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전현건 기자
  • 입력 2019.12.27 10:42

검찰, 송 부시장 '업무수첩' 확보…경찰·청와대 '불법지원' 공범 판단

23일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이 울산시청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울산MBC뉴스 영상 캡처)
23일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이 울산시청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울산MBC뉴스 영상 캡처)

[뉴스웍스=전현건 기자] 청와대 '하명수사·선거개입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송병기(57) 울산시 경제부시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이 이 사건 핵심 피의자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처음이다.

지난달 26일 황운하 전 울산지방경찰청장(현 경찰인재개발원장) 고발 사건을 서울중앙지검으로 이첩해 수사에 나선 지 한 달 만이다.

27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는 전날 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송 부시장의 구속영장 청구서를 법원에 접수했다.

송 부시장은 지난해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청와대 등과 함께 송철호 울산시장 당선을 위해 선거 공약을 논의하는 등 선거에 개입한 혐의를 받는다. 송 부시장은 당시 유력한 야당 후보였던 김기현 전 울산시장 측근들의 비리 의혹을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문모 행정관에게 최초 제보한 인물로 지목됐다.

검찰은 지난 6일부터 다섯 차례에 걸쳐 조사하고, 자택, 집무실 등을 압수수색하면서 송 부시장의 업무수첩을 확보했다. 이 업무수첩에는 청와대가 송 시장의 출마와 경선 경쟁 후보의 불출마 등 지방선거 과정에 관여한 것으로 의심되는 단서가 담겨 있다고 알려졌다.

앞서 송 부시장은 지난 23일 기자회견을 열고 "업무수첩이 아닌 지극히 개인적인 일기 형식의 메모장에 불과하다"면서 "머릿속 생각을 적었기 때문에 사실이 아니거나 오류가 많을 수 있다"고 해명한 바 있다.

검찰은 송 부시장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받는 경찰과 청와대 관계자들의 공범으로 보고 구속영장에 관련자들의 선거개입 정황을 적은 것으로 전해졌다.

현행 공직선거법은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을 지키기 위해 선거에 영향력을 미치는 행위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검찰은 송 부시장의 제보로 촉발된 김 전 시장 주변 수사를 첩보 생산·전달과 수사에 관여한 청와대·경찰 관계자들의 불법 선거개입으로 판단하고 있다. 

지난해 6·13 지방선거 전까지 청와대가 울산 공공병원 건립 계획 등 송 시장의 공약 수립을 도운 정황 역시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보고 있다.

송 부시장은 선거캠프가 공식 출범하기 전인 2017년 10월 청와대 관계자를 만나고 나서 '산재 모 병원 추진을 보류하고 공공병원을 조기에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고 업무수첩에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 1월에는 청와대 인근 식당에서 장환석(58) 당시 균형발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과 만나 공공병원 관련 논의를 주고받았다.

같은 해 3월에는 이진석(48) 청와대 사회정책비서관(현 정책조정비서관)과 한 회의 결과라면서 '(공공병원) 총사업비가 2000억 원이라며 기재부 반대에 대비해 울산시 부담액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로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의혹의 핵심 인물로 꼽히는 송 부시장의 신병을 확보하는 대로 선거개입을 공모했다고 의심받는 청와대와 경찰 고위급 관련자들을 차례로 불러 사실관계를 물어볼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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