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문병도 기자
  • 입력 2020.01.18 07:30
이탈리아 투스카니에서 발견된 로마시대 20대 여성 유골 치아에서 중국산 약초의 흔적이 나왔다. 이 약초는 로마제국과 중국사이의 실크로드를 통해 거래됐음을 시사한다. (그림제공=데일리메일) 

[뉴스웍스=문병도 기자] 밀가루가 주 식재료인 미국인의 경우 전체 인구의 1%정도가 만성소화장애인 셀리악 병을 앓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셀리악 병은 몸이 밀가루에 들어 있는 단백질의 일종인 글루텐 성분에 반응하면서 나타나는 자가면역질환의 일종이다. 셀리악 병을 앓는 사람의 면역체계는 글루텐을 외부 적이라고 판단해 공격을 시작한다. 감마 글루타밀 전달효소 항체가 위장에서 흡수되는 글루텐을 파괴하는데, 문제는 건강한 조직까지 공격한다는 데 있다. 이로 인해 조직 손상과 같은 이상이 생기면 우리의 몸은 ‘염증’을 일으킨다. 염증은 몸 곳곳에서 일어나 위장문제·피로·학습장애·두통 등으로 이어진다. 

글루텐은 반죽을 부풀게 하고 쫄깃한 식감도 내게 돕는다. 셀리악병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글루텐이 들어 있는 음식을 섭취하지 않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글루텐이 들어 있지 않은 글루텐 프리 식품이 식료품점의 한 코너를 차지하고 있다. 글루텐 프리 식품 시장은 2023년에 이르면 64억7000만 달러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렇다면 과거에는 어떻게 치료했을까? 

효과가 있을 것으로 생각되는 모든 치료를 사용했을 것으로 생각해 불수 있다. 

최근 이탈리아 투스카니에서 20살쯤 됐을 때 사망한 한 여성의 유골이 발견됐다. 그녀는 뼈 상태로 봤을 때 글루텐과 관련된 자가 면역질환으로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 글루텐은 몸에서 골수 손실을 야기하기 때문이다. 그녀는 금으로 만든 장신구와 함께 묻힌 것으로 추정했을 때 부유한 가정 출신으로 유추된다.

안젤로 기스몬디와 안토넬라 카니니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이 사망자가 먹은 음식을 연구하기 위해 치아를 관찰했다. 그들은 치석을 검사했다. 치석의 막 코팅이 음식 입자의 화학 잔류물을 가두기 때문이다. 사망자의 차아에서는 글루텐이 풍부한 녹말 입자가 발견됐다. 이런 종류의 음식으로 인해 자가 면역 공격을 유발했고, 그녀가 셀리악 병으로 고생했을 것으로 연구팀은 추정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당시 그녀가 살았을 때 이탈리아에서 자라지 않은 약초가 발견된 것이다. 인삼과 강황이었다. 당시 이들 약초가 재배된 곳은 중국이었다. 당시 로마는 실크로드를 통해 중국과 교류하고 있었다. 때문에 중국의 글루텐 섭취로 고생하던 그녀를 위해 중국산 약초를 사용한 것으로 추정한다. 

그리고 연구팀은 박하와 진정효과가 있는 쥐오줌풀의 혼합물도 찾았다.  기스몬디 박사는 "식물은 예로부터 인간의 식생활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라며 "로마시대 사람들이 치료를 위해 중국산 약초를 사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고고학 및 인류학' 학술지에 발표됐다. 

그녀의 상태를 치료하기 위해 인삼과 강황 같은 약용 식물이 사용됐다. 찌꺼기는 그녀의 치아에 낀 치석(화살표)에서 발견됐다. (사진제공=데일리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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