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전다윗 기자
  • 입력 2020.04.18 09:00

지난 3월 극장 관객 183만명…전년 동월 대비 80% 급감
'사냥의 시간' 등 온라인 선(先)개봉 결정하는 영화 등장

<출처=넷플릭스>
코로나19 여파로 극장보다 OTT를 선호하는 고객이 늘었다. (사진제공=넷플릭스)

[뉴스웍스=전다윗 기자]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영화산업은 변곡점 앞에 섰다.

영화산업 전체 매출의 약 80%를 차지하는 극장 매출은 급감한 반면, 인터넷을 통해 TV 프로그램이나 영화 등을 제공하는 OTT(Over The Top)서비스를 필두로 한 온라인 동영상 이용자는 증가 추세다.

오프라인 위주의 영화산업 권력이 온라인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는 실정이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 후 국내 극장 관람객은 눈에 띄게 줄고 있다. 지난 2월 관람객 수는 약 737만명으로 전년 동월 관람객(2228만명)의 3분의 1 수준에 그쳤다.

3월 관객 수는 약 183만명을 기록했다. 전년 동월 관객수는 약 1400만명이었다. 영화진흥위원회가 관람객 집계를 시작한 지난 2004년 이후 월별 전체 관객으로는 최저치다.

4월 접어들어 상황은 더욱 심각해졌다. 일일 관객수가 1만명대로 떨어졌다. 지난해 4월 첫째 주 기준, 일평균 관객수는 20만명을 넘겼다.

3월 극장 매출액도 약 151억 5000만원에 불과했다. 지난해 같은 달 매출액은 1265억 6000만원이었다. 

이에 따라 극장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휴업을 결정하고 있다. 지난 1일 기준 전국 영화관 513곳 중 103곳이 휴업 중이다. 개봉 예정이던 영화 75편은 개봉이 연기되거나 취소됐다.  

반면 OTT는 '코로나 특수'를 맞았다. 포브스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달 14~16일 디즈니의 OTT 서비스 '디즈니 플러스'의 북미 가입자는 전주 대비 3배 이상 급증했다. 같은 기간 넷플릭스 역시 47% 증가했다. 

국내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국산 OTT 대표주자 '웨이브'가 국내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지난 1월 20일 전후 6주간의 데이터를 비교·분석한 결과, 확진자 발생 후 실시간 시청 시간이 16.4% 늘었다. 영화 구매량도 18.2% 증가했다. OTT 서비스 '왓챠'의 전체 시청 시간도 3월 말 기준, 1월 말과 비교해 50%가량 늘어났다. 

영화 '사냥의 시간' (사진=포스터)
영화 '사냥의 시간' 포스터. (사진=넷플릭스 홈페이지)

이에 따라 '선(先)극장'을 고수했던 영화 유통구조에도 금이 가고 있다. 온·오프라인 동시 개봉을 넘어 온라인으로 직행하는 경우도 생겼다.

영화 '사냥의 시간'이 대표사례다. 독립영화 '파수꾼'의 윤성현 감독과 배우 이제훈이 다시 만난 작품으로 입소문을 탔다. 사냥의 시간은 당초 2월 개봉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여파로 기약 없이 연기됐다. 결국 고심 끝에 극장 개봉을 포기하고 넷플릭스 단독 개봉을 결정했다. 이 과정에서 배급사와 판매 대행사의 법적 다툼이 불거졌으나, 원만하게 해결돼 조만간 세계 190개국에 공개될 예정이다.  

지난 9일 극장에서 개봉된 영화 '공수도'는 IPTV에서 선공개된 작품이다. IPTV에서 입소문을 타면서 극장 개봉이 결정됐다. 국내 상업영화가 IPTV에서 선공개된 뒤 극장 개봉으로 이어진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해외의 경우 드림웍스의 애니메이션 '트롤: 월드 투어'는 오는 29일 영화관과 VOD로 동시 공개된다.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할리우드 영화가 이러한 방식을 취한 것은 처음이다. 

코로나19가 영화의 관람 방식은 물론, 유통 방식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셈이다.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른 비대면 선호라는 변화를 바라보는 극장의 반발과 영화인들의 우려는 커지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해도 집에서 영화보기가 습관이 되고 고착된다면 극장 나들이가 생소한 경험이 된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로인한 영화산업 전반의 생태계가 취약해진다는 걱정도 나온다.  

실제로 트롤: 월드 투어의 경우, CGV와 롯데시네마가 동시 개봉에 반발해 극장 상영을 거부했다. VOD와 같이 공개되면 극장을 찾는 고객이 줄어들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그간 양사는 넷플릭스 자체 영화의 개봉도 거부해왔다. 

20여 개의 영화단체가 모인 코로나19대책영화인연대회의도 "영화산업 전체 매출의 약 80%를 차지하는 극장들이 관객 감소를 이기지 못하고 문을 닫는 중이다. 영화산업의 붕괴는 이미 초읽기에 들어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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