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손진석 기자
  • 입력 2019.07.31 11:03

[뉴스웍스=손진석 기자] 현대자동차 노조가 진행한 올해 파업 찬반투표가 조합원들의 70%가 넘는 찬성률로 가결됐다. 이에 따라 이르면 다음달 중순부터 파업이 진행돼 생산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만약 올해도 파업이 현실화된다면 현대차 는 2012년 이후 8년 연속으로 공장 가동을 멈추게 된다. 문제는 각종 대내외 악재로 생존을 걱정해야 할 시기에 이 같은 일들이 지속적으로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 29~30일 진행된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70.5%의 찬성으로 가결시켰다.

앞서 현대차 노조는 지난 22일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에 쟁의조정을 신청했다. 다음달 중노위에서 조정중지 결정이 나오면 노조는 합법적인 파업에 나설 수 있다.

노조는 올해 임단협에서 ▲기본급 12만3526원 인상 ▲당기순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지급 ▲인력 충원 ▲상여금 통상임금 적용 ▲정년 64세로 연장 등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사측은 정년 연장과 상여금 통상임금 적용 등에서 난색을 표하고 있다.

문제는 지금 근로자들의 연봉을 올려주거나 1인당 1000만원에 육박하는 성과급을 퍼줄 상황이 아니라는데 있다.

지난 2분기 현대차는 1조2377억원의 영업이익으로 전년 동기대비 30.2% 늘어났지만 판매를 잘해서 늘어난 것이 아니다. 영업이익의 대부분이 환율 변동에 따른 일시적인 효과에서 비롯됐다.

판매실적을 보면 답답하기 그지없다. 상반기까지 실적을 보면 올해 판매목표에 미달할 가능성이 높다. 이 추세가 지속되면 연간 판매목표도 달성하기 힘든 상황이다. 만약 올해도 목표를 달성하기 못하면 2015년부터 5년 연속 판매목표 달성에 실패한 불명예를 이어가게 된다.

글로벌 시장의 상황도 녹록치 않다. 주력시장 가운데 하나인 중국 시장에서의 판매가 지속적으로 줄고 있는데다 미국 시장에서의 리스크도 상존하고 있다. 특히 ‘트럼프발 관세폭탄’인 자동차 무역확장법 232조의 한국산 자동차 적용이 결정되면 타격이 심각하다. 이 법이 발효돼 25%의 관세가 붙을 경우 현대·기아차는 사실상 한국에서 생산되는 물량의 미국 수출을 접어야 하는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

이런 상황에서 노조가 파업으로 생산차질까지 유발한다면 현대차의 타격은 불 보듯 뻔하다. 현대차는 국내외 시장에서 잇단 신차 출시와 SUV 비중 확대로 어려움을 타개한다는 방침이지만 파업으로 생산 차질이 빚어지면 이마저도 불가능해진다.

물론 쟁의체제에서도 사측이 노조 요구안을 수용하면 교섭을 재개할 수 있다는 게 노조의 입장이지만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다. 가뜩이나 대내외 악재가 산적한 상황에서 노조의 무리한 요구까지 들어줬다간 회사가 거덜 날 수 있어서다.

지금은 회사의 생존이 시급한 상황이다. 하지만 노조의 생각은 달라 보인다. 회사의 생존보다 집행부 선거를 우선시하는 모양새다.

노조도 결국 회사의 구성원인데, 회사가 어떻게 되건 자신은 원하는 걸 얻어야겠다며 파업으로 발목을 잡는 태도를 이해할 수 없다. 만약 현대차 노조가 파업이라는 악수를 강행한다면 누구의 지지도 얻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저성장 시기에 모두가 어렵다고 하는 상황에서 고임금 근로자들이 임금을 더 받아내겠다며 파업을 벌이는 행위를 곱게 받아들일 사람이 거의 없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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