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19.07.01 13:44

우정민 "김여정이 직접 비핵화 협상 지휘하고 최선희 제1부상이 팀장으로 참여할 수 있어"
신범철 "제재 유지라는 성과 얻어…북한 입장 변화 없이 연내 김정은 워싱턴 방문 불가능"
한국당 "최대 당사자 대한민국 대화석상에서 배제 씁쓸…스스로의 운명 주재자 맞나"

(사진출처=KBS방송 캡처)
지난 30일 판문점 자유의 집에서 열린 미북정상회동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출처=KBS방송 캡처)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및 문재인 대통령의 지난달 30일 '판문점 회동'의 결과를 놓고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대체적으로 "판문점 회동 전과 후가 본질적으로 별다른 변화는 없다"고 평가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1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어제 미북 정상 간의 만남을 3차 북미회담으로 볼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판문점 회동'은 시간적으로는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라고 보지만 '정상회담'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회동'으로 본다"고 답변했다.

이어 '한미정상회담에서 우리가 얻은 게 있나, 개성공단 문제를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설명했다는데 성과가 있나'라는 물음에 그는 "(얻은 게) 없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 대해 제재를 유지하겠다고 했다. 이는 역으로 말하자면, 제재를 유지하는 게 우리로서는 필요한 부분이니만큼 문재인 정부는 얻은 게 없더라도 대한민국은 얻은 게 있다고 본다"고 잘라 말했다.

아울러, '미국은 추후 실무협상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지휘하고 스티븐 비건이 팀장을 맡는 형태로 보이는데, 그렇다면 북한 측 협상팀은 어떻게 꾸려질까'라고 묻자 "리용호-최선희 라인이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또한, 향후 '미북 협상 전망'에 대한 질문에는 "북한의 입장 변화가 없이는 연내 (김정은의) 워싱턴 방문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바른미래연구원의 우정민 수석연구원도 신 센터장과 거의 같은 견해를 보였다. 그는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만남 자체는 회담이 될 수 없다. 회담은 공식적인 일정과 협상안이 동반돼야 한다"며 "이는 양 측이 친서교환, 회동에 대한 교감, 판문점 만남 위한 물밑 조율을 이어 온 정황상 단지 '노련한 협상가'와 '기분파 장사꾼' 사이에서 이벤트 효과를 극대화하는 수준으로 평가된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북한에 대한 제재해제 및 개성공단 재개 등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 복안을 관계부처에 지시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한미정상의 만남은 직전 개최된 북중정상회담이 갖는 혈맹 과시에 대한 일종의 '맞불'로 한미동맹의 공고함을 재확인했다는 점에서 실익이 된다"고 피력했다.  그러면서 "이는 양국 정상이 칭한 '위대한 동맹'이라는 언급으로 뒷받침된다"고 덧붙였다.

계속해서 "북미 관계가 다시 화해 무드로 선회하게 되면서 경제에는 일정 부분 긍정적 영향이 있겠지만 현재는 본격적인 경협이나 대북 투자·교역은 쉽지 않아 보인다"며 "미국과 유엔 차원의 대북제재가 겹겹이 북한을 겨냥하고 있다는 점에서 보면 시기상조로 본다"고 일갈했다. 이에 더해 "비핵화 문제 해결은 곧 외교력이라는 점을 인식해 김정은이 북한의 국무위원장인 만큼 김여정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직접 지휘하고,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팀장이 되어 협상에 임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판문점 회동 이후 후속 협상이나 조치들이 북미가 얼마나 순탄하게 진행되느냐에 달려 있다"며 "이것이 양자간 만족할 만한 수준에서 이뤄지면 급물살을 탈 것이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미 대통령이 각각 방미 또는 방북할 여지도 배제할 수는 없다"고 관측했다.

이런 가운데, 여야 정당들의 논평도 이어졌다. 이날 더불어민주당의 홍익표 수석대변인은 현안 브리핑에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상당한 인내와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남북미 3국 정상은 이번 만남을 통해 그 해결 가능성을 전 세계에 보여줬다"면서 "세계를 놀라게 한 남북미 정상의 판문점 만남이 그에 걸맞은 실질적인 후속조치로 이어져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 나아가 동북아에 마지막으로 남은 냉전구도의 완전한 해체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반면, 한국당은 같은 날 전희경 대변인의 논평을 통해 "이번 회동에서 북한의 핵폐기에 대한 미북의 입장변화가 있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포괄적 합의가 있었고, 폼페이오를 중심으로 새로운 실무진이 꾸려져 2~3주내에 세부사항을 논의할 것이라 밝힌 것이 전부다. 실무회담 이후 정상 간 회동이 아니라는 점에서 이미 예견됐던 결과"라고 평가절하했다.

이어 "이번 판문점 미북 회동은 미북 사이에 놓인 대한민국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한 단면이었다"며 "북한이 통미봉남의 시도를 더욱 가속화하고 지속할 가능성도 함께 보여준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마지막으로 그는 "북한 핵위협 앞에 가장 절박한 위기의 최대 당사자인 대한민국은 대화석상에서 자연스레 배제된 오늘의 모습은 씁쓸함을 넘어 대한민국 현실에 닥친 위기국면을 각성시킨다"며 "우리는 우리 운명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주재자인가를 되묻게 한다"고 메스를 가했다.

바른미래당은 이날 '판문점 회동'에 대해 '기대'와 '각오'를 동시에 드러냈다. 이날 최도자 수석대변인이 논평을 통해 "북미 정상의 깜짝 회동은 '의지'와 '결심'만 있다면, 무슨 일이든 해낼 수 있다는 '할 수 있다' 정신을 보여줬다"면서도 "북한의 비핵화, 대북제재를 둘러싸고 북미 간 이견 차이가 여전하고, 남북 간에 풀어야 할 숙제도 산적해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러나 한반도의 평화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자 역사의 흐름"이라며 "거스를 수 없는 평화의 강물에서 남북미 모두는 북한의 비핵화를 향한 노를 힘껏 저어나가야 한다"고 다짐했다.

민주평화당은 앞서 전날 박주현 수석대변인이 논평을 통해 "판문점 남북미회담을 계기로, 이후에 평화협정으로의 이행과 북미 관계 정상화를 이루어내는 것이야말로 근본적인 북핵 문제 해결이 될 것"이라며 "다만, 이번 남북미회담이 일회성 이벤트에 그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다는 점을 명심해, 북미 관계 정상화와 이에 바탕을 둔 북핵 문제 해결의 구체적인 프로세스에 관한 북미협상이 성공적으로 진전되도록 정부는 모든 외교통일역량을 동원해야 한다"고 훈수했다.

정의당도 앞서 전날 '트럼프-김정은 회동'에 대해 호평을 내놨다. 정호진 대변인은 국회정론관 기자회견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은 속도보다는 올바른 협상을 추구한다고 말했다. 맞는 말이다.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단단한 신뢰의 토대를 쌓은 후에 무너지지 않는 평화의 집을 지어야 한다"고 호응했다. 이어 "아울러 문재인 대통령의 인내심에 대해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우직하게 모든 상황을 참고 견디며 지금까지 이끌어온 공이 크다"고 추켜세웠다.

또한, "지금 남북미는 원팀"이라면서 "김정은 위원장은 변화하고 있는 상황을 현명하게 가늠하여 판단을 해주기 바란다.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보여주는 신뢰에 기대어 빗장을 열고 손을 잡아주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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