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왕진화 기자
  • 입력 2019.12.17 04:50

2020년 키워드 '업글인간'·'페어 플레이어'…성장 및 선한 영향력 중시

2020년은 경자년(庚子年)으로 쥐띠 해다. 쥐는 12간지 중 첫 번째 동물로 순발력이 뛰어나고 임기응변도 강하며 영리하다. 혼자는 나약할지 몰라도 무리가 힘을 합치면 결정적인 순간의 영향력은 셀 수 없이 강해진다. 힘센 쥐들(Mighty Mice)이 내년 소비시장을 주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뽑은 2020년 소비 트렌드 키워드는 '업글인간'과 '페어 플레이어' '스트리밍 라이프' '팬슈머'와 '쇼퍼터즈'로 요약된다.

[뉴스웍스=왕진화 기자] 올해에 이어 내년 소비시장 흐름도 부진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9월 소비자물가는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통계청이 지난 2일 발표한 11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4.87로, 지난해 11월보다 0.2% 올랐다. 소비자 물가가 상승세로 돌아선 것은 지난 7월 이후 넉 달 만이다.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지난 8월 0%로 제자리걸음을 한 뒤, 9월에는 사상 처음 마이너스를 기록했고, 10월에도 0%로 보합세를 보였다. 

올해는 5년 전에 비해 3040대 인구가 5% 감소했다. 한국은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을 기록 중이다. 이처럼 다양한 요인으로 경기 침체가 계속적으로 이어지고 있지만 우리에게 극복하지 못할 위기란 없다. 기업들은 2020년 소비자의 성격 및 소비 트렌드를 기반으로 진중하게 움직일 필요가 있다. 김난도 서울대 교수와 서울대 소비트렌드 분석센터는 도서 '트렌드 코리아 2020'를 통해 힘이 센 쥐들(Mighty Mice)이 이러한 소비 시장을 다시 일으켜 세우기에 충분한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좁게 말하면 내년에 쥐띠 생일을 맞는 사람들을 지칭하지만 넓게 보면 2020년을 살아갈 모든 사람들을 의미한다.

김 교수는 특히 내년 트렌드의 가장 중요한 축으로 세분화·양면성·성장을 꼽았다. 그러면서 불황 속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으려면 무엇보다 예비 소비자들을 잘게 나누어 그 속에 숨겨진 욕망들을 발견해야 한다는 진단을 내렸다. 이에 따라 2020년에는 성공보다 성장을 추구하는 새로운 자기계발형 인간인 '업글인간'과 구매시 상품뿐만 아니라 타인과 사회에 미치는 선한 영향력을 중시하는 '페어 플레이어'가 뜰 전망이다. 

업글인간은 삶에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나길 바란다. 단순한 스펙 쌓기보다는 삶 전체의 커리어 관리·발전에 집중한다. 어제보다 더 나은 내일을 살고자 하는 업그레이드에 대한 니즈가 큰 것이다. 페어 플레이어는 공평하고 올바른 것을 추구한다. 물건이나 서비스를 구매할 때 상품뿐만 아니라 타인과 사회에 미치는 선한 영향력을 중시한다.

(사진제공=G마켓)
(사진제공=G마켓)

이들의 등장은 행복의 '무게 추'가 재미와 의미 사이의 균형을 향해 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들은 이왕이면 식품이나 서비스 등을 위주로 '착한 소비'를 한다는 공통점도 있다. 이 또한 삶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오게 하기 위함이다. 착한 소비란 환경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까지 충분히 고려해 상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는 현상을 뜻한다. 당장은 나에게 이득이 되지 않거나 때론 조금은 불편하고 조금은 비싸더라도 미래를 생각하며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다. Z세대와 밀레니얼 세대가 디지털 환경을 통해 이를 주도한다.

착한 소비 행태는 여러 갈래로 나뉜다. 이탈리아에서부터 출발한 '서스펜디드 커피' 캠페인은 대표적 착한 소비 행태로 꼽힌다. 서스펜디드 커피란 돈이 없어 커피를 사먹지 못하는 노숙인이나 어려운 이웃을 위해 미리 돈을 내고 맡겨두는 커피다. 이 캠페인은 원하는 소비자들에 한해 자신의 커피 값을 내면서 다른 소외계층의 커피 값을 함께 지급해 매장에서 이 커피를 보관하면서 이뤄진다. 

국내 사례를 보면, G마켓은 지난 7월 7일까지 '반려견 쇼핑 금지(Don't Shop Dog)' 브랜드캠페인을 진행한 바 있다. 이 캠페인을 통해 소비자들이 직접 반려견을 위한 기부에 동참할 수 있는 착한 쇼핑도 진행됐다. 먼저, 판매 금액의 2%가 동물권행동 카라(KARA)에 자동 기부되는 스페셜 기프트카드가 출시됐다. 더불어 인기 강아지 의류 브랜드 'DAN'에서 제작한 '캠페인 스카프빕'이 1만원에 판매됐다. 판매 수량은 총 5000장으로, 1장이 팔릴 때마다 2000원씩 카라에 기부금으로 전달된다. 구매 여부와 상관없이 개인 인스타그램에 캠페인 확산을 위한 해시태그를 달면 게시물 1건당 100원이 기부되는 이벤트도 진행했다. 

이 외에도 소비자들이 캠페인 기간 동안 G마켓 반려동물용품 카테고리의 상품을 구매하면, 판매 수익의 0.5%를 기부금으로 전달했다. 특별히 반려동물용품 카테고리 상품 중 고객이 구매한 동일 상품을 카라에 기부하는 'Buy1+Give1' 상품과 판매금 전액을 카라에 기부하는 '판매 전액 기부딜' 제품도 별도로 만나볼 수 있었다. 당시 이 캠페인은 반려견에 대한 인식을 전환하고 사회적 이슈로 끌어냄과 동시에 기업과 소비자가 함께 참된 소비에 대한 가치를 모색한 점이 호평을 받았다.

국제공정무역기구 한국사무소에는 공정무역인증제품이 전시돼 있다. 국제공정무역기구 한국사무소는 이와 같이 투명성이 확보된 공정무역인증마크가 있는 제품만을 공정무역제품이라 정의하고 있으며, 그 외 국제인증마크 없이 공정무역이라 단순 번안되어 판매되는 제품은 'Alternative Trade, 대안무역'이라 정의하고 있다. (사진제공=국제공정무역기구 한국사무소)
(사진제공=국제공정무역기구 한국사무소)

이렇게 소소한 기부로 자신만의 가치를 표현할 수 있는 한편, 친환경 제품을 구매하는 일도 착한 소비 행태로 볼 수 있다. 업글인간이나 페어 플레이어는 전통적으로 일반 소비자들이 중요하게 생각해왔던 저렴한 가격, 일명 '착한 가격'과 우리 몸에 유해하지 않은 '착한 원료'의 제품에서 나아가 동물과 환경에 미치는 영향 등 제품이 만들어지는 과정까지 고려하는 진정한 '착한 제품'을 찾는다. 재생 소재로 만든 제품을 구매하면 천연자원을 아끼고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착한 소비이자 윤리적 소비로도 꼽히는 또 다른 대표적인 방법은 공정무역 인증제품을 구매하는 행위다. 공정무역은 기업과 소비자, 캠페인 운동가들이 함께 변화를 만들어나가는 글로벌 운동으로, 제3세계의 농가에게 덤핑가격이 아닌 정당한 가격을 지불해 해당 국가의 농민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적으로 삼는다. 공정무역 인증제품에는 개발도상국의 농민과 노동자들에게 돌아갈 수 있는 정당한 비용이 책정돼 있다. 이를 통해 지속 가능한 미래와 지역사회를 위해 투자할 수 있도록 돕는다.

2016년 기준 공정무역상품의 판매액은 전 세계적으로 약 11조원 규모이다. 한국 시장은 같은 해 297억 원의 공정무역 판매량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57% 성장한 기록이었다. 2017년에는 35% 늘어난 400억 원에 달했다.

지동훈 국제공정무역기구 한국사무소 대표는 "전 세계 선진 소비자들은 위와 같이 공정무역인증제품의 구매를 통해서 '안전성, 윤리성, 신뢰성'을 담보 받고 있으며, 이를 채택하고 있는 기업 매출은 전 세계적으로 매년 10% 이상의 큰 성장을 이루고 있다"며 "국내 유통업계의 많은 기업들이 이 운동에 참여해 매출 증진, 기업 이미지 향상, 소비자 인식 증진을 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