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문병도 기자
  • 입력 2019.06.15 07:30
파미르 고원에서 발견된 무덤. <사진제공=뉴욕타임스>

[뉴스웍스=문병도 기자] 마약인 대마초는 언제부터 피웠을까?

대마초는 적어도 기원전 4000년부터 기름진 씨앗과 섬유질을 얻기 위해 동아시아에서 재배되어 왔다. 몇십년 전만 해도 대마초는 농가 주변에서 흔히 재배되던 작물이다. 

대마초에서 환각 성분이 발견된 것은 언제부터일까? 

인류가 수천년 전부터 대마초를 환각 물질로 사용했다는 증거가 나왔다.

15일 영국 BBC와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중국과 파키스탄과의 국경 인근에 위치한 파미르 고원의 2500년 된 지르잔칼 무덤에서 대마초를 환각 물질로 사용했다는 명백한 증거가 발견됐다. 

중국과 독일의 과학자들로 구성된 연구팀은 세계적인 과학 저널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을 통해 무덤 내 화로에서 나온 나무와 불에 탄 돌 등을 분석한 결과, 대마초에서 환각을 일으키는 주성분인 테트라하이드로칸나비놀(THC)이 다량 발견됐다고 보고했다.

대마초 흔적은 묘지에서 나온 목제 화로에서 확인됐다.

과학자들은 화로에 남은 화합물을 분리하고 식별하기 위해 가스 크로마토그래피-질량분석법이라는 방법을 사용했다. 그 결과 화합물의 화학적 성분이 대마초의 성분과  정확하게 일치했다.

과학자들은 밀폐된 공간에서 향을 피우는 형태로 사용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대인들이 대마초 잎과 뜨거운 돌을 화로에 넣고 그 결과로 생긴 연기를 들이마셨다고 생각한다.

대마초는 장례 의식을 거행하는 도중 신이나 죽은 자와 소통하는 방법으로 사용됐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대마초는 적어도 기원전(BC) 4000년부터 기름진 씨앗과 섬유질 등을 위해 재배되어 왔지만 환각 물질이 많이 함유된 대마초는 언제 어디서 발견돼 사용됐는지에 대해서는 미스터리로 남아있었다. 

BC 1000년쯤 그리스 역사학자 헤로도토스가 쓴 '대마초 흡연의 기원은 중앙아시아'라는 한 구절 외에 다른 증거나 문건은 발견되지 않았다.

연구팀은 이번 발견은 대마초가 환각을 목적으로 사용되었다는 최초의 구체적 증거가 된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고도가 높은 지역에서 자라는 대마초는 더 많은 THC를 함유하고 있다며 이것이 파미르와 같은 고산지대에서 THC 함유량이 높은 대마초가 발견된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오늘날 이 지역은 외진 곳이지만 한 때는 핵심 교역로인 실크로드였다"라고 말해 세계 다른 지역으로 확산됐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독일 제나에 있는 맥스 플랑크 인류사학연구소 니콜 보이빈 소장은 "이번 연구결과는 대마초가 중앙아시아 산악지대에서 정신 활성 물질로 처음 사용되었고 그 후 세계 다른 지역으로 확산되었다는 생각을 뒷받침한다"고 말했다.

파미르에서 발견된 전형적인 화로와 불에 탄 돌들.
파미르 고원의 한 무덤에서 발견된 화로와 불에 탄 돌에서 대마초 환각물질이 나왔다. <사진제공=뉴욕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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