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장대청 기자
  • 입력 2020.08.21 19:30

라인게임즈 '베리드 스타즈' 초기 물량 '완판'…차세대 콘솔기기 연말 출시 예정 속 3N, 대형 콘솔 신작 나란히 준비

(사진=픽사베이)

[뉴스웍스=장대청 기자] 한국은 콘솔 게임의 불모지다.

통상 비디오 게임이라고도 일컬어지는 콘솔 게임은 전용 게임기 '콘솔'을 텔레비전이나 모니터에 연결해 즐기는 게임을 말한다. 게임 용량이 커 좋은 그래픽과 게임성을 갖췄지만, 전용 게임기 등 게임 환경을 마련하는 데 자금이 든다는 특수성을 갖고 있다.

콘솔 게임은 국내보다 해외에서 인기가 좋다. PC방과 인터넷의 빠른 보급을 중심으로 '같이 하는' 게임이 발달한 한국과 달리 뛰어난 화질이나 정교한 시나리오를 중시하는 해외 게이머들은 콘솔 게임을 더 좋아한다. 내수 중심이었던 게임 산업 특성 상 PC 게임과 모바일 게임이 한국 시장에서 전성기를 누리는 동안 콘솔 게임은 국내 게이머와 기업들의 눈 밖에 있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19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국내 콘솔 게임 시장 매출은 2018년 기준 5285억원, 점유율은 3.7%다. 매출액과 점유율 모두 전년보다 늘기는 했지만 모바일 게임(47.3%), PC 게임(35.1%)의 점유율에 비하면 크게 낮은 수치다. 그나마 국내 시장에서 화제를 모은 게임들도 대다수 외산 게임이다.

하지만 최근 국내 콘솔 게임 시장이 조금씩 기지개를 켜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라인게임즈가 7월 30일 내놓은 콘솔 게임 '베리드 스타즈'는 초기 물량이 모두 나갔다. 출시 당일 온·오프라인 매장에서 게임 패키지를 사기가 어려울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국내 닌텐도 온라인 스토어 다운로드 랭킹에서는 8월 1주 차 1위를 기록했다.

베리드 스타즈는 라인게임즈의 첫 콘솔 타이틀이다. 게임은 서바이벌 오디션 도중 의문의 붕괴 사고로 고립된 인물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검은방', '회색도시'를 개발한 진승호 스튜디오라르고 디렉터가 개발을 맡았다. 플레이스테이션4(PS4), PS 비타, 닌텐도 스위치용으로 발매됐다. 

게임 업계에서는 이런 베리드 스타즈의 흥행을 기대 이상의 성과로 평가한다. 국산 콘솔 게임이 유명세를 타는 것이 그만큼 흔치 않다는 뜻이다. 라인게임즈는 기세를 이어 콘솔용 게임 '창세기전: 회색의 잔영'을 개발 중이다. 게임은 최초의 국산 패키지 게임으로 불리는 '창세기전 1, 2'의 리메이크로 닌텐도 스위치용으로 나올 예정이다. 오는 2022년 발매를 앞두고 있다. 

◆카트, 세나, 리니지…3N, 세계 겨냥한 콘솔 게임 개발 계획 내놓아 

콘솔 게임 반등의 신호는 이미 나타났다. 올해 초 '3N'을 비롯한 국내 게임사들은 줄줄이 콘솔 게임 개발 계획을 발표했다.

넥슨은 최근 모바일 게임으로 대박을 터뜨린 '카트라이더'를 전면에 내세웠다. 지난해 11월, 넥슨은 첫 글로벌 멀티 플랫폼 프로젝트 '카트라이더: 드리프트'를 공개했다.

콘솔 게임은 언리얼 엔진4로 개발 중이며 4K UHD의 고해상 그래픽을 지원한다. PC와 엑스박스의 크로스 플레이도 할 수 있다. 넥슨은 지난 6월 카트라이더 지식재산(IP)을 담당하는 신규 법인을 새로 설립할 만큼 관련 프로젝트에 공을 들이고 있다.

넷마블도 자체 IP '세븐 나이츠'로 콘솔 시장을 공략한다. '세븐 나이츠 -타임 원더러-'는 세븐나이츠를 기반으로 만든 닌텐도 스위치용 게임이다. 게임은 실시간 턴제 전투 방식 싱글 플레이 RPG로 올 하반기 출시가 목표다. 넷마블은 최근 PC 스팀 및 콘솔 게임 '리틀 데빌 인사이드'를 개발하는 니오스트림에 지분 투자를 진행하며 콘솔 시장 진출 의지를 확고히 다지기도 했다.

주요 게임사들의 콘솔 게임 신작. 사진 왼쪽 위부터 카트라이터: 드리프트, 세븐나이츠 -타임원더러-, 크로스파이어X, 프로젝트 TL. (이미지제공=넥슨, 넷마블, 스마일게이트, 엔씨소프트)

엔씨소프트의 콘솔 공략 선봉장은 역시 '리니지'다. 엔씨는 현재 리니지 기반 PC, 콘솔 MMORPG 신작 '프로젝트 TL'을 준비 중이다. 클래스 기반 성장과 혈맹 중심 커뮤니티 등 리니지의 핵심 요소를 담은 게임으로 내년 출시가 목표다. 더불어 엔씨는 북미 법인 엔씨웨스트를 통해 신개념 음악 콘솔 게임 '퓨저'를 선보일 예정이다. 가상의 뮤직 페스티벌을 배경으로 하는 이 음악 게임은 현재 북미, 유럽 출시를 앞두고 사전 예약을 받고 있다.

이미 주력 게임 '검은사막' 콘솔 서비스를 운영 중인 펄어비스는 신작 '붉은사막', '도깨비', '플랜8' 등을 PC·콘솔 겸용으로 개발할 계획이다. 스마일게이트는 중국 등지에서 큰 인기를 끈 1인칭 총싸움 게임 '크로스파이어'의 콘솔 버전 '크로스파이어X'를 준비하고 있다. 게임은 이미 한 차례 글로벌 공개 테스트를 진행했다. 크래프톤은 지난 2017년부터 주력 게임 '배틀그라운드'를 글로벌 시장에 콘솔 버전으로 선보이는 중이다.

◆세계 진출 '정조준' 콘솔 게임

이처럼 국내 게임사들이 콘솔에 눈을 돌린 것은 '세계 시장'의 규모 때문이다.

콘진원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의하면 2018년 콘솔 게임의 세계 게임 시장 점유율은 27.5%다. 모바일 게임(35.8%)의 뒤를 이은 2위다. 특히 북미(44.3%)와 유럽(36.2%)에서는 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다. 콘솔 게임의 세계 시장 규모는 489억6800만달러(한화 약 58조1054억원)에 달한다.

올 초 국내 게임사들은 하나 같이 글로벌 진출을 장기적인 핵심 목표로 내세웠다. 이러한 진출 계획의 앞에 '콘솔 게임'이 있다. 실제 국내 게임사들이 개발을 발표한 게임들은 개발 단계부터 모두 세계 시장을 겨냥했다. 

넥슨은 카트라이더를 글로벌 진출 핵심 IP로 평가하고 있다. 카트라이더: 드리프트 역시 비공개 테스트(CBT) 단계부터 일부 국가를 제외한 아시아, 북미, 유럽 등 글로벌 전역의 이용자를 대상으로 삼았다. 넷마블이 선택한 세븐나이츠 IP도 글로벌 시장에서 성과를 내고 있는 게임이다. 엔씨는 아예 북미 법인을 통해 첫 콘솔 게임 '퓨저'를 선보인다. 검은사막, 배틀그라운드 등 이미 콘솔 게임을 서비스하고 있는 게임들도 글로벌 서비스를 주력으로 삼고 있다.

콘솔 게임은 어느새 레드 오션으로 평가받고 있는 모바일 게임 시장의 새로운 대안으로도 떠올랐다. 업계 관계자는 "부분 유료화, 확률형 아이템 등 모바일 기반 게이밍 환경에서 문제시되는 부분은 콘솔 부문에서 크게 두드러지지 않는다"라고 진단했다. 뛰어난 화질과 게임성, 첫 구매 패키지로 수익을 올리는 구조 등 모바일 게임과 차별화된 특성으로 이를 대체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차세대 콘솔 기기 플레이스테이션5(위쪽)와 엑스박스 시리즈X. (사진제공=소니인터렉티브엔터테인먼트, 마이크로소프트)

올해 말 차세대 콘솔 기기가 연달아 출시를 앞두고 있는 것도 큰 호재다. 소니인터렉티브엔터테인먼트(SIE)는 지난 6월 PS5를 처음으로 공개했다. 이 기기는 연말에 출시된다. 마이크로소프트도 차세대 기기 엑스박스 시리즈X(SX)의 출시를 올 11월로 확정했다. 이때 몰릴 관심이 5G 시대 핵심 콘텐츠로 떠오른 '클라우드 게임'과 연결된다면 콘솔 게임이 더 폭발적인 성장을 이뤄낼 가능성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8세대 콘솔기기들을 대체할 새 하드웨어 플랫폼이 도래하는 2020년말을 전후로 콘솔게임 시장의 재도약 가능성이 두텁게 거론될 수 있다"며 "현재 모바일게임 중심 게임제작 환경이 레드오션으로 논의되고 있는 만큼 새 전략으로서의 콘솔게임 진출이 과거보다 좀 더 현실적인 전략안으로 꼽힐 가능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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