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20.11.27 19:05

조셉 윤 " 중국에 '3C 정책' 혼합된 '선택적 대결정책' 취할 것…협력은 보건·기후변화·북한 문제, 경쟁은 경제통상·5G, 대치는 남중국해 문제·인권문제"

지난 14일 서울 신라호텔에서는 '아시안리더십컴퍼런스(ALC)'가 열렸다. (사진=홍일표 국민의힘 의원 공식 블로그 캡처)
지난 14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아시안리더십컴퍼런스(ALC)'가 열렸다. (사진=홍일표 국민의힘 의원 공식 블로그 캡처)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세계적인 석학들은 조 바이든 미국 신 정부의 외교안보정책 기조를 "다자주의에 기초한 대중 압박전략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14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아시안리더십컴퍼런스(ALC)'에 참가한 국내·외 외교안보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 정리해 지난 26일 여의도연구원이 공개한 결과다. 

국내·외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대체적으로 중국에 대해서 3C(Cooperation·Competition·Confrontation, 협력·경쟁·대치) 정책이 혼합된 '선택적 대결정책'을 취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북한이 과거와 달리 미국 신정부 출범 시기에 맞춰 도발이 아닌 대화와 협상 등 다른 방식을 취할 가능성도 있으므로, 이에 발맞추어 바이든 신정부도 지속적 대북 대화 의지를 표명하며 상황 관리에 나설 필요가 있을 것으로 진단했다. 

◆"초당적 리더십 필요"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바이든 신정부는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해 있으며, 감염 확산 차단 및 감염자 관리에 최우선을 둘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빅터 차 전 국가안전보장회의 보좌관은 "바이든 신정부에게는 산적한 과제가 너무 많아, 북한 이슈는 후순위가 될 것"이라며 "이번 인수위에서도 국내문제가 중심이 되었다"고 말했다. 

스티브 비건 미 국부무 부장관은 "코로나19는 민주주의의 투명성, 책임성, 효과성 등의 중요성을 일깨워줬다"며 "민주주의 핵심가치인 자유와 인권의 제도화를 강화하고 미국의 저력을 재점검하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수미 테리 CSIS 한국 담당 선임연구원은 "이번 선거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미국민들의 거부였지만, 그가 추진한 정책기조 즉 '트럼피즘(Trumpism)'을 거부한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 근거로 "트럼프의 지지표는 7300만표로 역대 득표 중 가장 많았다"며 "다만 트럼피즘은 불문율을 파기하고 미국 내 정치 분열과 양극화를 심화시켰다"고 평가했다. 이어 "만약 공화당이 상원을 지속 장악하게 될 경우, 코로나19와 기후변화 대응 등 신정부의 정책이 원활하게 추진되기 어려울 수 있다"며 "결국, 신정부는 정치적·경제적 양극화 문제 해결이란 어려운 과제를 떠안게 된 바, 이를 해결하기 위한 '초당적 리더십'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새로운 아시아 회귀 정책"

빅터 차는 "국내정책 과제가 산적한 상황에서 최고의 대외정책은 국내 과제들을 잘 챙겨서 강력한 미국을 만들고, 이를 통해 경쟁국들에게 미국의 저력을 증명해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커트 캠블 전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신정부가 트럼프 정부의 모든 대외정책을 부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특히 트럼프 정부에서 구축해 놓은 일본, 호주, 인도와의 다자적 네트워크는 향후 국제질서 유지에 중요한 기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전통적으로 유럽에서 추진한 친밀한 관계를 통한 외교정책을 일본, 호주, 인도 등에도 적용해 지도자간 개인적 유대를 통한 안정적 외교관계를 구축해왔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이러한 인도·태평양 전략은 다음 정부에서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하며, 오바마 정부 시절 '아시아 회귀정책(Pivot to Asia)'이나 '재균형 정책(Rebalancing)' 이상으로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수미 테리는 특히 "트럼트 정부 시기 '아시아 중시 정책(인·태전략)'의 핵심 목표가 부상하는 중국의 영향력을 방어하기 위한 것이었기 때문에 바이든 정부도 유사한 정책을 취할 것"이라며 "2020년 민주당의 정강정책에 인도·태평양 정책 용어는 보이지 않지만, 사실상 중국을 전략적 경쟁대상국으로 간주하며 홍콩 사태와 신장 위구르 지역에서 발생하고 있는 인권 문제에 대해 어필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어 "NATO(북대서양조약기구) 같은 안보체계가 아시아에 들어서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며 "특히 쿼드(Quad)가 군사적 동맹 성격이 강했지만 정치적 대화에 머물러 있어서 실질적 진전은 없었다"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구조적으로 대만, 베트남, 한국 등이 미국의 쿼드(Quad) 합류 요청에 응할지도 미지수"라고 언급했다. 

쿼드(Quad)는 미국·인도·일본·호주 등 4개국이 참여하고 있는 비공식 안보회의체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이 지난 8월 31일 '쿼드'를 공식 국제기구로 만들 뜻을 밝힌 데 이어 한국·베트남·뉴질랜드 3개국을 더한 '쿼드 플러스'로 확대할 의도를 내비치면서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지난 14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아시안리더십컴퍼런스(ALC)'에는 박진 국민의힘 의원과 같은 당의 홍일표 의원 등을 비롯해 국내·외 외교안보 전문가들이 대거 참석했다. (사진=홍일표 의원 공식 블로그 캡처)
지난 14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아시안리더십컴퍼런스(ALC)'에는 박진 국민의힘 의원과 같은 당의 홍일표 의원 등을 비롯해 국내·외 외교안보 전문가들이 대거 참석했다. (사진=홍일표 의원 공식 블로그 캡처)

◆"협력·경쟁·대치의 혼합정책으로 중국 대할 것"

대부분 학자들은 중국이 평화와 번영시대를 저해하고 민족주의적 대외정책 구사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하면서, 바이든 미국 신정부는 동맹과 연합해서 중국을 다룰 것으로 전망했다.

브루스 클링너는 "오바마 정부 시기에는 해군력 향상이 미비해서 현실적으로 자유 항해작전 등을 추진하는 데 한계가 있었으나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며 "보다 적극적으로 인·태지역에서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또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적극적 개입 정책을 추진할 것"이라고 봤다.

커트 캠블도 역시 "미국 상원에서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공화당이 중국에 보다 강력하게 대응하기를 주문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앞으로도 중국과의 경쟁기조는 유지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피력했다.  

이런 가운데, 조셉 윤 전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중국과 바이든 신정부와의 관계는 3C로 협력(Cooperation), 경쟁(Competition), 대치(Confrontation)가 혼합될 것"이라며 "협력분야는 보건, 기후변화, 북한 문제 등이고 경쟁분야는 경제 통상, 5G 등이며 대치분야는 남중국해 문제와 인권문제 등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성한 전 외교부 차관는 "트럼프 정부는 중국을 '봉쇄'하고자 했다면, 바이든은 중국의 행동 변화를 유도하는 방향이 될 것"이라며 "따라서 바이든 신정부는 중국을 세계에서 디커플링하기 보다 미국의 경쟁적 우위를 유지하는 데 중점을 둘 것"이라고 말했다. 

◆"한반도를 넘어선 협력관계 추구"

'한미 방위비 분담 문제'에 대해서는 대부분 학자들이 신속하게 해결될 것으로 전망했다. 마크 리퍼트 전 주한미국 대사는 "한·미 간 협상을 통해 이미 합의된 것이 있었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비토함으로써 해결되지 않았다"며 "따라서 바이든 신정부 출범 이후 협상이 빠르게 진전될 것"이라고 피력했다.

수미 테리도 역시 "한·미 동맹관계가 안정을 찾을 것으로 보이며, 특히 방위비 분담금 문제 등이 원만히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낙관했다. 

또한 많은 석학들은 동맹문제에 있어서 현안은 한일관계로 보고 있고 한·일관계 회복이 중국 문제와 북한 문제 해결에 중요한 기반이 될 것으로 판단하는 발언을 했다. 

커트 캠블은 "한일갈등으로 중국에 대한 대응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바이든 신정부는 양국 관계에 조금이라도 압박을 가해서 한일관계 진전을 유도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조셉 윤은 "한일관계는 양국 지도자가 너무 표심을 의식해서 정치적 문제가 됐다"며 "이 때문에 트럼프 정부도 더 이상 개입하지 못한 것인데 바이든 신정부는 한·미·일 3자 정상회담 등을 통해 한일관계를 개선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한·미·일 공조로 '북핵+인권' 동시압박"

향후 미·북 협상에 대해 대부분 학자들이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기 보다는 정상적으로 차근차근 접근하게 될 것으로 전망하는 분위기다. 크리스토퍼 힐 전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향후 미·북 협상에 대해 "뒤로 가지는 않을 것이고, 쇼도 없고 전략적 인내도 없을 것"이라며 "명확한 것은 동맹과의 조율을 통해 대북정책을 추진할 것이라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브루스 클링너는 "김정은과 트럼프의 브로맨스(남자들끼리 갖는 매우 두텁고 친밀한 관계)는 더 이상 없을 것"이라며 "즉 깡패, 독재자에 대해 다정하게 대하는 미국 대통령의 모습도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수미 테리는 미국의 향후 외교적 기조에 대해 "실무협상을 중시한다는 점에서는 오바마 정부와 유사할 것"이라며 "북한과 대화 가능성을 열어놓고 '단계적 비핵화'를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에드윈 풀러 헤리티지재단 창립자는 "북핵 문제의 외교적 해법을 위한 첫 단추와 마지막 단추는 결국 중국과의 협력이라는 것을 바이든 신정부는 잘 알고 있기에 대북관계와 북핵 문제 진전을 위해 중국과 협조에 심혈을 기울일 것"이라고 예측했다.

끝으로 스티브 비건은 "북한의 행보는 예측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미국은 자신의 스케줄과 행동원칙에 따라 움직이면 될 것"이라며 "북한이 연말이나 연초에 도발에 나설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미국이 지속적으로 대화 의지를 담은 메시지를 사전에 전달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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