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상훈기자
  • 입력 2016.04.13 23:27

국민의당, 20년만에 3당 체제 탄생...국회서 '캐스팅보트'로 영향력 확대할듯

20대 총선 결과 한국의 정치 지형이 20년만에 거대 양당 체제에서 3당체제로 바뀌는 대변혁을 일으키면서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가 최대 승자로 떠올랐다.

13일 실시된 4·13 총선 투표에서 국민의당은 호남에서 압승하는 것은 물론 정당투표에서 새누리·더불어민주당에 못지않은 지지를 받아내 원내 제3당의 지위를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안철수 대표는 국민의당 독자세력화에 성공한 것은 물론 자신의 지역구인 서울 노원병에서도 재선에 성공하면서 유력한 대선주자로서 입지를 굳히게 돼 대선가도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安, 대권주자로서 정치적 영향력 높여

안철수 대표가 더민주당 탈당 및 국민의당 창당까지 일련의 과정에서 구상했던 ‘천하삼분지계(天下三分之計)’, 즉 새누리·더민주와 함께 20대 국회를 3분한 뒤 에너지를 모아 대선으로 간다는 전략은 일단 궤도에 올라서게 됐다.

이에따라 안 대표는 총선 이후 제3당 리더로서 1년 반 앞으로 다가온 대권 레이스에도 주력 후보로 영향력을 확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2012년 대선 당시 40%를 넘던 안 대표의 지지율은 새정치민주연합 탈당 전에는 한 자리 수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이번 총선 직전인 지난 7일 14.2%까지 반등했다.

총선 이후 새누리당과 더민주당에서는 선거 결과를 둘러싼 지도부 리더십 혼란이 예상되는 가운데 총선에서 확실한 리더십을 이뤄낸 안 대표는 이 틈새를 비집고 대권주자로서 여론의 지지를 얻을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거대 양당 싸움에 피로감... '제3당' 원해

한국 정치 지형에서 유력한 3당이 각축하는 체제가 탄생한 것은 지난 1996년 15대 총선에서 자유민주연합(자민련)이 충청권을 석권했던 이후 20년 만이다.

지역과 계층을 기반으로 기득권을 누려 온 거대 양당에 대한 불신이 정치 지형을 바꾼 힘인 것으로 분석된다.

국민의당은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합해 원내교섭단체 구성요건(20석)을 무난하게 채웠다. 특히 야권 지지층이 후보는 더민주를 찍는 대신 정당은 국민의당을 찍는 교차투표를 통해 국민의당은 비례대표를 많이 확보했다. 특히 국민의당은 정당 투표에서 친새누리 성향의 보수층 표심을 잡은 것으로 분석돼 기존 텃밭인 호남의 개혁 성향 유권자까지 합치면 안 대표가 줄곧 외쳐온 ‘중도’ 정당으로서 자리잡을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안철수 대표로서는 야권의 지속적인 야권연대 촉구를 거부하며 ‘3당 체제’에 승부수를 던진 것이 결국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았다는 점에서도 정치적 입지를 넓히는 기반을 확보한 셈이다. 그는 이날 출구조사 발표 직후 “전국 곳곳에서 변화의 열망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정치 인생 최초로 원내 정당이라는 지원 시스템을 확보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2012년 대선에서 조직화된 정당세력 부재로 인해 단일화에 실패했던 뼈아픈 경험을 딛고 정치세력화 구축에 성공한 것이다.

◆국회선 캐스팅보트 쥐고 주도권 장악할 듯

명실상부한 제3당 교섭단체가 된 국민의당은 20대 국회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 새누리당은 법안 처리 등을 관철시키기 위해 국민의당 협조가 필요하고 더민주 역시 새누리당에 맞서려면 국민의당의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 됐다. 따라서 다양한 법안 처리 과정에서 양당 사이에서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의당이 의회권력의 ‘중재자’ 역할을 하면서 양당을 상대로 협력과 견제 역할을 하게 된다.

각종 쟁점 처리 여부는 국민의당 입장에 따라 좌우될 가능성이 커진 만큼 거대 양당의 대치로 ‘최악의 국회’라는 오명을 얻었던 19대 국회와 달리 20대 국회는 달라질 모습으로 운영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서는 더민주가 총선 과정에서 좌파적 색채를 뺀 데다 국민의당 주류세력이 중도보수 성향을 띠고 있는 만큼 국회 내 논의가 보수화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녹색돌풍 거셌지만...“호남 지역당 한계” 지적도

국민의당이 호남에서 대부분의 의석을 차지하는 녹색돌풍을 일으키면서 호남권에서 야권 재편 논의의 물꼬가 트일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호남권의 지지가 국민의당에 대한 압도적인 지지라기보다는 더민주에 대한 심판의 성격이 짙은 만큼 안 대표에 대한 호남의 지지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더욱이 국민의당이 수도권에서 당선된 후보가 소수에 그치기 때문에 전국적인 확장성을 보이지 못할 경우 ‘호남당’이라는 지역 정당에 그치는 한계를 안고 있다. 과거 자민련 사례와 마찬가지로 망국적 지역주의를 부활시키는 ‘신 3당체제’, ‘호남판 자민련’일 뿐이라고 평가절하하는 지적도 있다.

따라서 안 대표가 총선 마지막까지 야권연대를 거부하면서 ‘3당 체제’에 정치생명을 걸고 있다고 공언해왔지만 대선을 앞두고 야권 내에서 ‘후보단일화’가 다시 화두로 떠오를 경우 과연 3당 체제가 지속될지는 불투명하다는 전망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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