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허운연 기자
  • 입력 2019.06.08 07:05

단기수혜 가능성 커…장기적으로 국내 반도체 산업에 긍정적 영향
화웨이 스마트폰 수출 줄며 반도체 수요 급감 우려…글로벌 5G 지연 가능성 상존

(사진=삼성전자, 네이버금융)
(사진=삼성전자, 네이버금융)

[뉴스웍스=허운연 기자] 삼성전자 주가가 주당 5만원을 하회한지 1년이 지났다. 미중 무역분쟁 장기화 등에 따른 반도체 업황 부진으로 삼성전자 주가도 약세를 지속하고 있다. 다만 최근 촉발된 미국의 화웨이 제재가 주가 상승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5월 4일 50대 1의 액면분할을 단행했다. 이에 삼성전자 주식은 1주당 265만원에서 5만3000원으로 재상장됐다.

당시 개인투자자 거래 증가 등 수급 개선을 통한 주가 상승이 기대됐다. 실제 액분 당일 삼성전자는 코스피시장에서 거래대금과 거래량 1위를 차지했다. 이날 개인투자자의 거래대금은 1조1700억원 수준으로 분할 전 평균 2100억원 대비 5배 이상 증가했다.

반면 삼성전자 주가는 1년 전인 지난해 6월 7일 5만600원 이후 한 번도 5만원을 넘지 못하는 상황이다.

우리나라의 반도체 수출은 미중 무역분쟁이 격화된 지난해 말부터 반도체 단가 하락 및 재고 상승 등의 영향으로 부진에 빠졌다. 이에 반도체 의존도가 심한 우리나라 전체 수출도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5월까지 6개월째 하락세를 시현 중이다.

특히 올해 세계 반도체 시장 매출은 예상보다 더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 따르면 세계반도체시장통계기구(WSTS)는 올해 반도체 시장 매출을 4120억8600만 달러로 내다봤다. 이는 전년 대비 12.1% 감소한 것으로 앞서 2월 전망치(-3.0%)보다 9.1%포인트 하향한 것이다.

WSTS는 삼성전자가 주력으로 삼는 메모리반도체 매출은 1095억9000만 달러로 전년보다 483억7700만 달러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내년에는 반도체 업황이 회복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처럼 세계 반도체 시장이 부진하면서 삼성전자 주가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올해 1월 4일 종가는 3만7450원까지 떨어졌다. 현재(지난 7일 종가 기준)는 4만4200원 수준으로 다소 회복했으나 여전히 액분 당시와 비교하면 9000원 가량 낮다.

또 미중 무역분쟁이 해결되지 않고 오히려 격화되면서 반도체 업황 회복 시기가 불투명해지고 있다. 특히 지난 15일(현지시각) 도널트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외부 위협으로부터 미국 정보통신 기술과 지난 서비스를 보호하기 위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해 화웨이와 70개 계열사를 거래 제한 기업 명단에 올렸다.

화웨이 로고.
화웨이 로고.

한편, 이 같은 미국의 화웨이 제재가 삼성전자에는 긍정적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무역전쟁이 전 세계 IT 수요에 미칠 악영향을 제외하고 화웨이 영향만 고려하면 한국 반도체 업계에는 단기수혜”라며 “장기 악영향도 미미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특히 “삼성전자는 해외시장에서 향후 1년간 약 3700만대(고가 1700만대, 중저가 2000만대)의 스마트폰을 화웨이로부터 뺏어올 수 있을 것”이라며 “화웨이 제재 영향에 따라 중국 IT업체들이 미국 반도체에 대한 주문을 축소시키고 한국 반도체 업체들에 대한 주문을 늘릴 수도 있다”는 관측을 내놨다. 

도현우 NH투자증권연구원도 “화웨이 스마트폰의 수출이 어려워진다면 삼성전자의 반사 수혜가 가능할 것”이라며 “미국 정부의 본격적인 중국 IT 산업에 대한 제재 강화는 국내 반도체 산업에 장기적으로 긍정적”이라고 분석했다.

김경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화웨이 제재조치에 따른 수혜를 스마트폰 부문에서 입는 경우 세트 출하뿐만 아니라 부품 부문(DRAM, NAND, OLED)의 실적 업사이드가 있다는 점은 주가에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다만 “주가가 5만원 이상을 너끈히 상회하려면 반도체 부문, 특히 서버 수요 측면에서 업황 개선 시그널이 좀 더 뚜렷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미국의 화웨이 제재에는 긍정적인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제재에 따른 수요 감소는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최근 반도체 시장 조사업체인 D램익스체인지는 올해 3분기 D램의 전분기 대비 가격하락폭을 10~15%로 제시했다. 이는 앞서 2월 전망치인 10% 감소보다 더 내려간 수치다. 결국 미국의 화웨이 제재 영향에 따른 화웨이의 스마트폰 수출 하락으로 전체적인 반도체 수요가 급감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유럽 주요 통신업체의 화웨이 스마트폰 배제 움직임이 가시화되는 등 직접적 경쟁 관계에 있는 삼성전자의 IM(IT·모바일) 사업부 입장에서는 당연히 긍정적인 변수”라면서도 “화웨이 제품이 100% 타사 제품으로 대체되지는 않을 것인 만큼 반도체 수요 감소와 재고 증가, 이에 따른 가격 하락 가능성은 부담”이라고 우려했다.

도현우 연구원도 “글로벌 IT 수요에 부정적”이라며 “화웨이가 주도하는 5G모멘텀이 지연될 수 있고 중국 스마트폰 수요도 다시 꺾일 수 있다”고 언급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해외 IB인 바클레이즈는 “무역분쟁 지속에 따른 불확실성은 국내 수출과 투자 중기 전망에 더 큰 저해 요인으로 작용한다”며 “반도체 산업의 수급 리밸런싱 시기가 늦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설비투자 전망에 부정적이고 글로벌 5G 확산이 지연될 가능성도 상존한다”고 분석했다.  

(일러스트=픽사베이)
(일러스트=픽사베이)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