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윤현성 기자
  • 입력 2020.12.05 06:30

대전지법 "범행 부인·증거 인멸 염려"…과장 1명 영장 기각

 월성 1호기 (사진제공=한수원)
지난 2018년 조기 폐쇄된 월성 1호기. (사진제공=한수원)

[뉴스웍스=윤현성 기자] 월성 1호기 원전 관련 내부 자료를 삭제하는데 관여한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 3명 중 2명이 구속됐다.

이들 공무원이 윗선의 지시를 받아 자료를 삭제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 가운데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과 청와대 등을 대상으로 한 검찰의 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수사에 더욱 가속이 붙을 전망이다. 

대전지법 오세용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지난 4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열고 공용전자기록 등 손상과 감사원법 위반 등 혐의로 산업부 공무원 A(53)국장과 부하 직원 B서기관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오 부장판사는 "범행을 부인하고 있고 증거 인멸 염려가 있다'며 발부 이유를 밝혔다.

A 국장은 감사원의 월성 1호기 관련 자료 요구 제출 직전 B 서기관에게 관련 문서를 삭제하라고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감사원 등에 따르면 B 서기관은 지난해 12월 2일 오전 감사원 감사관과의 면담이 잡히자 일요일이었던 전날 오후 11시경 정부세종청사 산업부 사무실에 들어가 약 2시간에 걸쳐 월성 1호기 관련 자료 444건을 삭제했다.

당시 B 서기관은 중요하다고 보이는 문서는 이후 자료가 복구되더라도 원래 내용을 알아볼 수 없도록 파일명 등을 수정한 뒤 지우다가, 자료가 너무 많다고 판단해 단순 삭제하거나 폴더 전체를 삭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함께 수사를 받아왔던 A 국장의 또다른 부하직원 C 과장의 영장은 기각됐다. 이에 대해 오 부장판사는 "영장청구된 범죄사실을 대체로 인정하고 있고 이미 확보된 증거들에 비춰 증거인멸이나 도주의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피의자가 수사나 재판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다짐하는 점 등을 보면 현 단계에서 구속 필요성이나 상당성이 있다고 보기에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월성 1호기 관련 자료를 직접 삭제한 실무자들이 구속되면서 검찰의 칼끝은 이들에게 지시를 내린 '윗선'으로 향할 전망이다. 검찰은 조만간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과 채희봉 당시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현 한국가스공사 사장) 등을 소환해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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