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손진석 기자
  • 입력 2020.03.17 10:18

16일 금융감독원에 3자 주주연합 자본시장법 위반혐의 조사요청서 제출
반도건설, 주식 보유목적 허위 공시…"5% 초과한 3.28%에 대한 주식처분명령" 요청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왼쪽), 권홍사 반도그룹 회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왼쪽), 권홍사 반도그룹 회장

[뉴스웍스=손진석 기자] 권홍사 반도그룹 회장이 지난해 말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을 만나 자신을 한진그룹 명예회장직 등 그룹의 경영참여를 요구한 사실이 알려지며 주주총회를 앞두고 경영권 싸움이 치열해지고 있다.

한진칼은 16일 금융감독원 기업공시국(지분공시심사팀)에 KCGI, 반도건설, 조현아 전 부사장으로 이뤄진 3자 주주연합의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에 대해 철저한 조사와 엄정한 처분을 요구하는 조사요청서를 제출했다고 17일 밝혔다.

한진칼 관계자는 “반도건설과 KCGI의 이 같은 자본시장법 위반 행위는 자본시장의 공정성 및 신뢰성을 훼손시켜 시장 질서를 교란하는 것”이라며 “기업 운영의 불안정성을 높이고 일반 주주들의 손해를 유발시키는 3자 주주연합의 위법 행위을 묵과할 수 없어 금융감독원에 엄중한 조사를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한진칼이 지적한 3자 주주연합의 자본시장법 위반 내용은 허위공시,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 경영권 투자, 임원‧주요 주주 규제 등이다. 이에 따라 한진칼은 금융감독원에 반도건설 측이 보유한 3.28%의 지분을 처분해달라고 요청하는 한편 KCGI의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 제한 및 업무정지·해임요구 처분, 시정명령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지난해 12월 반도건설 권 회장과 조 회장의 두 차례 만남에 대해 반도건설 측은 조원태 회장의 도와달라는 요청으로 면담했다고 해명하고 있다.

반면 조 회장 측은 권홍사 회장이 그 자리에서 본인을 한진그룹 명예회장 후보자로 추천하고 한진칼 등기임원이나 감사를 선임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했으며, 부동산 개발권 등 회사 경영에 참여하게 해달라고 노골적으로 요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문제의 핵심은 반도건설이 당시 지분 보유 이유에 대해 ‘단순 투자’라고 공시한데 있다. 지난해 12월 6일 한진칼의 지분 6.28%를 보유했다고 공시하면서 “주식 보유 기간 동안 경영권에 영향을 주기 위한 행위를 하지 않을 것을 확인한다”는 확인서가 첨부되어 있다.

한진칼은 당시 공시된 내용과 달리 지난해 12월 만남에서 반도건설 권 회장이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에게 경영권 참여를 요구한 것은 투자 목적을 위반한 것으로 명백한 허위 공시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도건설이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에 따라 5% 이상의 주식을 보유하게 된 자는 보유목적을 금융위원회와 거래소에 보고해야 한다는 ‘대량보유상황 보고 의무’를 어긴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반도건설 측은 2019년 8월부터 계열사인 대호개발 등을 통해 한진칼 주식을 매집했고, 2019년 10월 8일 및 12월 6일 보유 목적을 ‘단순투자’로 보고했다. 이후 2020년 1월 10일 지분율을 8.28%로 늘렸다고 공시하면서 갑자기 ‘경영참가목적’으로 변경했다.

한진칼은 권홍사 반도건설 회장이 ‘경영참여목적’ 변경 전인 2019년 8월과 12월 한진그룹 대주주들을 각각 만나 자신의 한진그룹 명예회장 선임을 비롯한 한진칼 임원 선임 권한, 부동산 개발권 등을 요구한 것을 문제 삼고 있다. 즉 임원의 선임이나 해임 등 회사의 임원에 대한 사실상 영향력을 행사하는 ‘경영참가목적’이 분명하다는 것. 또한 한진칼 지분을 매입한 반도건설그룹 계열사들의 투자 행태가 단순 투자로 보기에는 비상식적이었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에 한진칼은 보유 목적을 단순투자로 허위보고해 자본시장법 제147조 제1항을 위반했으므로, 2020년 1월 10일 기준으로 반도건설 측이 보유한 지분 8.28% 중 5%를 초과한 3.28%에 대해서 ‘주식처분명령’을 내려달라고 금융감독원에 요청했다.

아울러 한진칼은 KCGI의 다양한 자본시장법 위반 사실을 지적하고 시정을 요구하고 있다.

먼저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활동 위반을 지적하며 의결권 권유자가 위임장 용지 및 참고서류를 금융위원회와 거래소에 제출한 날로부터 2 영업일이 경과한 후부터 의결권 대리 행사를 권유할 수 있다는 자본시장법 제152조 및 153조를 들어 KCGI의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 규제 위반’을 문제 삼았다.

KCGI는 이달 6일에 위임장 용지와 참고서류를 제출했기 때문에, 주말을 제외하고 이틀이 지난 후인 3월 11일부터 의결권 대리 행사 권유가 가능했다. 하지만 KCGI는 이보다 앞선 3월 7일부터 의결권 위임 권유를 시작해 정당한 의결권 행사를 방해하는 등 법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SPC 위법 투자 행위에 대해서는 KCGI가 보유한 투자목적회사(이하 SPC)의 투자 방법이 자본시장법을 어겼다고 언급했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경영참여형 사모집합투자기구(이하 PEF)는 ‘공동’으로 10% 이상의 경영권 투자를 할 수 있지만, 이와 달리 SPC의 경우 공동으로 투자할 수 있다는 규정이 없다. 즉, 이를 법률상 명기된 것만 따라야 하는 포지티브 규제 방식에 따라 해석하면 SPC는 공동이 아닌 ‘단독’으로 10% 이상 경영권 투자를 해야 한다는 의미다.

또한 SPC가 최초 주식 취득일로부터 6개월이 경과할 때 까지 10% 이상 경영권 투자를 하지 못할 경우, 그로부터 6개월 내에 주식을 모두 처분하고 금융위원회에 보고를 해야 한다.

현재 KCGI는 그레이스홀딩스를 포함해 총 6개의 SPC를 운용하고 있는데, 한진칼 지분 12.46%를 보유한 그레이스홀딩스만이 10% 이상 경영권 투자를 했을 뿐 나머지 SPC는 경영권 투자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특히 그 중에서도 2.42%를 보유한 엠마홀딩스의 경우 최초 한진칼 지분 취득 시점이 지난해 2월 28일이다. 경영권 투자 없이 지분을 보유한지 12개월이 지나 자본시장법 위반이 확정됐으므로 엄정한 처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진칼은 임원·주요 주주 보고 의무 위반도 지적하고 있다. 이는 자본법상 주요 주주로서의 공시 의무를 KCGI가  위반했다는 것이다.

KCGI의 SPC인 그레이스홀딩스는 2018년 12월 28일부로 한진칼 주식 10% 이상을 보유해 자본시장법상 ‘주요 주주’에 올랐다. 이에 따라 임원이나 주요 주주 각자가 소유하고 있는 주식을 개별적으로 보고할 의무가 법적으로 생겼다.

하지만 그레이스홀딩스는 2019년 3월 이후 특별관계자인 엠마홀딩스나 캐트홀딩스가 보유하고 있는 주식 수를 그레이스홀딩스의 소유 주식수로 포함해 공시했다. 이에 따라 실제 주식의 소유자를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한 부분은 심각한 공시의무 위반이라는 지적이다.

한진칼은 이와 같은 내용으로 KCGI의 위법 사항에 대해 금융감독원에 엄정한 조치를 요청했다. KCGI의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 규제 위반’에 대해서는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 제한 및 수사기관 고발을, ‘투자목적회사의 투자규정 위반’에 대해서는 KCGI에 대한 업무정지 및 해임요구를, ‘임원·주요주주 보고 의무 위반’에 대해서는 시정 명령 및 수사기관 통보를 요청했다.

한편, 현재 3자 연합은 한진칼의 이번 주총에서 유효한 지분은 31.98%이다.

만약, 허위 공시로 판결되어 3.28%의 지분에 대한 의결권이 제한되면 28.78%로 줄어들게 된다. 조원태 회장 측의 유효 지분은 특수관계인을 포함 22.45%와 델타항공 지분 10%를 확보한 상태다. 여기에 대한항공 자가보험과 사우회 등이 보유한 지분 3.8% 등 총 36.5%를 확보해 의결권에 대한 격차가 더 벌어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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