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장진혁 기자
  • 입력 2019.10.07 06:10

한국중공업·대우종합기계 등 인수하며 '중공업'을 주력으로 '성장'
CDO 조직 신설…두산중공업, '디지털 전환'의 성과 대외적으로 인정받아
두산퓨얼셀·두산솔루스, 별도 법인 출범…"2023년 각각 매출 1조원 목표"

두산타워 전경. (사진제공=두산)
서울 중구에 소재한 두산타워 전경. (사진제공=두산)

[뉴스웍스=장진혁 기자] 2000년대 들어 10년 남짓한 기간 동안 두산의 행보는 공격적이었다.

2001년 발전·담수 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한국중공업(현 두산중공업)을 시작으로, 2003년 고려산업개발(현 두산건설), 2005년 건설기계장비 사업 중심의 대우종합기계(현 두산인프라코어) 등을 인수한다.

소비재 중심의 경공업에서 산업기반시설, 건설기계 장비, 에너지, 생산설비까지 아우르는 중공업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전환한 것이다.

2007년에는 소형 건설장비 부문 세계 1위인 밥캣(현 두산밥캣)을 인수함으로써 소형부터 중대형에 이르는 제품군을 갖춘 글로벌 건설장비 기업으로 도약을 꿈꾼다.

일각에서는 줄곧 효자 노릇을 해오던 주력 사업을 내려놓고 '낯선' 중공업으로 체질을 바꾼다는 것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그룹의 모태인 주류사업 매각을 반대하던 임원진에게 '침묵의 거인' 박용곤 회장은 "두산이라는 이름이 다음 세대로 가지 못할 수 있는 상황에서 업(業)은 중요하지 않다"고 일갈했다.

사업 포트폴리오를 과감히 바꾼 두산은 2000년 3조4000억원이던 매출을 지난해 18조2000억원으로 끌어올렸다.

두산은 올해 2분기에만 매출 4조9883억원, 영업이익 4566억원을 기록한다. 주요 5개 계열사(㈜두산·두산중공업·두산인프라코어·두산밥캣·두산건설)의 연결기준 분기 및 상반기 매출과 영업이익, 당기순이익 모두 전년대비 상승하며 사업별로 고른 성장을 보인 것이다.

그렇지만 과제도 적지않다. 두산중공업은 되돌아보면 2012년 가장 좋은 실적을 기록한 이후 매년 실적이 악화하는 실정이다. 전 세계에서 친환경 기조가 확산하며 화력발전 수요가 줄어들었고, 여기에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까지 더해져 상황이 급속히 나빠지기 시작했다.

2012년 별도기준으로 7조9000억원에 달하던 매출은 지난해 4조1000억원을 기록하며 48%가량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4500억원에서 1800억원으로 약 60% 줄어들었다.

무엇보다 세계 발전설비 시장 침체는 수주를 통해서 드러났다. 2016년 9조1000억원 정도의 신규 수주가 이듬해 5조원으로 내려앉았고 2018년에는 4조6000억원 수준으로 감소했다.

이와 더불어 최근 우리나라 경제는 경기 성장세가 둔화되고 미중 무역전쟁, 일본의 수출 규제 등으로 인해 대외 여건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

결국 제조업 위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두산은 다시 한번 체질 개선을 통한 '도약'을 꿈꿔야 한다. 4차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한 '디지털 전환' 추진과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한 '연료전지·소재 사업' 육성이 그 일환이다.

◆디지털 전환 추진 가속화…제조업 위기 극복

두산은 2017년 4차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한 '최고디지털혁신(CDO)' 조직을 신설해 각 사업영업에서 디지털 전환을 추진 중이다.

CDO 조직 신설의 의미는 디지털 혁신을 통해 그룹 전반에 디지털 기업문화를 정착시키는 데에 있다. CDO 조직은 그룹의 중장기 사업전략 수립에 지원 부서가 아닌 주체로 참여해 사업의 성장과 수익성 확대에 핵심 역할을 담당한다.

AI(인공지능)·빅데이터·블록체인·사물인터넷·증강현실·가상현실 등을 적용한 그룹 공통 SW개발 플랫폼을 도입해, 각 사업조직이 빠르게 신서비스를 개발하는 체계로 전환한다.

이현순 두산그룹 부회장(CTO)은 올해 6월 "두산은 디지털 혁신 비전 하에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 비즈니스모델을 바꿔가고 있다"면서 "이 과정에서 각 사업조직이 민첩하게 SW와 서비스를 개발하도록 공통 플랫폼인 '두산 디지털 플랫폼'을 구축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제조업 위기를 극복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제조공정 개선과 노동·자본 투자가 필수인데 그 핵심이 디지털 혁신이란 설명이다.

이 부회장은 "모든 제품이 '커넥티드 프로덕트'로 바뀌고 제조업이 서비스화되고 있다"며 "두산도 그룹 차원의 CDO 조직을 만들고 일하는 방식부터 IT 시스템까지 전체를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

두산은 중장비, 발전소, 덤프트럭 등 자사 제품에 통신기능을 적용해 작동 상황을 실시간 모니터링하면서 작업효율을 극대화하고 수리·고장 등을 예측해서 사전 대응하는 체계를 도입하고 있다. 이를 위해 경상남도 창원에 데이터센터를 설립하고 시스템과 데이터를 연결했다.

대표적으로 두산중공업은 글로벌 IT 기업들과 협력을 확대하며 발전소 플랜트 부문에서 디지털 전환 속도를 높여가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첫 협력사업으로 인도 사산파워의 석탄화력발전소에 디지털 솔루션을 적용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해당 발전소에 운영 최적화 솔루션을 공급했다.

이를 통해 AI 기술을 활용, 수십만 가지 운전 시나리오를 분석해 발전소의 연소를 최적화하고 있다. 사산파워 발전소는 두산중공업이 디지털 솔루션을 제공한 뒤 5개월간 질소산화물 등 환경물질 발생을 기존 대비 약 30% 저감시켰다. 보일러 튜브의 수명을 사전에 예측해 보일러 비상정지 상황을 방지하는 보일러 튜브 관리시스템도 제공하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이같은 성과를 인정받아 SAP가 선정하는 '피나클 어워드 2019' 수상기업으로 선정됐다. IT 기업을 제외한 국내기업 중에는 최초로 수상하며 '디지털 전환'의 성과를 대외적으로 인정받았다.

◆연료전지·소재 사업 육성…"2023년 각각 매출 1조원 목표"

㈜두산은 이달 연료전지 사업과 소재 사업을 각각 분할해 별도 법인으로 출범한다. 분할을 통해 두산퓨얼셀(연료전지 사업), 두산솔루스(전지박, OLED, 바이오 등 소재 사업)를 신설하게 된다.

㈜두산은 빠른 성장이 예상되는 두 분야에서 독자 경영체제를 갖춰 대내외 경영환경에 발 빠르게 대처하고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사업을 분할하기로 결정했다. 두산은 향후 두 신사업 분야를 공격적으로 키워나갈 예정이다.

두산퓨얼셀의 사업 분야는 발전용 연료전지 사업이다. 연료전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시설 가운데 설치 면적이 가장 작고 기후와 무관하게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가능해 전망이 밝다. 국내 발전용 연료전지 사업은 정부의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에 따라 2040년까지 연평균 20% 이상 성장할 전망이다.

두산퓨얼셀은 지난해 세계 최대 부생수소 발전소(한화 대산)를 수주하는 등 시장 진입 후 3년 만인 지난해 처음으로 수주 1조원을 넘어섰고, 2023년 매출 1조를 달성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두산솔루스는 원천기술을 보유한 전지박, OLED 등 전자소재와 화장품, 의약품 등에 활용되는 바이오소재 사업을 주력으로 한다.

OLED 시장은 기존 스마트폰 중심에서 TV, 자동차 패널 등으로 확대되고 있어 OLED 소재 역시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전지박 시장은 전기차 시장 급성장에 따라 2025년까지 연평균 42%씩 가파르게 성장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바이오소재 분야도 헬스·뷰티 산업의 지속적인 확대에 힘입어 시장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두산솔루스의 올해 예상 매출은 약 2600억원, 2023년 매출 목표는 1조원이다.

두산은 '낙동강 페놀 오염사건'으로 인한 기업 존폐의 기로 속에서, 과감한 결단을 바탕으로 소비재 중심의 '경공업'에서 '중공업'으로 체질 변화를 하며 턴어라운드한다.

지금 상황도 마찬가지다. 화력발전 수요가 줄어들었고,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까지 더해져 설상가상이다. 여기에 미중 무역전쟁, 일본의 수출 규제 등으로 인해 대외 여건은 더욱 악화하는 실정이다.

두산은 '디지털 전환'과 '신사업 육성'을 향한 출사표를 내비쳤다. 다시 한번 턴어라운드할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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