 레슨', 혼자서 골프를 배우는 '1인칭 VR 골프 레슨' 등을 제공한다.

'포켓몬 고'의 나이언틱과 독점 제휴를 맺고 AR 게임 '해리포터 AR'도 올해 상반기에 서비스한다.

KT는 3D와 AR 기술을 활용한 영상통화 서비스 '나를'과 최대 5개의 e스포츠 중계 화면을 동시에 볼 수 있는 'e스포츠라이브'를 선보인다. 

초경량 VR 단말과 전용 콘텐츠를 함께 제공하는 '기가라이브TV', 타임슬라이스를 활용해 각각 다른 시점에서 실시간 영상을 제공하는 '프로야구 Live'와 '뮤지션 Live' 등도 이용할 수 있다.

LGU+는 VR, AR, 프로야구, 골프, 아이돌 라이브, 게임 등 'U+5G' 6대 핵심 서비스를 내세웠다.

200여편의 독점 VR 영화와 공연·인터랙티브 게임·웹툰 등 약 300개의 VR 콘텐츠, TV 속 스타를 눈앞에서 만나는 '나만의 입체스타', 스타와 함께 찍은 영상을 공유하는 '입체 스타 스티커' 등 AR 서비스 등을 제공한다.

◆부족한 인프라와 단말기·서비스 가격이 진입 장벽

5G 서비스 초기 단계인 현재 시점에서는 이론상 속도가 나오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갤럭시 S10 5G 기준으로 SKT는 2.6Gbps, KT는 1.6Gbps, LGU+는 1.38Gbps의 속도를 각각 구현했다고 발표했다.

무엇보다 기지국 구축이 시급하다. 5G 전파는 빠른 대신 직진성이 강해 장애물을 넘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

그러나 이동통신 3사가 현재까지 구축한 기지국은 서울과 6대 광역시에 8만여개에 불과하다. 서울과 광역시를 벗어나면 5G 이용자 역시 기존 LTE 서비스를 이용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최소 80~100만대의 기지국이 건설돼야 진정한 5G 서비스 환경이 갖춰질 것으로 예상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올해 말까지 전국 85개 시의 인구밀집지역에서 5G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정확히 언제 구축이 완료될지는 확실하지 않다.

5G를 이용하기 위해 부담해야 하는 가격도 진입 장벽 중 하나다.

5G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무조건 5G 전용 폰을 구매해야 한다. 기존 LTE 폰으로는 이용이 불가능하다.

현재 유일하게 유통 중인 5G 폰 갤럭시 S10 5G의 가격은 256GB 모델이 139만 7000원이다. 단말기 가격을 제외해도 5G 서비스를 제대로 즐기려면 통신비를 LTE 때보다 2~3만원 정도 더 부담해야 한다.

이통사들이 8만원대의 5G 무제한 요금제를 내놓고 공시지원금과 기기 대여, 장기 할부 등 단말기 구매 부담을 줄이는 프로그램을 내놨지만 이용자의 반응은 반신반의하는 모습이다.

5G 콘텐츠를 직접 체험하기 위해 방문했다는 한 이용자는 "재미있는 콘텐츠는 있었지만 굳이 당장 5G 스마트폰을 구매할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라며 "좀더 상황을 지켜본 후 구매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