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문병도 기자
  • 입력 2019.08.24 07:30
휘파람새가 머리를 꼿꼿하게 들고 자고 있다. 관찰결과 이 새는 근육이 잘 발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제공=뉴욕타임스)

[뉴스웍스=문병도 기자] 휘파람새는 매년 봄, 아프리카에서 유럽으로 번식을 위해 수주 동안 위험한 여행을 한다.

휘파람새는 목적지에 가기 위해 사하라 사막과 지중해를 가로 질러 수천㎞를 날아가야 한다.

휘파람새는 재충전을 위해 여러 곳의 기착지에서 쉬어간다. 이 곳에서 새들은 잠을 보충한다. 또 먹이를 먹어 살을 찌우고 그들을 따라 움직이는 굶주린 포식자들로부터 잡아먹히지 않도록 해야 한다.

뉴욕타임스는 24일 휘파람새들이 신체적 조건과 생리적 필요에 따라 수면 자세를 조절한다는 사실을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실린 논문을 인용해서 보도했다.

근육이 잘 발달한 휘파람새들은 머리를 꼿꼿이 세운 채 잠을 자는 경향이 있고, 뼈가 앙상한 휘파람새들은 깃털에 머리를 묻고 잔다. 머리를 묻으면 포식자들로부터 위험해지지만 에너지를 잘 보존할 수 있다.

비엔나 대학의 행동 생리학자인 레오니다 푸사니 박사는 "먼곳을 이동하는 휘파람새는 안전을 유지하는 것과 에너지를 절약하는 것 사이에서 절충점을 찾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푸사니 박사는 몇몇 동료들과 함께 이탈리아 폰자섬에서 휘파람새를 연구했다.

휘파람새는 번식지로 이동하는 도중에 이탈리아 서부 해안에 떨어져 있는 폰자섬에서 휴식한다. 폰자섬은 북쪽으로 향하는 새들에게 인기 있는 기항지로, 보통 300마일(482㎞) 이상 논스톱으로 비행한 후에 도착한다.

연구원들은 그물로 휘파람새를 잡은 뒤 우리로 옮기기 전에 간단한 신체검사를 했다.

휘파람 새 중에는 근육이 발달하고 체지방도 넉넉한 새도 있었고, 여행에 지쳐 수척해보이는 것들도 있었다.

과학자들은 건강한 새들은 야윈 새들보다 낮 동안 더 많이 잔다는 것을 발견했다. 아마도 이 새들이 먹이를 찾는데 많은 시간을 쓸 필요가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밤이 되면 건장한 새들은 머리를 꼿꼿이 세운 채 전방을 향해 잠을 잤다. 야윈 새들은 머리를 깃털에 묻고 잤다.

푸사니 박사와 동료들은 이 패턴을 이해하려고 몇 가지 후속 연구를 수행했다.

휘파람새가 머리를 파묻기 전(왼쪽)과 후의 열영상 카메라 사진. 머리를 깃털에 파묻으면 열 손실이 줄어든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사진제공=뉴욕타임스) 

그들은 열영상카메라를 이용해 휘파람새의 체온을 관찰했다. 

새들은 머리에서 열이 많이 발생했는데, 눈 주변으로부터 열을 많이 잃었다. 머리를 깃털에 파묻음으로써 휘파람새들은 열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연구원들은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열악한 환경에서 기착지에 도착한 새들이 에너지 손실을 막기 위해 어떤 수면자세를 취하는지를 보여준다.

스콧 맥윌리엄스 로드아일랜드대 조류생리학과 교수는 "폭풍을 맞거나 추운 상황을 맞아 휘파람새들은 다리의 지방을 더 많이 소모해야 하는 지경에서 이를 보상하기 위해 이 같은 융통성을 만들어 내도록 진화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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