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손진석 기자
  • 입력 2020.06.01 19:00

[뉴스웍스=손진석 기자] 서울시가 대한항공이 소유하고 있는 송현동 부지를 이용해 공원을 만들겠다고 언론 플레이를 하면서 유동성 위기 극복에 애쓰고 있는 대한항공의 희망을 꺾고 있다.

서울시는 대한항공이 소유하고 있는 종로구 송현동 3만7000여㎡의 부지 일대에 대해 몇 년째 수의계약으로 매입하겠다고 매달리고 있지만 가격에 대한 이견이 커 성사되지 못했다. 송현동 부지 가치는 최소 5000~6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부동산 전문가들은 평가하고 있다.

이를 서울시는 공원 조성 계획을 앞세워 저렴한 공시지가로 구매하려하고 있다. 자금이 부족해 땅값도 일시불이 아닌 시차를 두고 지급하겠다고 했다. 공시지가로 헐값에 매입하려는 것에 더해 당장 힘들어 죽겠다는 기업에게 돈도 바로 지급하지 않겠다고 한 것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코로나19로 발생한 유동성 문제 해결을 위해 대한항공이 지난 3월 이 부지를 매각해 유동성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발표하자 서울시는 다른 민간 기업에 매각할 경우 개발을 인‧허가하지 않겠다며 매각 절차 중단을 요구했다. 이어 도시·건축공동위원회에 자문을 상정했다. 도시·건축공동위원회 자문은 공원화를 위해 부지를 수용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되며, 이는 사실상 송현동 부지를 매각할 수 없도록 한 것이나 마찬가지 조치다. 

이로인해 대한항공의 유동화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에 빨간불이 켜졌다. 대한항공은 서울시의 방해로 송현동 부지를 매각할 수 없을 경우 약 5000억원 가량의 추가 자본 확충안이 필요하지만 송현동 부지를 대신할 마땅한 대안이 현재까지는 없어서다.

일각에서는 서울시의 이 같은 행보에 대해 “개발 인‧허가권을 가진 서울시가 슈퍼 갑의 지위를 이용해 을의 입장에 있는 대한항공에게 ‘갑’질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또 “시장경제 체제에서 있을 수 없는 공권력 횡포의 대표적인 사건”이라고 한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가 관계자는 “서울시 쪽에 KCGI‧조현아‧반도건설 주주연합에 관련자가 있어 힘을 실어주려는 것 같다는 루머도 있다"고 조심스레 언급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도 “서울시의 송현동 부지에 대한 공원화 계획 언급은 다른 기업이나 매각에 관심을 보이던 관계자들에게 송현동 부지를 사더라도 개발이 어렵고, 불가능할 수 있어 비싼 돈 주고 땅을 묵혀둬야 한다는 위협에 가깝게 들린다”고 말했다.

대한항공 관계자에게 확인한 결과 서울시로부터 공원화 사업에 대한 어떠한 제안이나 협무 협조에 대한 내용을 듣지 못했다고 한다. 이는 서울시의 일방적인 사업 발표로 시민들을 볼모로 하는 전형적인 공무원들의 탁상행정 행태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부동산 소유자의 의견을 무시하고 공익적 목적이라는 것을 내세워 시의 방침에 무조건적으로 협조하라는 묵시적 협박인 것이다. 

문제는 서울시가 송현동 부지일대를 사업 구역으로 지정해 수용 절차를 밟으면 대한항공이 법적으로 막을 방법이 마땅히 없다는 점이다. 부동산 전문가는 "인‧허가권을 가진 서울시의 일방적인 송현동 부지 공원화 계획 발표는 '송현동 땅은 서울시 땅, 공원만 허가 가능'이라는 의지를 보인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해석한다. 자기의 구태의연한 사고방식을 타인에게 강요하는 꼰대적인 업무 방식을 서울시가 취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시는 송현동 부지 헐값 매입 의혹을 전면 부인하며 "토지보상법은 공익사업에 따른 보상액을 산정할 때 해당 공익사업으로 인한 토지의 가격 변동은 고려하지 않도록 규정했다. 공원 부지로 지정해서 헐값에 사들인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며 “공정하고 정확하게 감정평가를 진행해 가격을 매길 계획”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과연 시장의 가격만큼 가격이 매겨질지 의문이다. 무엇보다 한시가 급한 대한항공의 상황을 서울시가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공익을 핑계로 기업의 급한 발길을 가로막아 생존을 위협하는 행위가 과연 옳은 일인지 곱씹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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