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전현건 기자
  • 입력 2020.11.18 08:50

"한진칼·대한항공 주주들 지분가치 희석 우려…아시아나항공 대주주 이익 배가될 것"

아시아나항공 여객기 (사진제공=아시아나항공)
아시아나항공 여객기. (사진제공=아시아나항공)

[뉴스웍스=전현건 기자] 정부와 산업은행(산은)이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지원을 위해 한진칼에 총 8000억원을 투입하기로 결정한 것을 놓고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인수 지원 방식에 우려를 표하며 통합추진에 이의를 제기했다.

민주당 이용우·박용진·민병덕·민형배·송재호·오기형·이정문 의원은 17일 국회 소통관에서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통합추진 이의제기 기자회견'을 열고 "한진칼은 경영권 분쟁이 있는 회사인데 이런 회사에 자금을 투입하는 행위는 결과적으로 경영권 분쟁에 있는 총수 일가를 지원하는 거래가 될 수 있다"며 이 같이 꼬집었다.

이들은 산은이 인수 주체인 대한항공이 아닌 한진칼에 자금을 투입하는 것에 대해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부담이 있던 산은과 경영권 분쟁에서의 주도권을 가져오기 위한 총수 일가의 이해관계가 맞았다는 합리적인 의심이 가능하다"며 "이번 빅딜의 뒤에는 한진칼 사외이사(이사회의장)가 막후 중재역할을 했다는 기사가 있는데, 이것이 사실이라면 사외이사가 특정 주주를 위해 통합을 주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아시아나항공은 코로나 이전부터 부채가 자산을 훨씬 초과했다"며 "(산은의 한진칼 지분 보유로 인해) 한진칼 및 대한항공 주주들의 지분가치는 희석될 것이고 아시아나항공 대주주의 이익은 배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거래는 공정거래법상 독점을 유발하는 거래"라며 "독점으로 야기될 소비자 후생의 감소를 방지할 수 있는 대안 마련 역시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실제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의 지난해말 기준 국내선 점유율은 68.4%에 달해 인수 합병시 독·과점에 해당한다.

오기형 민주당 의원은 기자회견 직후 기자들과 만나 "관련 상임위인 국토위, 산자위, 금융위 등 많은 부서가 관련 있어서 각각의 내용을 들어보며 어떤 합리성을 가지고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전했다.

정부는 전날(16일)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추진을 공식화했다. 

아시아나항공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이를 위해 한진칼에 8000억원을 투입하고, 한진칼은 이 자금으로 자회사인 대한항공을 통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게 된다. 

이에 따라 산은은 한진칼 지분 10.7%를 보유하게 되고,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최대주주(지분율 63.9%)가 된다.

이를 두고 관련업계에서는 산은이 통합 과정에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경영권 방어를 위한 '우군' 역할을 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산은이 한진칼의 주요주주가 되면 경영권 분쟁을 벌이는 조 회장과 KCGI·조현아·반도건설 3자 주주연합 사이에서 '캐스팅보트'를 쥐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통합 과정을 주도한 것이 한진칼 이사회 의장인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김 전 위원장은 양대 항공사 통합 추진 과정에서 이동걸 산은 회장과 의견을 나눈 것으로 전해진다. 

두 사람은 경기고 68회 동기로 막역한 사이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강성부 대표가 이끄는 KCGI는 "조 회장의 사적 이익을 위해 국민 혈세와 주주를 희생시키는 시도를 법률상 허용되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저지하겠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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