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손진석 기자
  • 입력 2019.05.24 09:15

지리산과 광한루 그리고 미술관…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힐링이 되는 여행

올해로 600년을 맞이하는 남원 광한루 전경 (사진=손진석 기자)
올해로 600년을 맞이하는 남원 광한루 전경 (사진=손진석 기자)

[뉴스웍스=손진석 기자] 정신없는 일주일을 보내고 주말이 다가오면, 그저 멍 때리며 쉬고 싶어진다. 그러나 어떤 이들은 가슴 뛰는 삶을 살기 위해서는 여행을 떠나라고 등 떠밀기도 한다.

여행의 참된 즐거움을 맛보기 위해서는 우리를 속박하고 있는 바쁜 일상을 벗어날 용기와 금전적 어려움을 극복할 지혜가 필요하다.

여행을 떠나면서 많은 일정이 필요하지는 않다. 그저 좋으면 그뿐. 낯설어서 좋은 곳이 여행지다. 다가오는 이번 주말에 답답한 방콕(방에 콕 처박힘)을 탈출해 보자.

국내 여행지 중 맘 편히 주말에 1박 2일로 다녀올 수 있는 여행지로 남원을 추천한다. 너무 뻔한 여행지를 벗어나고 싶은 여행객들이라면 안성맞춤인 곳이다. 국내 수많은 여행지 중에 맛과 멋이 어우러져 있으며, 작은 마을 축제와 자연의 풍광이 매력적인 여행지다. 보너스로 누구나 셀카 장인으로 만드는 명소가 산재해 있다.

남원시는 고전소설 춘양전, 흥부전, 변강쇠전과 최명희 작가의 근대소설 혼불의 배경이 되는 문학의 도시다. 또 올해로 600년을 맞이한 국내 4대 누각 중 하나인 광한루와 춘향테마파크, 남원항공우주천문대와 고즈넉한 여유와 힐링이 있는 명품한옥 남원예촌 등이 위치한 곳이다.

남원의 유명한 관광지에는 이미 너무 많은 사람들의 발길이 닿아있어 조금 식상해진다. 그래서 이번에는 한적하면서 걷기에 적당한 그러면서도 마음을 빼앗길 수밖에 없는 곳을 여행지 목적지로 소개한다.
 

교룡산성 홍예문 모습 (사진=손진석 기자)
교룡산성 홍예문 모습 (사진=손진석 기자)

◆교룡산성, 동학혁명의 슬픈 역사에 현장

백제 때 축성된 것으로 추측되는 교룡산성은 남원시에서 버스로 30여분 걸리는 위치에 있다. 해발 518m인 험준한 교룡산(蛟龍山)에 축조된 석축산성(石築山城)으로 둘레가 약 3.1㎞다. 현재 동문인 홍예문(虹霓門)과 옹성(甕城) 일부와 성벽이 산중턱 군데군데 남아 있다. 

산 밑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조금 가파른 길을 걸어가다 보면 ‘동학농민군의 유적지 교룡산’이라는 기념비가 보인다. 이비를 지나 조금 더 오르면 홍예문으로 오르는 돌계단이 나타난다. 돌계단 좌측 편 산자락을 타고 석벽이 보이고, 계단에 올라서면 4개 성문 중 유일하게 남아 축조 기법의 정교함과 세련미를 자랑하는 홍예문을 만날 수 있다. 홍예문 위로 우측편 산기슭으로 일부 남아 있는 석벽이 잡풀과 어우러져 있어 고즈넉함이 느껴진다.

이곳은 조선말엽 동학혁명이 일어났을 때 김개남 장군이 이끄는 동학군이 주둔하면서 동학군의 훈련과 작전을 수행했던 곳이다. 곳곳에 많은 우물과 초소 및 훈련장 등의 남아 당시의 슬픈 역사를 알리고 있다.

신라 신문왕때 창건된 선국사 가는 길 전경 (사진=손진석 기자)
신라 신문왕때 창건된 선국사 가는 길 전경 (사진=손진석 기자)

홍예문을 지나 돌길을 따라 걸어 오르면 신라 신문왕때 창건된 선국사가 있다. 선국사로 가는 길 양쪽으로 피어있는 들꽃과 파란 하늘과 시원한 바람이 몸과 마음을 쉬게 한다. 선국사 뒤편 대나무 숲에 군기터가 있다. 6월 중순까지 군기터 주변의 유물발굴이 이루어지는지 작업이 한창이다.

뒤돌아 내려오는 길에 홍예문 옆 좁은 비탈길에 비석군이 보였다. 교룡산성을 지켰던 역대 무관 별장(別將)들의 기적비(紀績碑)들이 세월의 오래됨을 말하고 있다.

홍예문 옆 좁은 비탈길에 서있는 역대 무관 별장들의 기적비들 (사진=손진석 기자)
홍예문 옆 좁은 비탈길에 서있는 역대 무관 별장들의 기적비들 (사진=손진석 기자)

이곳은 가벼운 산책길로도 좋고, 옛 성벽을 배경으로 사진을 촬영해도 좋다. 또한 홍예문부터 선국사를 지나 교룡산 정산까지 가는 오솔길이 매력적이다. 정상에서 남원시내를 바라보며 산바람에 땀을 식히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남원시 대강면 섬진강 주변 유채꽃 밭 전경 (사진=손진석 기자)
남원시 대강면 섬진강 주변 유채꽃 밭 전경 (사진=손진석 기자)

유채꽃 향기와 섬진강이 아름다운 대강면 유채꽃밭

남원시 대강면 섬진강 주변에 유채꽃이 만발해 장관을 이루고 있다. 이곳은 예전에 피서장소로 사용됐다가 잊힌 장소였던 곳을 지역민들이 고심 끝에 2만여 평에 올봄 파종을 해 지난 18일부터 26일까지 유채꽃 축제를 처음 개최하는 곳이다.

대강면 주민들의 땀으로 조성된 이곳은 이팝나무길, 메타세콰이아길, 돌탑길, 섬진강변 솔밭길로 이어지는 생태 탐방 등과 만개한 노란 유채꽃들이 셀카를 재촉하는 곳이다. 유채꽃밭 곳곳에 마련된 30여 포토존은 노오란 유채꽃의 눈부심과 인생 샷을 담을 수 있게 해 준다.

주변 지역에서는 벌써부터 결혼사진 촬영지로 주목 받고 있다. 가을이면 하얀 메밀꽃과 노오란 은행나무의 잎이 어우러져 멋진 풍경을 기대 할 수 있을 것이다.  

섬진강과 유채꽃밭 그리고 강뚝과 강변에 조성되고 있는 숲과 산책로 공사가 끝나지 않았음에도 매력적으로 다가 왔다. 잠시 여유를 가지고 멍때리기 좋은 장소다. 이곳도 역시 사진 촬영에 최적화된 곳이다.

남원시립 김병종 미술관 전경 (사진=손진석 기자)
남원시립 김병종 미술관 전경 (사진=손진석 기자)

 
남원시립 김병종 미술관, 남원의 새로운 명소 

여행을 하는 중에 잠시 쉬어 가고 싶다면 남원시립 김병종 미술관을 찾으면 된다. 남원의 새로운 명소로 주목받고 있는 곳이다.

전라북도 남원시 춘향테마파크 내에 위치한 남원시립 김병종 미술관은 2018년 3월 2일 개관했다. 시립인데도 불구하고 명칭에 개인의 이름이 들어가 있는 것이 특이하다.

주차장에서 담너머로 미술관이 어렴풋이 보인다. 긴 담벼락을 따라 잠시 걸어서 담의 끝에 서면 미술관의 멋진 자태가 보이는데 건물 외관에 살짝 심쿵하게 된다. 건물 앞으로 계단식으로 배치된 물의 정원과 바람을 타고 묻어오는 아카시아 꽃향기는 잠시 발길을 잡는다.

미술관은 2층 구조로 되어 있다. 2층은 갤러리 2·3과 다목적 홀 등이 있고, 1층은 안내 데스크, 김병종 작가의 상설 전시관인 갤러리 1, 직선이 교차하는 노출콘크리트 벽면으로 둘러싸인 정원 선큰가든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김병종 작가가 기증한 5000권의 서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북카페로 간단한 식음료를 판매하고 있는 화첩기행 북카페가 이곳의 홍일점이다.

김병종 선생은 전북 남원시 송동면 출생으로 서울대 미술대학 및 동 대학원 졸업했다. 서울대 미술대학 학장, 조형연구소장과 미술관 관장을 역임했으며, 서울, 파리, 시카고, 브뤼셀, 바젤, 도쿄, 베르린 등에서 스무번의 개인전을 개최했다.

미술기자상, 한국미술작가상, 대한민국문화예술상, 대한민국문화훈장 등을 수상했다. 피악, 바젤, 시카코 등 국제아트페어와 국립현대 미술관, 영국 대영박물관, 캐나다 온타리오미술관 등 국내외 저명 미술관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

광한루 야경 (사진=손진석 기자)
광한루 야경 (사진=손진석 기자)

광한루원, 600년의 풍류를 즐기다

남원에 오면 꼭 들려야하는 곳 중 하나가 광한루다. 이곳은 사실 아무것도 할 것이 없는 곳이다. 그래서 오히려 이곳을 들려야 한다. 그저 바라만보고 광한루원 이곳저곳을 걸어 다니고 누각에 올라 이쁜 춘향과 멋진 이몽룡을 찾아보며 흘러나오는 춘향가에 풍류를 느껴보는 것도 좋은 여행이다.

올해로 600년을 맞이하는 광한루는 춘향전으로 많이 알려졌다. 광한루는 조선 초기인 1419년에 지어진 목조 건물로 평양 부벽루, 진주 촉석루, 밀양 영남루와 함께 우리나라 4대 누각으로 불리는 곳이다.

광한루의 정식 이름은 ‘광한루원(廣寒樓苑)’이다. 광한루를 중심으로 지어진 정원이라는 의미다. 광한루원은 신선이 사는 이상향을 지상에 구현하고자 한 조선시대의 대표적인 관아 정원을 보여주고 있다.

광한루원의 연못을 가로지는 오작교 (사진=손진석 기자)
광한루원의 연못을 가로지는 오작교 (사진=손진석 기자)

이곳의 연못에는 영주(한라산), 봉래(금강산), 방장(지리산)으로 불리는 삼신산이 각각의 다리로 연결돼 있다. 또 칠월칠석 견우·직녀의 사랑 이야기에 등장하는 오작교가 연못을 가로지르고 있다.

이곳을 벗어나기 전에 반드시 인생샷을 남기자. 사진촬영의 명당에서 사진을 멀리하면 후회하게 된다. 낮과 밤 어떤 시간대에도 멋진 사진 한 장은 건질 수 있는 곳이다.

지리산 뱀사골 계곡 탐방로와 계곡 (사진=손진석 기자)
지리산 뱀사골 계곡 탐방로와 계곡 (사진=손진석 기자)

◆지리산 와운마을 천년송 트래킹

지리산 7대 계곡에 속하는 뱀사골 계곡 옆으로 나있는 탐방로인 신선길을 따라 800m 고지에 위치한 와운(臥雲)마을 천년송까지의 남원명품길에 도전해보자.

목적지인 와운마을은 지나가는 구름도 힘 겨워 누워 간다는 첩첩산중 마을이다. 이곳에는 마을의 명물 천연기념물 제424호로 지정된 천년송(千年松)이 있다.

뱀사골계곡 표지석이 있는 곳에서 신선길, 와운교, 와운마을, 천년송까지 왕복 2시간 30여분이면 다녀올 수 있는 가벼운 산책코스다. 특히 탐방길이 데크로 잘 정비가 되어 있고, 완만한 경사로가 장점이며, 뱀사골계곡을 옆으로 보면서 가는 길은 감탄을 자아낸다.

지리산 뱀사골입구인 반선에 도착하면 트래킹이 시작된다. 반선교를 건너 500m를 이동하면 전적기념관 겸 탐방안내소 앞에 도착하면 뱀사골 계곡이라는 표지석을 볼 수 있다. 탐방은 뱀사골 제2야영장 입구에서 시작하는 탐방로 신선길 입구에서부터 본격 시작된다.

뱀사골 계곡 탐방로인 신선길 입구 (사진=손진석 기자)
뱀사골 계곡 탐방로인 신선길 입구 (사진=손진석 기자)

탐방 데크에 들어서 몇 발자국 걷기도 전에 계곡 물소리와 어우러지는 시원한 바람과 맑은 계곡물에 시선이 돌아간다. 이동하다보면 멧돼지가 목욕하는 돗소를 만나고, 용이 승천하는 것처럼 보이는 요룡대를 지나 쉼터와 공중화장실을 만나면 목을 축이며, 잠시 자연의 소리에 귀 기울여 보자.

쉼터 바로 앞에 계곡을 가로지르는 와운교가 있다. 이 다리를 지나 가파른 언덕길 2곳을 지나면 와운마을이 금방이다. 첫 번째 언덕을 넘어 작은 다리를 지나면 바위에 뿌리를 내리고 서있는 소나무 2그루를 만나게 되는데, 절로 감탄이 나온다.

여기서 가파른 포장도로와 계곡 옆으로 탐방로가 놓여 있는데 마을로 갈 때는 탐방로를 이용할 것을 추천한다. 숨어 있는 멋진 계곡의 모습이 지금도 기억에 남아 있다.

뱀사골 탐방로 (사진=손진석 기자)
뱀사골 탐방로 (사진=손진석 기자)

와운마을 입구에서 가파른 계단을 올라 산 정상방향으로 10여분을 더 올라가면 멀리 오래돼 보이는 소나무가 보인다. 할매나무와 할배나무다. 제일먼저 할매나무를 만나게 되고, 그 뒤 40m에 할아버지 나무가 보인다.

할매나무는 높이 20m, 둘레 6m, 나무 가지 폭이 12m다. 사실 나무 이름만 천년송이지 수령은 1000년이 아니다. 임진왜란 전부터 자생해 왔다고 전해지며 대략 500살 이상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소나무는 마을 사람들의 수호신이자 당산목(堂山木)으로 매년 정월 초사흘 나무에 제사를 올린다.

천년송 할매나무 모습 (사진=손진석 기자)
천년송 할매나무 모습 (사진=손진석 기자)

잠시 할매와 할배 소나무 모두에게 소원을 빌어보고, 상쾌한 산바람에 가벼운 발걸음으로 하산하면 된다. 내려 갈 때는 차도를 이용해 보자. 또 다른 느낌을 준다. 하늘을 가리고 있는 나무길 사이로 함께한 동료와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다보면 일상에서 쌓였던 모든 스트레스가 어느덧 사라져 또 다시 힘찬 하루를 시작할 준비가 된 상태로 산 밑에 도착해 있는 나를 볼 수 있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