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세 노인, 소상공인 긴급대출 '헛걸음'…"말로만 우대…스마트폰도 못 쓰는데"
70세 노인, 소상공인 긴급대출 '헛걸음'…"말로만 우대…스마트폰도 못 쓰는데"
  • 전다윗 기자
  • 승인 2020.04.02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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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사용 힘든 중노년층, 현장접수외 다른 신청방법 없어…신속한 직접 지원책 마련 절실
김정순씨는 소상공인 1000만원 긴급대출을 받기 위해 필요한 서류와 절차, 서울남부센터 위치까지 A4용지에 적어놓은 채 집을 나섰다. 휴대폰 사용이 익숙하지 않은 탓이다. (사진=전다윗 기자)
김정순씨는 소상공인 1000만원 긴급대출을 받기 위해 필요한 서류와 절차, 서울남부센터 위치까지 A4용지에 적어놓은 채 집을 나섰다. 휴대폰 사용이 익숙하지 않은 탓이다. (사진=전다윗 기자)

[뉴스웍스=전다윗 기자] 1950년생인 김정순씨는 2일 오전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서울남부센터를 방문했다. '소상공인 1000만원 긴급대출'을 받기 위해서다. 신림동 순대타운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김씨는 코로나19로 가게 운영이 어려워져 대출을 결정했다.

대출 관련 서류를 준비하는 데 이틀이 넘게 걸렸다. 김씨는 일일이 관련 기관을 돌며 서류를 준비했다. 컴퓨터를 사용할 줄 모르는 김씨에게 선택지는 그것 뿐이었다. 짝수년생인 김씨는 2일 대출 신청을 놓치면 다음 주 월요일까지 기다려야 한다. 한시가 급한 김씨는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이날 아침 지하철에 몸을 실었다.

오전 10시 즈음 센터에 도착한 김씨는 그대로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새벽부터 기다린 사람들이 당일 접수표를 모두 받아 갔다. 이날 서울남부센터가 받은 현장접수 인원은 70명으로, 김씨가 도착하기 한참 전에 마감됐다. 언론에서 긴급대출을 위해 새벽부터 기다리는 소상공인들을 수차례 다뤘지만, 인터넷은 물론 스마트폰조차 사용하지 않는 김씨는 알지 못했다.

소상공인 1000만원 긴급대출은 중기부 산하 전국 62개 소상공인진흥공단 지역센터에서 소상공인에게 직접 1000만원을 빌려주는 제도다. 은행·보증기관을 거치는 기존 절차를 없앴다. 지원 대상은 세금 미납이 없는 신용등급 4등급 이하의 소상공인이다. 저신용 소상공인의 숨통을 틔워주고자 만든 제도다.

정부는 지난 1일부터 소상공인 1000만원 긴급대출을 본격적으로 시행하며 다양한 보완책을 내놨다. 창구 혼잡과 병목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대출 신청 홀짝제'를 시행했고, 대출 상담을 접수한 후 상담 시간을 카카오톡으로 전달받는 '스마트대기 시스템'도 확대할 예정이다. 온라인 사전 예약 시스템 정착에 총력을 다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하지만 인터넷 사용이 서툰 장노년 등 정보취약계층에게는 와닿지 않는다. 정보를 접하는 시간도 늦고, 컴퓨터 앞에 앉으면 눈앞이 깜깜해지기 일쑤다. 사실상 현장예약밖에 방법이 없다.

김씨는 "정부는 항상 노약자를 우대하고, 배려하겠다고 말은 하지만 정작 지켜지는 법이 없다"며 "나이 많은 사람들은 인터넷이 익숙지 않다. 대신해줄 사람도 없는 나 같은 경우, 온라인 접수는 불가능하다. 어쩔 수 없이 찾아간 현장에서도 별다른 안내를 받지 못했다. 최소한 노년층을 대상으로라도 별도의 안내를 해줬으면 한다"고 토로했다. 김씨는 오는 6일 이른 새벽부터 센터를 재방문할 계획이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서울남부센터 관계자가 현장접수에 실패한 소상공인들을 돌려보내고 있다. (사진=전다윗 기자)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서울남부센터 관계자가 현장접수에 실패한 소상공인들을 돌려보내고 있다. (사진=전다윗 기자)

하지만 소상공인 개개인에게 관심을 기울일 정도로 현장 사정은 녹록지 않다. 센터에서 대출 상담부터 서류 검토, 심사까지 진행해야 한다. 현장 접수에 실패한 소상공인들을 달래는 것도 중요 업무 중 하나다. 온라인에서 밀리고, 현장에서도 허탕 친 소상공인들의 분노는 고스란히 센터 직원들에게 쏟아진다. 서울남부센터 벽면에는 '제발 고성과 욕설을 삼가 달라'는 안내문이 붙어있었다. 제한된 인원으로 처리하기에는 일손이 달리는 상황이다. 서울남부센터 관계자는 "보통 마감 시간인 6시가 훌쩍 넘어 업무를 마친다"고 했다.

정부는 정착 과정에서 겪는 진통의 일부라는 입장이다. 긴급대출을 정식 시행하며 중기부 관계자는 "소상공인 1000만원 긴급대출은 지금까지의 지원책과는 방식이 매우 다르다. 당분간 현장에서 시행착오가 있으리라 생각한다"며 제도가 본격적으로 궤도에 오를 경우 안정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와 관련해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는 "인터넷 사용이 어려운 중노년층 소상공인을 위한 정부의 배려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아울러 극한의 위기로 내몰리는 소상공인들을 위한 신속한 직접 지원책 마련도 절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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