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문병도 기자
  • 입력 2019.11.30 07:30
연구진이 대왕고래의 심장을 측정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욕타임스)

[뉴스웍스=문병도 기자] 지구에 존재한 모든 동물 가운데 가장 큰 대왕고래는 갓 태어난 새끼도 무게 2.5t에 길이 7m에 이른다. 다 자라면 최대 몸길이 33m, 최대 몸무게 180t에 이른다.

대왕고래가 큰 몸집을 유지하기 위해 생리적 한계까지 심장박동을 조절하는 사실이 밝혀졌다.

대왕고래는 잠수했을 땐 심장이 분당 4회에서 8회 뛰고 가만히 있을때는 2회까지도 떨어졌다. 호흡을 위해 수면으로 올라왔을 때는 최대 37회까지 심박수가 오르는 것으로 밝혀졌다.

제러미 골드보겐 미국 스탠퍼드대 해양생물학자 등은 야생 상태의 대왕고래에 흡입 컵을 이용한 심전도 측정장치를 부착해 이런 결과를 얻었다고 26일 미 국립학술원회보(PNAS)에 실린 논문에서 밝혔다.

연구팀이 미국 캘리포니아주 몬테레이 만에서 대왕고래의 몸에 심장박동을 측정하는 심전도 장치를 달고 있다. (사진제공=뉴욕타임스)

야생 대형 고래의 심장박동을 측정한 것은 이번 연구가 처음이다.

연구팀은 고래의 심장박동을 측정하기 위해 네 개의 빨판이 달린 심전도 장치를 고안했다. 이 장치를 대왕고래에 부착했다. 미국의 고래 조사기관인 ‘캐스캐디아 리서치 컬렉티브’의 사진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2003년 몬테레이 만에서 처음 관측된 적이 있어 최소 16살이 넘는 고래였다. 장치는 8시간 30분동안 대왕고래에 달려 있었다.

대왕고래는 수심 150∼200m 깊이로 잠수해 약 15분 동안 크릴떼를 사냥한 뒤 바다 표면에 나와 1∼4분 동안 휴식하면서 산소를 보충한 뒤 다시 잠수하는 행동을 되풀이한다.

심박수 측정결과는 놀라웠다.

대왕고래는 잠수했을 때 분당 4~8회의 심박수를 유지했다. 가장 안정적일 때는 심박수가 분당 2회까지도 떨어졌다.

대왕고래가 먹이인 크릴새우 집단을 발견하고 한 번에 삼키기 위해 돌진할 때는 평소보다 심박수가 2.5배 늘어났다. 호흡을 위해 수면에 올라왔을 때는 심박수가 분당 25에서 37회로 확 올라갔다.

연구자들은 “물속에서 고갈된 산소를 빨리 보충하기 위한 것”이라며 “최대 속도로 심장이 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왕고래는 수면에서 호흡할때는 심박수가 급격히 상승하고 물속에서는 떨어지는 모습을 보여준다. 대왕고래가 먹이를 향해 입을 벌리고 달려들 때는 평소보다 심박수가 2.5배 오른다. (사진제공=뉴욕타임스)

포유류 크기에서 심박수를 유추하는 방정식에 따르면 평균 몸길이 23m, 몸무게 70t의 대왕고래는 319㎏의 심장에서 박동당 80ℓ의 피를 뿜어야 한다.

몸을 유지하려면 휴식기 심박수 기준 분당 약 15회의 박동이 필요하다. 실제 측정값은 절반에서 3분의 1 사이에 머물렀다.

대왕고래가 더 커지려면 물속에서 먹이를 먹는 동작을 자주 취해야 하지만 호흡을 위해 나왔을 때 체내에 산소를 공급하는 데 한계가 있다.

연구팀은 "물속에서 먹이를 먹는 횟수에 제한이 걸려 몸의 크기가 유지된다"라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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