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손진석 기자
  • 입력 2020.03.02 05:00

소음·배기가스 배출 없어 심야운송 가능…연료비도 '절반'
장거리 수송 트럭에는 시기상조…긴 충전시간 약점

승용전기차 보급 확대와 더불어 전기트럭‧버스 등 상업용 전기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현대 트럭페어에서 전시 중인 트럭들 (사진제공=현대자동차)
현대 트럭페어에서 전시 중인 트럭들. (사진제공=현대자동차)

[뉴스웍스=손진석 기자] 승용전기차의 보급이 확대되면서 내수 시장에서 전기트럭‧버스 등 상업용 전기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지난해 12월 산업통상자원부가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요건 등에 관한 규정’을 마련하면서 완성차업체들도 본격적으로 상용전기차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국내 1톤 화물트럭 시장 규모는 연간 14만대 수준이다. 2.5~3.5톤 중형화물트럭은 연간 약 9000대 팔린다. 친환경 전기상용차는 ▲도심 내 환경 오염 방지 ▲소음 및 연료비 절감 ▲유통 및 배송업체 브랜드 이미지 제고를 위한 사업 전략으로 법인고객 시장부터 급속히 확대되고 있다.

파워프라자가 2015년 쉐보레 라보를 개조해 만든 경상용 전기차 '피스' (사진출처=파워프라자 홈페이지 캡처)
파워프라자가 2015년 쉐보레 라보를 개조해 만든 경상용 전기차 '피스'. (사진=파워프라자 홈페이지 캡처)

◆0.5톤 라보 개조 전기차 ‘피스’가 국내 최초 상용전기차

산업통상자원부 고시에 따르면 현재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요건을 만족하는 전기트럭과 전기버스, 수소전기버스는 현대차와 기아차, 파워프라자를 포함해 총 14개 업체 27개 모델이다.

국내 최초 상용전기차는 전기차 전문기업 파워프라자가 지난 2015년 0.5톤 경상용트럭 라보를 전기차로 개조한 피스(Peace)다. 지금까지 조달청을 통해 47대가 판매됐다. 보급된 경상용 전기트럭 피스는 기동성이 뛰어나고 좁은 골목이나 창고 같은 협소한 장소에서 신속하게 사용할 수 있어 대부분 관리용으로 사용되고 있다.

피스를 보급하기 시작한 이후 2018년 국내 최초로 기아 봉고3를 전기차로 개조한 1톤 전기트럭 봉고 EV 피스를 현재 판매하고 있다. 봉고3 EV 피스는 60㎾급 유도전동모터를 적용해 최고출력 80마력, 최대토크 193Nm의 성능을 발휘하며 40.1㎾h 배터리를 얹어 1회 충전으로 130㎞ 주행이 가능하다.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요건을 만족하는 전기트럭(왼쪽)과 전기버스, 수소전기버스 (자료출처=산업통상자원부)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요건을 만족하는 전기‧수소버스(왼쪽)와 전기트럭 (자료출처=산업통상자원부)

◆친환경적이고 경제성 높아 조기 정착 가능성

지난해 12월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가 전기트럭 포터Ⅱ 일렉트릭과 봉고3 EV를 연달아 출시하며, 국내 상용차시장에 전기트럭 모델을 본격적으로 판매하는 첫 사례가 됐다.

운송업계에서는 “현대차와 기아차의 상용전기차 출시는 내수시장에서 본격적인 상용전기차의 도입을 의미한다”며 “상용전기차는 주행거리 면에서 아직 초기에 있지만 친환경‧경제적인 측면에서 현재 디젤 트럭을 운영하고 있는 화물차 업계에 빠르게 자리잡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포터Ⅱ 일렉트릭과 봉고3 EV는 각각 135㎾급 전기모터와 58.8㎾h 용량의 배터리를 탑재해 우수한 등판능력을 자랑한다. 배터리 1회 완충으로 211㎞까지 주행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100㎾급 급속충전기로 충전을 할 경우 54분이면 80%까지 충전이 가능하며, 완속 충전기의 경우 완전 충전하는데 9시간 30분이 걸린다. 

지난해 12월 출시한 현대차의 포터Ⅱ 일렉트릭 (사진제공=현대자동차)
지난해 12월 출시한 현대차의 포터Ⅱ 일렉트릭. (사진제공=현대자동차)

포터Ⅱ 일렉트릭과 봉고3 EV는 적재중량을 실시간으로 감지해 주행가능거리를 정밀하게 예측, 충전 시기를 운전자에게 안내하는 첨단기술을 탑재하고 있다. 적재량이 많을 경우 주행가능 거리를 줄여 운전자에게 안내함으로써 목적지까지 주행거리 걱정 없이 충분한 배터리 충전량을 확보하도록 유도해 주는 기술이다. 즉 화물운전자가 배터리 충전량에 따른 일정을 조절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상용 전기트럭은 저렴한 차량유지비와 세금 할인 혜택 등 경제성을 이유로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포터Ⅱ 일렉트릭의 경우 출시한지 나흘 만에 총 2555대가 계약되며 운송업계의 관심도를 보여주고 있다.

상용 전기트럭을 구매할 경우 정부보조금 1800만원에다가 지자체별로 다소 상이한 화물전기차 보조금, 취득세 140만원과 공채 250만원 한도 감면 등 등록단계에서 세제 혜택을 받을 경우 같은 차종의 디젤 엔진 사양보다 구입비용이 저렴해 진다.

또한 신규 발급이 제한되고 있는 영업용번호판을 무상으로 취득할 수 있는 이점과 공영주차장 주차비, 고속도로 통행료 할인 혜택 등도 받을 수 있어 전기 충전의 불편함에도 불구,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기존 포터Ⅱ보다 연간 1만5000㎞ 주행 기준 연간 연료비를 50% 가량 아낄 수 있는 점도 매우 큰 장점이다.

장거리 수송용 대형 트럭은 시간이 곧 수입이기 때문에 운송업 특성상 충전에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면 트럭 운전자들은 구입을 꺼려하게 된다. 사진은 2018년 트럭페어에서 시연 중인 현대 트럭(사진제공=현대자동차)
2018년 트럭페어에서 시연 중인 현대 트럭. (사진제공=현대자동차)

◆충전시간 더 못 줄여 장거리 운송에는 어려움

글로벌 트럭 업계도 속속 전기트럭 모델을 출시하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 트럭도 내년 양산을 목표로 2시간 안에 완전 충전이 가능한 18t과 25t급 e-악트로스가 출시를 앞두고 있다. 볼보 트럭은 최대 주행거리가 300㎞에 달하는 FL‧FE 전기차 플랫폼을 운영 중이다.

운송업계에서는 장거리 수송용 대형 트럭은 많은 적재물을 싣고 긴 시간 주행한다는 특성에 주목한다. 이같은 측면에서 대형 전기트럭의 경우 배터리 무게로 인해 적재량이 줄어들 것을 우려하고 있다. 게다가 시간이 월 수입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만큼 충전에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면 운전자들은 구입을 꺼릴 것으로 보고 있다.
 
출시된 전기트럭 모델들은 완충까지 충전 시간이 2시간 이내라고 홍보하고 있지만 기존 주유에 소요되는 시간과 비교하면 엄청난 시간이 걸린다. 장거리 운송에 도입되기 힘든 이유다. 

충전시간에 대한 해결책을 마련하지 못한 제조사들은 전기트럭을 출시하면서 ‘도심형’을 강조하고 있다.

도심에서는 짧은 주행거리와 충분한 충전 인프라로 인해 충전시간과 주행거리에 대한 불이익이 덜하다. 소형 전기트럭은 도심환경에서 최적으로 여겨지고 있다. 특히 소음과 배기가스 배출이 없는 친환경성은 복잡한 낮 시간보다 야간 및 심야 시간에도 물류를 지속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까지는 충전시간과 배터리 용량 등 모든 환경을 고려하면 장거리보다는 도심 배송 위주의 중소형 전기트럭이 우선 출시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환경규제를 감안해야하는 운송 업체와 화물 차주들은 충전시간이 획기적으로 단축되는 전기트럭이 나오기를 희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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