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손진석 기자
  • 입력 2019.07.30 13:09

정조 시절 ‘배다리’를 현대적으로 해석…길이 500m, 폭 10.5m로 2021년 6월 준공

강맹훈 서울시 도시재생실장이 한강대교의 공중보행교 백년다리 설계안 공모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손진석 기자)
강맹훈 서울시 도시재생실장이 한강대교의 공중보행교 백년다리 설계안 공모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손진석 기자)

[뉴스웍스=손진석 기자] 서울시가 노량진에서 노들섬까지 한강대교 남단에 보행자 전용 공중보행교인 ‘백년다리’의 밑그림에 해당하는 국제현상설계공모 당선작을 공개했다.

시는 국내·외 총 27:1의 경쟁을 뚫고 국내 건축사인 권순엽 SOAP 대표의 설계안 ‘투영된 풍경’이 당선작으로 최종 선정됐다고 30일 밝혔다. 당선팀에게는 기본 및 실시설계권이 주어진다.

이번 공모전에는 전 세계 25개국에서 국내 96개팀 해외 54팀 총 150개 팀이 참가 등록했으며, 이중 국내·외 우수 전문가 27개팀이 작품을 제출했다. 

심사는 건축·토목·구조·교통·조경 분야 전문가 8인을 심사위원을 배치계획 및 이용 편리성, 경관 및 주변과의 조화, 기술·구조 계획, 시공성 등을 기준으로 1·2차에 걸쳐 이뤄졌다.

심사위원회는 “백년다리를 뉴욕의 ‘브루클린브리지’처럼 볼거리와 즐길 거리가 있는 새로운 관광명소로 만들고, 기존 교량이 안전성과 한강의 기후 등 어려운 여건 등을 감안하면서 획기적이고 창의적인 설계안을 마련하는데 주안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당선자인 권순엽 SOAP 대표는 “투영된 풍경은 정조대왕의 ‘배다리’부터 100년 전 한강 위에 세워진 인도교, ‘백년다리’까지 한강대교의 ‘시간적’인 켜를 구조적·경관적 기능을 담은 ‘공간적’인 켜를 통해 구현하고자 했다”며 “백년다리를 한강의 ‘자연’ 경관과 한강대교의 ‘인공’ 경관을 투영시킨 ‘부유하는 풍경’으로 만들고자 했다”고 작품에 대해 설명했다.

당선자인 권순엽 SOAP 대표가 '투영된 풍경'에 대해 질의응답을 받고 있다.(사진=손진석 기자)
당선자인 권순엽 SOAP 대표가 '투영된 풍경'에 대해 질의응답을 받고 있다.(사진=손진석 기자)

백년다리는 조선 정조시대 ‘배다리’를 현대적으로 해석해 길이 500m, 폭 10.5m의 보행자 전용교로 조성된다. 배다리는 정조가 수원행차 때 한강을 건너기 위해 작은 배들을 모아 만든 사실상 한강 최초의 인도교였다. 백년다리의 상부 데크는 완만한 언덕 형태의 각기 다른 8개 구조물들을 연속적으로 연결해 마치 물위에 떠있는 배를 걷는 느낌을 선사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언덕 형태의 구조물에서 부유는 배를 형상화한 것으로 이런 곡선의 디자인은 아치교인 기존 한강대교와 조화를 이룬다. 보행길을 따라 걸으면 변화하는 높이에 따라 한강의 풍경과 도시의 경관, 아름다운 석양을 다양한 방식으로 조망할 수 있게 조성될 예정이다.  

걸어서 지나가버리는 통행 목적으로서의 다리가 아닌, ‘백년다리’ 그 자체로 목적지가 되어 머무를 수 있도록 한 점도 눈에 띄는 점이다. 보행로 곳곳에 목재 데크를 이용한 다양한 형태의 벤치와 전망테라스, 야외 공연·전시장, 선 베드 같은 시민 이용 시설이 들어선다. 휴식과 조망을 통해 도시와 자연의 경제를 경험하고, 문화적 일상을 체험하는 공간으로 만든다는 목표다.

보행교가 아치교 사이에 조성되는 만큼, 아치가 보이는 구간은 식재 등을 통해 가리고, 아치 아랫부분의 시야가 열리는 구간은 테라스 등을 통해 경계 없이 한강의 경관을 감상할 수 있도록 조될 예정이다. 또 백년다리는 도심 속 녹색 숲이자 한강 위 하늘 정원으로 조성된다.

보행 데크 주변으로 소음과 바람, 폭염과 미세먼지를 막아주는 꽃과 나물를 다양하게 식재해 도심에서 마치 시골의 오솔길을 걷는 듯 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당선작인 국내 건축사인 권순엽 SOAP 대표의 설계안 ‘투영된 풍경’ (사진=서울시)
당선작인 국내 건축사인 권순엽 SOAP 대표의 설계안 ‘투영된 풍경’ (사진=서울시)

한강대교 차로 부분과 보행교 사이에는 미세먼지 흡착과 열섬화 예방 효과가 있는 수직정원이 설치되고, 보스턴고사리, 아이비 같은 공기정화 기능이 있는 식물, 로즈마리 같이 향기가 있는 식물, 구절초 같이 교량 위라는 특수 환경에서도 관리가 쉬운 다양한 식물들이 곳곳에 식재된다.

보행 데크 바닥에는 은하수를 투영시켜 놓은 듯한 작은 조명을 촘촘하게 설치해 ‘밤하늘의 정원을 연상시키는 빛의 숲’을 연출해 이색적인 야경을 선사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노량진 방향으로 백년다리와 연결될 노량진 고가차도(내년 초 철거예정) 일부 존치구간에는 교통약자를 위한 엘리베이터와 자전거 이용자를 위한 계단을 설치해 접근성을 높일 예정이다.

서울시는 당선팀과 설계범위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협의한 뒤 8월 중 설계 계약을 체결, 연내 설계를 마무리하고 내년 초 공사에 들어가 2021년 6월 준공한다는 게획이다.

강맹훈 서울시 도시재생실장은 “백년다리는 기존 교각을 이용해 재생차원으로 보행교를 조성한 첫 사례”라며 “구조 등 여러 제약여건을 극복하고 백년다리의 역사적 상징성과 기존 아치교의 아름아움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창의적 디자인을 도출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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