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0.01.27 02:10

상봉프레미어스엠코 5년만에 4억원 올라…"편리한 주거공간 추구하는 흐름 확산"

서울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 전경 <사진=네이버 지도>
서울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 전경. (사진=네이버 지도)

[뉴스웍스=남빛하늘 기자] '역세권'을 이은 '슬세권'이 2020년 부동산시장에 떠오를 전망이다. 역세권은 지하철역이 인접한 주거권역을, 슬세권은 슬리퍼 같은 편한 복장으로도 접근 가능하고 대규모 편의시설과 가까운 주거권역을 말한다.  

전통적 거주 요건인 역세권을 누르고 슬세권이 최근 트렌드로 주목받는 데는 20~30대 1인 가구의 증가와 40대 여성을 중심으로 한 동네 커뮤니티 활성화가 큰 영향을 미쳤다. 이들이 마트를 가든, 영화를 보든, 커피를 마시든, 주로 집 근처에서 지갑을 여는 경향을 보이게 된 것이다.

지난해 10월 서울대학교 소비트렌드분석센터는 '트렌드 코리아 2020'을 통해 올해 트렌드를 이끌 10대 키워드 중 하나로 '편리미엄(편리함+프리미엄의 합성어)'을 제시하기도 했다. 가격 대비 성능을 중시하는 '가성비'를 넘어 편리함이 우리 삶의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 부동산시장 전문가는 "새해 신규 분양시장에서는 근거리에서 편의를 누리려는 슬세권에 주목도가 높아지면서 대형 커뮤니티나 편의시설 등을 갖출 수 있는 1000가구 이상 대단지의 인기가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슬세권의 시작…최고급 주택의 상징 '주상복합'

이처럼 수요자 대부분이 주거공간을 선택할 때 쇼핑몰, 영화관, 카페 등 각종 편의시설을 가까이서 누릴 수 있는 곳을 선호하게 되면서, 주상복합단지가 올해 부동산·분양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주상복합은 주거공간과 상업시설이 함께 지어지는 건물로, 2000년대 초반부터 국내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2002년 완공된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가 그 시작이다. 타워팰리스는 쇼핑시설을 비롯해 수영장, 골프연습장, 연회장, 독서실 등이 들어서 굳이 밖에 나가지 않아도 쇼핑·문화·여가를 한 번에 누릴 수 있었다.

편리한 주거생활이 한 큐에 가능해진 덕분인지 유명 연예인이나 고소득 전문직 종사자들이 이곳에 둥지를 틀기 시작했고 주상복합단지는 최고급 주택의 상징이 됐다. 당시 슬세권이라는 단어가 있었다면 당연지사 주상복합이 거론됐을 것이다.

주상복합의 인기는 20여 년이 지난 최근 분양시장에서도 입증되고 있다. 서대문구 가재울뉴타운에 처음으로 들어선 주상복합아파트 'DMC 금호 리첸시아'는 지난해 11월 청약 결과 154가구 모집에 1만1293명이 몰려 평균 73.3대1의 경쟁률을 보였다. 단지에는 피트니스센터를 비롯해 어르신들을 위한 실버룸, 아이들을 위한 어린이집·작은도서관 등 연령대를 아우르는 커뮤니티시설이 조성된다.

같은 해 8월 여의도에서 공급된 '브라이튼 여의도 지웰' 역시 오피스 밀집지역에 조성된 상권과 여가 및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는 복합쇼핑몰인 IFC몰을 쉽게 이용할 수 있다.  오피스텔임에도 불구하고 편리한 주거생활이 가능한 주상복합단지라는 것이 장점으로 작용해 평균 26.4대1 경쟁률로 1순위 해당지역 마감된 바 있다.

'상봉 프레미어스엠코' 전경.
'상봉 프레미어스엠코' 전경.  (사진=현대엠코)

◆대중화되는 슬세권…삶의 질 중시되면서 집값도 오름세

서울 강남 등 주요 지역에 있는 고급 주상복합단지만을 슬세권이라 인식하던 과거와 달리 상대적으로 저평가되던 지역에 있는 단지가 최근 주목받고 있는 추세다.

고양 일산동구 백석동에 위치한 '일산 요진와이시티'는 최고 59층 총 2404세대 규모의 주상복합이다. 요진와이시티는 지하철 3호선 백석역이 도보 9분 거리에 있음은 물론 걸어서 5분이면 쇼핑몰(벨라시타), 고양종합터미널, 카페(스타벅스), 코스트코, 영화관(메가박스) 등에 닿을 수 있다.

요진와이시티에 거주하고 있는 직장인 서모씨(여·31)는 "주말에 느지막이 일어나 벨라시타 지하 음식점에서 아침 겸 점심을 먹고 메가박스에서 영화를 본다"며 "가까운 거리에 모든 편의시설이 모여 있는 덕에 삶의 만족감이 높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서울 중랑구 상봉동 소재 '상봉 프레미어스엠코'는 최고 48층 총 497세대 규모로 구성된다. 상봉 프레미어스엠코 1층에는 대형 종합 쇼핑몰인 엔터식스 상봉점이 있다. 엔터식스 상봉점에는 홈플러스를 비롯해 각종 음식점과 카페, 화장품 전문샵 등이 들어서 있다. 또한 도보 5분 거리에 이마트 및 코스트코가, 6분 거리에는 7호선·경의중앙선·경춘선이 지나는 상봉역도 위치한다.

두 단지는 실거래가도 경신 중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상봉프레미어스엠코 21층(전용면적 111㎡)은 준공 1년차였던 2014년 5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같은 면적으로 높이가 낮은 9층이 지난해 12월 9억4500만원에 팔렸다. 5년 동안 약 4억원 가량 오른 셈이다.

일산 요진와이시티 15층(전용면적 84㎡)은 2016년 준공된 해에 4억7000만원에서 2020년 1월 현재 같은 면적 32층이 6억9500만원에 실거래됐다.

서울 상봉동 인근 A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주상복합은 고급 주택이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지금은 편리한 생활을 누릴 수 있는 주거단지의 성격이 더 강하다"며 "이러한 사회적 트렌드와 맞물려 주거, 상업시설을 고루 갖추고 있는 주상복합이 실수요자는 물론 투자자들에게도 주목 받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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