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19.11.12 17:16

호텔 및 면세점 사업과의 시너지 클 것으로 전망…정몽규 회장 "모빌리티 그룹으로 한걸음 도약하는 계기" 

HDC현대산업개발. (사진제공=HDC현산 홈페이지)
HDC현대산업개발. (사진제공=HDC현산 홈페이지)

[뉴스웍스=남빛하늘 기자] 'IPARK(아이파크)' 아파트로 이름을 알린 HDC현대산업개발(이하 현산)이 아시아나항공을 품었다. 기존 면세점·호텔 사업과 연계한 여객사업을 추진하면 업계 1위 대한항공도 위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국적 2위 항공사 아시아나항공은 1988년 출범 이후 31년 만에 금호그룹을 떠나게 됐다.

12일 금호산업에 따르면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이 아시아나항공 우선협상대상자로 최종 선정됐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현산 컨소시엄은 매입금액으로 2조5000억원 가량을 적어내 2조원 미만을 제시한 애경-스톤브릿지 컨소시움보다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

금호산업과 HDC현산 컨소시엄은 아시아나 매각을 위한 본협상에 착수하게 된다. 금호산업와 KDB산업은행 등은 가능한 연내 매각을 마칠 방침이다.

금호산업이 갖고 있는 아시아나항공 주식 6868만8063주(지분 31%·구주)와 아시아나항공이 유상증자를 통해 발행하는 보통주(신주)를 인수해 경영권을 받아가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에어서울과 에어부산, 아시아나IDT 등 6개 아시아나 자회사도 함께 '통매각' 대상이다.

본협상에 들어가면 인수가격을 놓고 팽팽한 줄다리기가 벌어질 전망이다. 금호산업 측은 구주 대금이 금호 측으로 유입되는 만큼 구주 가격을 최대한 높게 받기를 희망한다. 이에반해 HDC현산 컨소시엄 측은 아시아나항공 경영 정상화를 위한 재원으로 사용되는 신주에 초점을 맞출 것이 확실시 되기 때문이다.

현산 컨소시엄이 아시아나항공을 최종 인수하게 되면 건설, 면세, 레저에 이어 항공산업에도 진출하며 종합그룹으로서의 면모를 갖출 전망이다.

현산은 과거 현대그룹 안에서 1976년 창립한 한국도시개발, 1977년 출범한 한라건설 등을 모태로 한다. 그룹 내에서 주택건설을 전담한 한국도시개발은 압구정 현대아파트 등 현대아파트를 공급했고, 한라건설은 토목·플랜트 건설에 주력했다. 이후 1986년 한국도시개발과 한라건설이 합쳐 종합건설업체인 현대산업개발이 탄생했다.

1990년에는 현대그룹에서 계열 분리돼 정몽규 회장 체제를 갖췄다. 현산은 2001년 아파트 브랜드 'IPARK'를 론칭했고, 지난해에는 지주회사인 HDC와 사업회사인 HDC현대산업개발로 분할해 HDC그룹으로 발돋움했다.

현산은 건설업을 중심으로 성장해 2000년대 중반부터 사업 다각화에 나섰다. 대표적으로 2006년 영창악기(현 HDC영창)를 인수하고 2015년에는 호텔신라와 손잡고 HDC신라면세점을 세워 면세점 사업에도 진출했다. 이밖에도 파크하얏트호텔을 운영하는 호텔HDC, 오크밸리리조트의 HDC리조트, HDC아이파크몰 등을 계열사로 두면서 면세점·호텔 사업도 강화했다.

이번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마무리하면 기존 호텔 및 면세점 사업과의 시너지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세간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업황이 어려운 항공사를 인수하려는 것도 이 같은 판단에 따른 결정으로 풀이된다.  

항공과 면세점, 호텔의 시너지는 대한항공과의 FSC(Full Service Carrier) 경쟁에서 강점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대한항공은 여객 산업을 주력으로 삼고 있으나 현산은 여객을 면세점, 호텔 서비스와 연결해 외국인 이용객에게 어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산의 뒤에 증권업계 1위 미래에셋대우가 있다는 점도 기대감을 높여주고 있다.

증시에서도 '승자의 저주'를 피한 듯 HCD그룹주(株)가 일제히 뛰어올랐다. HDC그룹의 지주사인 HDC는 전날보다 7.36% 오른 1만24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한때 1만4200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거래일 기준으로 사흘 만에 상승세를 보였다. 

인수주체인 HDC현대산업개발도 전날 대비 2.13% 상승한 3만1100원에 종가를 기록했다. 

특히 HDC그룹의 시스템통합(SI) 서비스 업체인 HDC아이콘트롤스는 30% 상한가를 유지한 채 장을 마쳤다. HDC현대EP 역시 장중 한때 25% 이상 오르기로 했다. 이날 종가는 6.59% 상승한 4935원을 기록했다. 이 회사는 HDC가 최대주주이며 플라스틱 소재를 생산, 공급하고 있다.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은 이날 우선인수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직후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아시아나항공 인수 이후에도 항공분야에 계속 투자하겠다. 이를 통해 항공산업뿐만 아니라 모빌리티 그룹으로 한걸음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인수는 국가기간 산업인 현대산업개발의 지속 가능한 성장에 부합한다고 전략적으로 판단했다"고 인수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현재 항공업계는 경쟁 심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도 "아시아나항공은 HDC현대산업개발로 인수되면서 업계 최고 수준의 재무건전성을 확보하게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미래에셋대우가 재무적 투자자(FI)로서 참여하고 있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돌려 말한 것이다. 

미래에셋대우도 FI로서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현산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의 주체"라며 "우리는 FI로서 맡은 역할에 최선을 다해 이번 인수건을 돕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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