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준영 기자
  • 입력 2019.06.10 09:40

[뉴스웍스=박준영 기자] 보건복지부와 중독정신 의학계의 게임 질병코드 국내 도입에 대해 업계에서 다시 한번 반박에 나섰다.

한국게임개발자협회와 한국인디게임협회, 넥슨 노동조합 스타팅포인트, 스마일게이트 노동조합 SG길드, 스마트폰게임개발자그룹 등 5개 단체는 10일 공동 성명서를 발표했다.

단체는 "게임 개발자 및 종사자로서 우리는 세계보건기구(WHO)의 게임이용장애 관련 결정에 대해 모든 것을 부정하지 않는다"라며 "하지만 게임 중독 논문들이 사용하는 척도가 20년전 개발된 인터넷 중독 진단 척도(IAT, 1998)를 사용하고 있으며, 게임 행위와 중독 간 인과요인의 분석에 대한 의약학 연구 이외에 사회과학 연구가 매우 부족한 상황이다. 따라서 게임 질병코드의 섣부른 국내 도입을 반대한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보건복지부와 중독정신 의학계 논리에 대한 다섯 가지 우려 사항도 설명했다.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는 학계의 포괄적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으며, 게임 중독 진단 척도 기준(IGUESS)은 게임에 대한 오류와 편견으로 가득하다.

한국의 게임 중독 연구 논문은 한쪽으로 편향되어 있으며 게임 중독 관련 논문의 양적 확장보다 중요한 것은 질적 개선이라고 지적했다. 게임 질병코드가 도입되어 의료 현장으로 이어지면 사회적 혼란이 야기될 것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단체는 "국내외에서 진행된 게임 과몰입에 관한 모든 연구를 학술적 가치가 없는 연구로 폄하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다만 전체 학자들 사이에서 과학적 합의를 이루지 못했으며 확증적인 단계에 도달하지 못했다는 점은 중독정신 의학계 학자들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명확한 사실이다. 이런 상태에서 불분명한 게임 중독 환자를 양산하면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 낭비가 유발될 것"이라고 말했다.

게임이 문화라는 점도 강조했다. 단체는 "우리는 '게임은 좋은 것이지만 치료가 중독의 원인'이라는 중독정신 의학계의 해괴한 논리에 반대한다"라며 "게임은 건전한 놀이이자 영화나 TV, 인터넷, 쇼핑, 레저 스포츠와 같은 취미·여가 문화 중 하나다. 개인의 건전한 놀이나 취미 활동이 과다하다고 질병으로 취급한다면 제2, 제3의 게임 질병코드가 개인의 취미 생활을 제약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독정신 의학계 일부 학자의 '게임 중독이야말로 의학계의 숙원 사업'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입장을 분명히 했다.

단체는 "중독 치료에 대한 국가 지원금이 부족하고 다른 국가에 비해 턱없이 낮다는 정신 의학계 내부 의견에 공감한다"라며 "하지만 재정적 결핍 이유로 게임중독이라는 가상의 질병을 만드는 과잉 의료화는 불순한 의도가 있음을 우리는 의심하고 있다. 성인이 대상인 도박 중독과 달리 게임이용장애는 수백만명에 달하는 미취학·취학생이 잠재적 대상이 될 수 있다"라고 주장의 문제점을 짚었다.

이어 "2013년 이후 게임 중독이야말로 중독정신 의학계의 숙원 사업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소모적인 논쟁을 그만하려면 소모적인 주장부터 하지 말아야 한다"라며 "중독정신 의학계가 게임질병코드의 KCD 도입을 원한다면 그에 걸맞은 충분한 연구 결과가 뒷받침되어야만 한다. 우리는 학계 내의 과학적 합의조차 부족한 중독정신 의학계의 일방적인 주장에 결코 동의할 수 없음을 깨닫기 바란다"라고 전했다.

보다 나은 게임을 만들겠다는 공약도 제시했다. 단체는 "우리는 전체 국민 중 67%가 이용하는 게임의 사회 공익적인 측면에 대해 공감하고 있다. 게임 산업계와 개발자 및 종사자 모두 지난 30년간 우리가 걸어왔던 길을 돌아봐야 한다는 내부 자성의 의견에 공감한다"라며 "게임 업계가 스스로 건전하고 합리적인 게임 내 소비문화를 정착하도록 제작 현장에서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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