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지훈 기자
  • 입력 2019.10.17 15:56

[뉴스웍스=박지훈 기자] 은행들이 디지털 특화 직원을 뽑고 앱도 고도화했다고 선전하지만 고객 눈높이에선 역시 낙제 수준이다. 삼성전자의 '실수'가 은행 자신들의 고객에게 어떤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는지를 깨닫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17일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삼성 갤럭시 S10와 노트10 시리즈(4G·5G)의 지문인증 오작동 문제로 시끄러웠다. 해당 기기의 디스플레이 위에 젤리케이스를 올려두면 미등록 지문으로도 잠금해제가 가능하다는 글이 올라왔기 때문이다. 휴대폰으로 돈을 보내고 결제하는 이용자들이 충격을 받은 것도 당연하다.

사실 이 문제가 이슈화 된 것은 이날이 처음은 아니다. 이미 해외 전자기기 커뮤니티에서 한 차례 훑고 지나간 사건이다. 

심지어 경제지 포브스는 15일(현지시간) ‘수백만 삼성 갤럭시 S10, 노트10 사용자를 위한 경고’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2.70파운트(3.44달러)에 불과한 문제의 케이스가 초음파 센서를 혼란스럽게 한다”며 “지문인증 모바일 전반에 걸쳐 작용해 (지문인식 오작동으로) 금융앱에 접속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누군가가 문제 기종을 훔치거나 주워서 돈을 빼가거나 신용결제를 할 수도 있는만큼 금융사들은 이에 대한 대책을 재빠르게 준비할 필요가 있었다. 국내 은행권 디지털 담당자들이 해외에서 공론화된  IT 보안 취약 사안을 재빠르게 파악하기는 어렵겠지만 적어도 국내에서 이슈화 된 순간부터는 민첩하게 움직여야 할 것이다.

이날 문제 기기의 지문인증 사용을 만류한 은행은 카카오뱅크 밖에 없었다. 카카오뱅크는 ‘삼성 스마트폰 지문 오작동 주의 안내’라는 제목의 공시를 통해 카카오뱅크 앱내 설정으로 지문은행 해제 방법을 안내했다.

하지만 이날 오후 3시 기준 6대(신한·KB국민·KEB하나·우리·IBK기업·NH농협)은행은 홈페이지와 모바일 모두 고객 자산 손실 예방책을 공지하지 않았다. 다른 인터넷은행인 케이뱅크도 마찬가지였다.

카카오뱅크를 제외한 다른 은행들은 왜 이번 이슈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하지 못했을까. 바로 '고객인지 감수성'이 부족했던 것이 아닐까?

카카오뱅크 직원들은 이날 아침 이슈 관련 커뮤니티 글과 뉴스를 보고 “이거 큰일이네, 대책 마련이 필요하겠다”고 움직인 반면 다른 은행은 “삼성 큰일 났네, 핸드폰 잘 뽑아댔다더니 아이폰에게 밀리겠다”고 말았을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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