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허운연 기자
  • 입력 2019.07.24 14:53
(자료=온라인 커뮤니티)
(자료=온라인 커뮤니티)

[뉴스웍스=허운연 기자] 오랜만에 국민의 뜻이 맞고 있다. 바로 일본 불매 운동이다.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에 맞서 국민들이 자발적인 일본제품 안사기에 나서고 있다. “독립운동은 못했어도 불매운동은 한다”며 그 어느 때보다 국민 의지가 높다. 일부에서는 반일감정을 부채질한다면 우려하고 있지만 평소 쓰던 물건을 안 쓰는 불편을 감수하겠다는 결정은 존중될만하다.

다만 일본 영사관 난입 등 불법행위나 과격한 행동은 자제함이 마땅하다. IMF 외환위기 시절 국민들이 집안에 있던 금을 모으면서 환란을 슬기롭게 극복한 것처럼 이번 한일 경제갈등 국면에서도 단합된 힘을 보여주면서 장기전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일본 상품을 사지 않는 대열이 늘어나는 것과 더불어 일본에 가지 않겠다는 국민들도 급증하고 있다. 이른바 '보이콧 재팬'이 본격화되는 상황이다.

여름 휴가철을 맞아 수수료를 물면서까지 일본여행을 취소하는 사람들이 속출하고 있다. 남자친구와의 후쿠오카 여행을 취소한 지인도 “이 정도 손해는 감수할 수 있다”며 애국심을 보였다. 반사효과로 국내 여행 활성화가 기대되는 대목이다. 

이 같은 국민들의 여행 취소 움직임에 일본은 아직까진 담담한 반응이다. 다바타 히로시 일본 관광청 장관은 지난 17일 “대다수를 차지하는 개인 여행의 영향은 제한적”이라며 “아직은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국내에선 일본 여행 수요가 감소하면서 일부 여행사는 상품 판매를 포기하고 저비용 항공사들은 일본 노선을 조정하고 있는 등 보이콧 움직임에 따른 변화가 감지된다.

사드 보복 당시 중국의 단체 관광 규제로 인해 우리나라 관광산업이 당했던 피해는 엄청났다. 당시 뉴스웍스 본사 근처에 있는 동대문에는 중국인 관광객이 크게 줄면서 거리가 늘 한산했다. 명동조차도 썰렁했던 시기다. 중국은 국가 차원에서 한국 단체 관광을 막았지만 한국은 국민들의 자유의사에 따라 일본 관광 거부에 나서고 있다는 점은 다르다. 다만 '결과'는 같을 것이다. 

일본 관광부의 통계를 살펴보면 지난해 우리나라 국민 754만명이 일본을 찾았다. 관광객 중 우리 국민 비중은 24.1%로 중국(26.8%)에 소폭 뒤진 2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해외로 나간 국민이 3000만명에 달한다는 것을 감안하면 해외 여행객 4명 중 1명은 일본으로 향했던 셈이다.

3분기를 기점으로 우리 관광객이 크게 줄어든다면 일본 현지 숙소와 식당, 상점 등의 매출 감소가 본격화될 것이다. 특히 한국 관광객에 대한 의존 비율이 높은 중소도시의 타격은 더욱 클 것이다. 태연한 척하는 일본의 표정이 얼마까지 이어질지 지켜보기로 하자.

일본 여행 보이콧 움직임이 이어지면서 정부는 대체 수요가 국내로 유입되길 희망하는 눈치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2일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성장동력에서 수출 부진을 만회할 수 있는 길은 국내 소비와 관광을 활성화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 국내에도 한류붐과 함께 유네스코에 등재된 세계문화유산 등 좋은 관광 상품이 많기 때문에 이를 잘 활용해 더 많은 국민들이 국내에서 휴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면 우리 경제를 살리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라며 정부와 지자체의 노력을 주문했다.

일본 여행을 취소했다고 해서 여행 자체를 포기한 것은 아닌 만큼 대체재를 찾기 마련이다. 이 같은 수요가 국내로 유입되는 것은 최근 침체된 내수를 활성화하는데 즉효약이 될 것은 분명하다. 교통연구원의 휴가철 통행실태 조사에 따르면 올해 휴가철에 쓸 평균 예산은 지난해보다 4만6000원 증가한 76만4000원으로 집계됐다. ‘100만원 이상을 쓰겠다’는 응답도 33.2%나 됐다. 돈이 돌아야 경기가 산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안다.

다만 원론적인 당부와 막연한 기대감만으로 국내 여행이 활성화되기는 어렵다. 국내 여행에 대한 신뢰도가 낮은 편이기 때문이다. 

휴가철마다 해수욕장과 계곡에서 불법영업하는 식당의 높은 자릿세와 터무니없는 식사요금이 보도되는 현실이 이를 입증한다. 이런 곳 중 상당수는 현금만 받는다. 물론 영수증도 없다. 소액이라도 반드시 영수증을 끊어주는 일본과 비교된다. 정찰제도 우리보다 잘 확립된 편이다. 바가지요금에 당할 우려가 적다는 것이 일반적인 인식이다. 일본 시골 곳곳에 출몰한다는 한국인 관광객이 우리 시골에선 찾기 힘든 것도 이런 점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손님이 몰리는 성수기에 요금이 오르는 것은 해외도 우리나라와 별반 다르지 않다. 산 중턱에서 파는 아이스크림 값이 일반 슈퍼보다 비싸도 운반에 따른 노력을 인정하고 원하는 등산객은 호주머니를 기꺼이 연다. 문제는 소비자가 상식적으로 감내할 수 있는 범위 이상으로 사전예고없이 갑자기 올리는 것이다.

소비자들은 문 대통령이 아무리 강조해도 이번 휴가철에도 이런 고질적인 문제가 반복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간의 학습효과 때문이다. 이를 반영하듯이 교통연구원 설문조사를 보면 교통 체증이나 바가지요금 등이 싫어 도심을 올 여름 휴가지로 선택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휴가 예정자 가운데 54.6%는 여전히 ‘바다 또는 계곡’에서 휴가를 즐길 예정이지만 이 비율은 1년 전보다 16.3%포인트 급락했다.  반면 ‘호텔패키지 상품 이용 또는 쇼핑 등’ 도심휴가형은 18.8%로 9.8%포인트 급등했다.

최근 방영 중인 JTBC의 '캠핑클럽'에서 조명된 진안 용담섬바위나 경주 화랑의 언덕 등을 비롯해 각종 미디어만 봐도 우리나라에 아름답고 찾아갈만한 곳이 적지 않다. 동해의 해파랑길은 총 길이가 770㎞에 달한다. 대서양의 해안선 트레킹 코스로 전 세계에  널리 알려진 스페인의 ‘카미노 델 노르테(Camino del Norte)'는 길이가 550㎞ 남짓하다.  

흔히 같은 말을 쓰는 사람에게 뒤통수를 맞는 것만큼 기분 나쁜 일은 없다고 한다. 해외 여행지와 달리 국내 여행지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으면 그곳을 다시는 찾지않겠다고 다짐하기 마련이다. 국내 관광이 애국심에만 기대서는 안된다. 지금처럼 애국심이 가장 불타오를 때야 말로 철저한 준비와 관리대책이 요구된다. 

벌써 7월말이라며 촉박한데다 시간도 없다고 핑계될 일이 아니다. 국민이 도와주는 이 때 정부와 지자체, 관련 업계 등은 머리를 맞대고 속도를 내서 해결책을 마련·시행해야한다. 올 여름 피서지를 찾아간 국민들이 과거와는 달리 제대로 대접받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에도 실망감을 준다면 국민들은 다시 해외로 나갈 것이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